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괄적 패키지’의 함정
대북 ‘포괄적 패키지’의 함정
  • 미래한국
  • 승인 200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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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편집위원] 전문가 진단
▲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를 두고 지난 15년 동안 북한에 놀림당한 미국은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완벽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노력들은 지난 5월 25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안보리 통과(6월 12일) 및 50여 일 동안의 야무진 실천이다.

미국은 본격적인 대북제재를 위해 5명의 개인 및 5개 단체 UN제재 리스트 작성, 중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제재를 위한 압박외교(4차례에 걸쳐 국무부 및 국방부 차관급 이상 관료 중국방문 및 강력한 공조 요구),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금융관계 적극적 조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의혹들을 낳고 있는 화물선에 대한 철저한 추적(북한 선박 ‘강남1호’ 미얀마 귀항 포기 후 회항), 중국을 통한 북한의 밀반입 미사일 부품 원료압수조치 등 철저한 북한의 고립 및 제재조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에 대해 그동안 북한은 ‘갈대로 가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다. 유엔결의 1874호가 결의된 그 다음 날 북한은 경수로 재가동, 핵시설 재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다시 시작, 6자회담 탈퇴, 제2차 핵실험 실시 예정, 대륙간 탄도탄(ICBM) 발사실험 실시 예정, 농축우라늄 개발프로그램 개발 재가동 등을 천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노동신문은 “북한은 제재에 대해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대결 국면으로 계속 나아갈 결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북 간에 이상과 같이 벼랑 끝으로 내달리던 대결 국면은 7월 중순을 맞으면서 새로운 기류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북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방안이다.

지난 7월 20일 미국의 동아태차관보 커트 캠벨(Campbell)이 “한·중·일과 대북 포괄적 패키지를 조율할 것”이란 견해를 천명했다. 그로부터 4일째인 지난 7월 24일 북한의 신선호 유엔 대사가 “우리는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과) 공동의 관심사에 관한 어떠한 협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라는 의견 표명을 함으로써 마치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인 패키지를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 한국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연합뉴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정권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사실상 제일 선호하는 정권이며, 본 방안을 최대로 잘 악용해 온 능수능란한 정권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본격적인 사술과 강박적인 태도를 구사하면서 포괄적인 패키지 방안에 임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폐기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미국, 일본은 포괄적 패키지 관련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명심해야만 한다.

북한정권은 지난 역사 속에서 수많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들을 합의한 후 어느 것 하나 성실한 실천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권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는 7·4공동성명(1972. 7. 4.), 남북기본합의서(1991. 12. 13.),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 2. 19.), 6·15남북공동선언(2000. 6. 15.) 그리고 국제적으로 미북 제네바 합의(1994. 10. 21.), 9·19공동선언(2005. 9. 19.), 2·13합의(2007. 2. 13.), 10·3합의(2007. 10. 3.) 등이 북한이 그동안 합의한 포괄적 패키지 방안들이다.

북한은 이 많은 합의들 중 어느 것 하나 성실한 실천은 커녕 교묘하게 악용들만 해온 정권임을 분명히 알고 지난 사례들을 분석하고 철저한 합의사항 실천을 강구하면서 본 방안을 적용해야만 한다.

북한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함정들을 만들어 놓고 악용해 왔다.

첫째, 북한은 상대방이 노리는 목표들, 북한 자신이 획득하려는 목표들, 애매모호한 사항들을 ‘포괄적 패키지’라는 한 바구니 속에 담아놓고 합의 직후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선전을 하면서 시간 끌기를 한다.

둘째, 포괄적 패키지 바구니에 담아 놓은 목표들 중 북한이 노리는 목표들에 대해서는 먼저 챙기기 위해 강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획득하려는 목표들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그 합의된 사항들 실천을 지연시키거나 시간 끌기를 한다. 애매모호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북한에 100%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서 시간 끌기 혹은 미실천의 빌미를 만든다.

셋째, 북한은 미실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며 패키지 방안 합의사항을 파괴 내지 공중분해 시킬 것처럼 위협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전개함과 동시에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고 각종 노력들을 경주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이행해야 할 내용들은 끝내 이행을 하지 않고 챙길 이익 될 내용들만을 최대로 챙긴 후 다시 교착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서 다시 문제들을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또 다른 패키지 방안을 제시한다.

북한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상대방이 지치거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목표 획득에 대한 그 신념이 약화되기를 기다린다. 시간을 끄는 동안 상대방은 정권 교체 혹은 지도자의 교체 등으로 스스로 대북정책을 바꾸게 되고 본래 북한에 대해 획득하려고 했던 목표들을 수정하거나 혹은 포기하게 된다. 북한은 남한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약점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은 북핵문제 관련 지난 15년 동안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시간 끌기 속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현실화’ 등을 챙기면서 미국 및 6자회담에 참여한 다른 4개국들을 농락하고 있는 정권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북한이 6자회담을 단호히 거절하면서 미·북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첫째, 6자회담 구성원들의 질적인 변화로 인해 6자회담 분위기가 북한에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의 6자회담 구성원들은 친북적인 입장을 은근히 취하면서 지원하고 있었던 중국, 러시아, 한국의 노무현 정부 등이었고 북한에 사실상 불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구성원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의 6자회담 구성 정부들의 속성은 철저하게 북핵문제 해결을 다짐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및 일본, 한국의 이명박 정부, 북한에 적극적인 동조심이 약화된 중국 및 러시아 정부 등 그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는 분위기다.

두 번째 이유는 양자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패키지 방안을 적용하는 경우 애매하게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제3자적인 증인이 없기 때문에 북한 마음대로 우길 수도 있고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는 불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핵폐기’와 ‘동맹의 의리’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중국을 북핵문제로부터 해방시키고 북·중동맹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6자회담을 폐기시키려고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북핵문제에 한국의 이명박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6자회담을 폐기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북핵폐기에 대한 신념을 북한이 함부로 포기시킬 수 없음은 물론 북핵문제는 남한의 지원과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은 북핵문제를 남한정부와 관계없는 이슈로 만들어 놓고 지원은 지원대로 받기 위한 술책인 것으로 북핵문제를 6자회담에서 논의하지 않고 미·북 양자회담에서 포괄적인 패키지로 논의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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