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50일 전투’로 꽃제비 속출
북한 ‘150일 전투’로 꽃제비 속출
  • 미래한국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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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4월 20일부터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목표로 150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투에는 그동안 가정만 돌보던 전업주부까지 총동원되고 있다. 출근시간대도 평상시 8시에서 6시로 앞당겨지고 야간작업도 해야 한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주민들을 통제하는 한편, 후계자인 3남 김정운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전개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150일 전투로 소학생 꽃제비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모들이 집을 비운 사이 어린이들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 구걸활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중국을 오가는 화교 출신 북한주민 장경순 씨(가명·여)는 지난 7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150일 전투로 부모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만 남게 되는 가운데, 이 아이들이 집을 뛰쳐나가 방랑생활을 하는 이른바 꽃제비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150일 전투에는 전업주부까지 동원돼 아이들만 남는 집이 대부분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7월 23일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열기는 직장에 다니지 않고 가정 일에 전념하던 여성들의 일과도 바꾸어 놓았다”며 “조선민주여성동맹이 가두녀성들로 돌격대를 구성하고 중요 경제단위와 건설장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두여성은 가정주부를 일컫는 북한식 표현이다.

신문은 김정일이 지난 1월 완공된 원산청년발전소 현지지도 때 이 발전소 건설 과정에 강원도 가정주부들로 구성된 ‘여맹돌격대’가 큰 역할을 했다며 높이 평가했다고 전함으로써 150일 전투에 가정주부들을 동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출근시간대도 빨라지고 야간작업까지 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4일 평양 삼석구역에 있는 삼석옷공장 여성노동자들을 소개하며 “이 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종전에는 아침 8시에 출근했지만 지금은 6시에 모여야 할 사람이 다 모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작업량이 대폭 불어났지만, 하루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현장을 떠나지 않는 기풍 속에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야간작업으로 지척에 있는 자기 집에서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북한 화교 장 씨는 “어린 아이들이 집을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경우가 가장 많고, 여름철인 요즘엔 날씨가 춥지 않아 노숙을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는 탓도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또 “집을 뛰쳐나간 아이들은 또래의 꽃제비들과 무리를 지어 빈집털이, 구걸활동, 소매치기,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의 자전거 빼앗기 같은 강도 행각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금년 여름엔 꽃제비 발생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150일 전투 때문에 부모들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꽃제비가 된 어린이들은 주로 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 씨는 “집을 뛰쳐나와 꽃제비로 전락한 아이들은 타지로 활동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는 것이 용이하고 나중에 꽃제비 단속반에 붙들려도 부모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기가 쉬운 탓도 있다”고 했다.

양강도 강계에 거주하고 있다는 화교 류정화 씨(가명·여)는 “북한의 각 시군 단위에 있는 꽃제비 구제소에서는 꽃제비 단속반이 붙들어온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는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거의 방치하다 시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은근히 도망을 가도록 방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 씨는 “이같이 꽃제비 구제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이들을 먹이고 재울 만한 수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경한 기자 lkhan1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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