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이 말하는 북한의 대학
탈북대학생이 말하는 북한의 대학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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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학생 수기] 김윤희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북한은 1996년부터 신학기를 4월 1일로 설정했다. 원래 4월 1일이었던 새 학기를 1969년도에 9월 1일로 변경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경제과업 완수를 위해 필요한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신학기를 또 다시 봄 학기로 변경한 이유는 청소년 학생들의 사상교양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즉 매년 2~4월 김일성, 김정일 생일 행사에 따른 축제분위기를 타면서 각급 학교의 종업식 및 입학식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이는 김일성 부자의 존재를 확고히 심어주고 대를 이은 충성을 유도하려는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4-6-4 학제

북한 정규교육의 기본학제는 4-6-4(6)로 초등학교(소학교) 4년, 중학교 6년, 대학교 4년(의학대학 6년)으로 하고 있다. 그 외 예체능분야의 교육, 출신성분에 의한 특수교육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사회과학부는 5년제, 자연과학부는 6년제이다. 남한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고등전문학교는 2~3년, 교원대학은 3년제다. 남한의 대학원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연구원은 2년,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박사원은 3년 과정이다. 연구원 졸업자는 준 박사, 박사원 졸업자는 박사로 불린다.

북한의 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고려성균관 등 3개의 종합대학을 비롯해 모두 280여 곳에 이른다. 각 도에서 운영하는 지방대학으로는 공업대학·농업대학·의약대학·사범대학·교원대학 등이 있고, 특수대학으로 국방대학이나 자동화대학(구 미림대학) 등이 있다. 그 밖에 주요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 수산사업소에는 ‘일하면서 배우는’ 각종 공장대학과 농장대학, 어장대학 등이 있으며, 체육·예술전문학교와 기술전문학교 등도 있다.

뜨거운 교육열

북한에서도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공부를 잘해 내각에서 실시하는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하고 학교별로 조직되어 있는 청년동맹 활동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학생들은 각 도·시·군에 조직되어 있는 대학추천위원회의 사상검토를 거쳐 추천을 받아야 대학별로 치르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입학시험은 구술시험과 필답고사를 치르는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대학 입학은 어려운 일이지만 북한의 청소년은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려고 한다. 또한 부모들도 자녀의 대학 입학에 관심이 많으며, 뇌물을 쓰더라도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대학 졸업생은 조선노동당이 주관하는 ‘간부사업’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개념이 강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우대하는 풍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공통과목으로 ‘주체철학’, ‘혁명력사’, ‘주체정치경제학’ 등을 이수해야 하고 전공에 따라 20-30개 과목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영어, 노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1개 이상 수료하게 하는 등 외국어교육도 중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 중 대부분 기숙사에 들어가 엄격한 규율에 따라 학교생활을 하며, 1년에 3개월의 노력동원에 참가해야 한다. 또 군사교육을 6개월간 이수해야 하며 이공계의 경우 일반 전공과목도 기술기능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북한은 ‘전인민의 인텔리화’를 중요한 교육 지표로 삼는다. 그래서 대학 교육을 크게 강조한다. 북한의 대학은 대부분의 학문이 남한보다 떨어지지만 기초과학 분야는 남한보다 5년 정도 앞서 있다. 남한의 과학 교육 정책이 응용과학에 집중돼 기초과학을 소홀히 한 탓이다. 남한의 대학 진학 열기와 비교할 때 북한의 대학 진학 열기 또한 못지않게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대학 입시

대학교는 의무 교육은 아니지만 입학하면 등록금은 없다. 그러나 대학 배정은 국가가 한다. 대학 입학 전형은 두 가지다. 우선 고등중학교를 마친 뒤 입시를 거쳐 입학하는 경우다.

10월 말에 전국적으로 국가에서 실시하는 대학 입학 ‘예비 시험’(수능시험)을 치른다. 시험 결과는 각 시·도·군 교육 당국이 발표한다. 중앙교육위원회는 보름 뒤쯤 개인 성적을 바탕으로 시·도·군의 각 대학에 일정수의 학생을 배정한다. 이때 성적이 좋아도 성분이 나쁜 학생은 제외한다.

이듬해 1월 각자 배정된 대학에서 다시 시험을 치른다. 과목은 필기·체력장·면접 등이다. 필기는 혁명역사·문학·수학·화학·물리·영어 등 6개 과목이고, 문제는 교육청이 출제한다. 보안 유지를 위해 입시 4~5일 전에 출제위원들을 일정 장소에 불러 숙식하며 출제한 뒤 밤 새워 문제를 인쇄해 각 대학에 보낸다.

필기시험은 하루 두 과목씩 사흘간 치른다. 혁명역사·문학·영어는 3문제, 화학·물리는 각각 이론 2문제와 문제 풀이 1문제, 수학은 3~5문제 등이다. 문제는 주관식이며 점수는 과목당 5점 만점이다. 영어는 작문·독해·단어 쓰기 등이 나온다.

채점은 엄격하다. 비리를 막기 위해 시험이 끝나는 즉시 대학별로 시험지를 교환해 채점한다. 채점 후 다시 해당 대학에서 시험 답안을 자체 검토한 뒤 최종 점수를 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또 시험지 맨위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쓰고, 그 아래 부분을 묶어 시험을 마친 당일 채점을 끝낸다. 채점하는 동안 그 방에는 누구도 출입시키지 않으며 화장실 이용도 통제할 정도다. 시험을 통과하면 최종 면접을 보지만 당락에 영향은 거의 없다.

경쟁률은 매우 높다. 공과대는 7대1, 의과대는 10대1 정도다. 낙방하면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재수생은 없다. 대학에서는 입시를 거쳐 바로 입학한 학생을 ‘직통생(直通生)’으로 부른다. 이런 학생은 남학생의 경우 대학 정원의 20%에 불과하며, 이공·의과·예술계가 주류다. 다음으로 고등중학교 졸업 후 군대나 직장으로 진출한 젊은이들이 소속 단위의 추천을 받아 진학하는 경우다.

군 복무(통상 복무 기간은 7~11년)나 직장 생활을 2~4년 한 뒤 소속 단위의 대학 입학 추천을 받아야 한다. 아예 7~8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진학하기도 한다. 당 간부·정부 관리 등으로 진출하는 인문사회계열은 제대 군인의 비중이 높다. 이들은 진학하면 공백 기간이 있어 1년간 예과 과정을 거친다.

한국오픈도어 발행 ‘월간북한소식’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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