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성도에 휴대폰으로 설교한다
북한 성도에 휴대폰으로 설교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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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이야기] 평양시내 휴대전화 가능, 2만명 가입


지난 8월 20일 서울의 서모 목사(43)는 새벽 2시경 갑작스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작년 3월, 5년 동안의 중국생활을 청산하고 캄보디아를 통해 입국한 탈북민 김선희 씨(43·여·가명)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남한에 정착하면서 서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김 씨는 이날 밤 북한 모처에서 기다리는 한 북한 여성에게 휴대폰으로 기도를 해달라고 서 목사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김 씨가 ‘송 집사’라고 부르는 50대의 이 북한 여성은 김 씨가 북한에 있을 때 바로 이웃 아주머니였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송 집사가 기독교 교인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무엇이라도 조금씩 나누어 먹는 버릇이 있어 늘 가까이 지낸 것이라고 한다.

그 아주머니는 가끔 김 씨 집에 들러서는 어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김 씨는 그 얘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듣곤 했다. 옛날 옛적에 세상을 만든 아버지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인류의 조상인 남자와 여자를 처음 만들었다든가, 여자가 어느 날 뱀에게 유혹을 받아 아버지가 먹지 말라고 하는 금지된 과일을 남편과 함께 먹고 죄를 지어 동산에서 쫓겨났는데, 그 때부터 사람들이 고생하며 살게 되었다는 얘기 등이 그것이다.

당시에는 송 집사의 얘기를 그저 재미 있는 옛날 얘기로만 들었는데, 남한에서 교회에 다니면서 그것이 성경 얘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웃에 살던 송 집사가 바로 기독교 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 씨는 남한에서 정착생활 중에 수소문을 하여 북한의 송 집사와 휴대폰으로 연락하는 관계가 만들어졌고 요즘 가끔씩 안부를 서로 묻는 사이가 되었다. 북한에서는 송 집사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김 씨가 송 집사에게 조금이지만 물질을 보내주며 은혜를 갚는 입장이 되었다.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 서로 통화할 때 “그 아버지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은밀한 언어를 주고받으며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를 찬양하고 감사한다.

이날 밤 서 목사는 “그 아버지 품에 잘 지내고 있느냐”고 안부를 묻고 송 집사와 그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밝혔다. 송 집사와 가족들이 어려움 가운데도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와 도우심을 간절히 요청하는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또 북한의 믿음의 형제들 위에 동일한 은혜를 부어주시고 자유와 해방의 빛이 하루 속히 북한 땅에 비취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송 집사는 이날 밤 서 목사와 통화하기 위해 밤중에 산골짜기를 헤매며 통화를 했다. 통화 탐지기에 발각되지 않으려면 통화시간이 2, 3분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장소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

작년 12월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의 기술투자로 평양 시내의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해지면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아직도 일반화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전화기 값은 500달러이고 현재 2만 명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 기지국이나 위성을 통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휴대폰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어떤 사람은 서너 개의 휴대폰을 소유하고 통화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 보위부도 통화 감시체제를 강화하여 통신추적차량을 들여와 5분 이내에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통화감시는 주로 국경지대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한의 탈북민들은 북한의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중국 휴대폰을 사서 들여보내 약속된 시간에 정기적인 통화를 한다. 가족의 안부를 묻거나 필요한 생필품을 보내는 일, 때로는 긴급한 사정을 듣고 북한 동포를 구출하거나 남한에서 돈을 보내는 일에도 사용된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북한선교사들이 북한지하교회 책임자들과의 연락할 때도 휴대폰이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서 목사의 경우, 짧은 설교나 기도가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줘 주목되고 있다.

한편, 서 목사는 그날 밤을 꼬박 기도로 지새웠다며 앞으로 신앙적 양육을 위해 송 집사와 교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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