북한에서도 자살 증가, 왜?
북한에서도 자살 증가, 왜?
  • 미래한국
  • 승인 200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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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으로 일가족 자살 사례 급증
북한 식량난 악화로 북한주민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독약 구입비용이 없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따라 죽는다는 소식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식량난은 대책 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중 국경단속도 이전보다 강화돼 탈북 또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 식량가격은 전반적으로 200~300원씩 올라가면서 kg당 2,800원을 상회하고 있어 춘궁기 5~6월을 지나는 북한주민에게는 타격이 크다.

북한은 김정일 후계 구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장을 조성하는 한편, 대내적으로 주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6·15와 10·4선언 준수를 주장하면서 긴장을 고조, 한국의 쌀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3월 미국의 쌀 추가 지원도 거부한 상태다.

조선족 이모 씨는 지난 6월 초 10여 일간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 일대를 취재하던 국내 한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최근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최근 북한 평양지역 등에 들어가 미국 선교단체가 후원한 성경, 약품, 식량 등을 지원했다”면서 “북한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진 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최근 북한에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씨는 “올 한 해 6개월 동안 신의주에서만 6~7가구가 일가족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몇 집은 부모가 자식을 죽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살을 하는 이들은) 날을 잡아서 이불이며 옷이며 다 꺼내 장터에 내다팔아 고기와 쌀을 사와 독약을 탄 밥을 한 끼 잘 먹고 난 후 모두 죽는다”며 “독약도 못 사는 집은 아버지가 가족들을 칼로 다 찌르고 자신은 목을 매서 죽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대북지원단체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식량난 악화로 인한 현실 도피수단으로 탈북에 이어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가 밝힌 자살 발생지역은 국경지역인 자강도에서 내륙지역인 강원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 단체가 제시한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평안남도 덕천에 사는 장 씨(42·여)는 남편과 크게 싸우면서 “먹을 것도 없고 살기 막막하니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자살했다. 또 연로한 모친,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아내와 어린 남매를 키우는 가난한 세대주인 황해북도 사리원의 박 씨(46·남)는 가족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박 씨는 혼자 힘으로 겨우 가족 전체를 부양하던 중 장사도 안 되고 식량가격이 올라가면서 가지고 있던 밑천도 모두 날리게 됐다. 하루 한 끼니는 고사하고 며칠에 한 끼니 겨우 입에 풀칠을 할까 말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박 씨는 깊은 울분과 가족생계에 대한 번민으로 절망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박 씨의 유서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제 식솔 하나 먹여 살리지 못하고, 앓고 있는 어머님 병 치료는 커녕 죽물 한 그릇 변변히 대접도 못해 드리는 이 불효자가 먼저 가는 것을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자강도 중강군에 사는 박 씨(38·여)는 세 번째 자살을 시도했지만 매번 이웃에 의해 발견돼 실패했다. 남편과 함께 11살, 8살 난 두 아들이 있는 가정주부 박 씨는 평소 집에만 오면 술을 가져오라며 집기를 부수고 구타를 하는 남편으로 인해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녀를 더 괴롭게 하는 것은 두 아이에게 죽물 한 번 변변하게 먹이지 못하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

이경한 기자 lkhan1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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