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한국의 진보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한국의 진보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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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2월 민노당 내의 주류 NL(민족해방)의 친북성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총선을 이틀 앞두고 민노당을 탈당하는 등 진보진영에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민노당을 탈당했으니 그가 PD(민중 민주)계열의 진보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가 많았지만, 그는 현재 정당정치에 참여하기보다 한국 사회에서는 생소한 ‘사회민주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다.
<미래한국>은 한국사회에서 진보가 가야 할 길을 연구해온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합리적 진보는 무엇이며, 보수와 진보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은 어디쯤인지 들어보았다. 주 대표는 “민노당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거두었다”면서 “복지국가를 만드는 운동을 하는 것만이 이 시대의 진보”라고 강조했다.
주 대표나 그가 말하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맡겨둔다. 다만 그것이 <미래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국가의 미래와 같지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 평생 좌파·진보진영에서 활동해 왔는데, 그간 활동을 잠시 설명해 주시죠.

“1973년 서울대 종교학과에 입학한 이후 줄곧 학생운동을 했고, 1979년 부마항쟁 때 잡혀 들어갔던 것이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 시위를 하면서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그러다 87년, 이른바 민주화시대의 갈림길에서 함께 활동하던 김근태 씨 등 많은 이들이 선택했던 ‘비판적 지지’의 길을 가지 않았어요. 동료들이 대부분 김대중 씨나 그렇지 않으면 김영삼 씨 진영에 참여했지만 저는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하기 위해 그 길을 안 갔습니다.
 그게 20년 동안 나름 고생이라면 고생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책과 한국 현실을 혼동을 했는지 진정한 사회주의를 한국에서 실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독자 정당 노선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2008년에 한국에서는 진보정당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독자 정당 노선을 포기하고 민노당을 탈당한 겁니다. 이제는 사회민주주의 운동만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민노당에 대해 희망을 접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민주노동당에서 가장 중요한 이들은 NL(민족해방)이니 PD(민중민주)니 하는 세력이 아니라 그들과 상관없는 순수한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숫자가 수만 명 있으면서도 소수의 극단적 세력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NL, PD 싸움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이용당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상식적인 생활인들이에요.
민노당은 그 사람들이 당비를 내고 정치자금을 기부해 당을 유지하고 있지만 간부들은 전부 운동권 출신입니다. 김일성주의자들, NL, PD 이 친구들과 생각이 다른 것이지 당비를 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출신 민노당 당원들과 생각이 달랐던 것은 아닙니다.”

- 민노당 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분위기가 어땠나요.

“NL 친구들은 보수로부터 이용당하는 철없는 행동 내지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고, PD 친구들은 속으로는 자신들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뭔가 보수로 돌아서는 것 아닌가 이러한 소심함 때문에 말을 못하는 형국이었죠.”

- 민노당에서 나오면서 진보신당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희망이 없으니까요. 한국에서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하기로 하면 그나마 노동조합과 함께 해야 하는데 진보신당은 노동조합과도 함께 안 하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만약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하려고 했다면 끝까지 민노당을 포기하지 않고 민노당 안에서 싸워 나갔어야죠. 일심회사건 때도 그 친구들(NL계열)과 싸워서 당권을 뺏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도 싸우지도 않았고….”

- 정당 활동에 대해서는 희망을 접은 건가요.

“진보 정당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예를 들면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는 노동당이 있고 캐나다에는 신민주당이 있어요. 미국에는 민주당이 있고요. 독일에는 사민당, 영국에는 자유당도 있고 노동당도 있습니다. 미국에도 노동당이 있기는 있지만 거의 있느니 없느니 한 조그만 정당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영국에서와 같이 자유당과 따로 하는 노동당은 한국에서는 민노당의 절반의 성공과 그 이후의 실패로 인해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 30대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였다가 40대에 사회민주주의자로 전향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습니까.

“제가 젊었을 때 했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가난한 사람, 배고픈 사람들 밥 먹여 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혁명 등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나이가 좀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도 하고 또 세계 여러 나라 역사를 알게 되면서 민주주의라는 방식이 아니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사회민주주의로 돌아서게 되었죠.”

- 사회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 하십니까.

“사회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국민들이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뤘는데도 사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한마디로 하면, 밥 먹여 주는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 사회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사회민주주의연대에서 하려는 일은 무엇입니까.

“미국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 다양한 세력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의료보험개혁과 같이 굉장히 진보적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안에 사회민주주의적인 요소가 자유민주주의 못지않은 굉장히 강한 흐름으로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 세력을 한국에 형성해야 하겠다는 겁니다. 정당을 독자적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접었다고 해서 진보적인 활동 자체가 무의미하고, 그래서 포기해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적인 정당을 할 수도 있고 연합정당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겁니다.”

-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이념적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좌파나 진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고요. 2%가 아니라 52%가 부족했습니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고 최근에는 노인기초노령연금도 도입되고 국민연금제도도 많이 개편됐습니다. 국가 예산에서 복지예산의 비율도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발전 수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 봤을 때는 턱없이 부족하죠. 워낙 부족한 것을 조금 더 끌어올린 겁니다. 이것을 보고 좌파니 진보니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 양극화가 지난 10년 동안 극대화됐는데 이것은 지난 정부의 실책이 아닌가요.

“그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이 그런 단계에 왔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정부 때 경제개발이 시작됐는데 그 기초에는 부지런한 국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부지런한 국민이 그럼 어디서 일을 했는가. 이것은 이승만 정부 때의 농지개혁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말하자면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가 있고, 훌륭한 정책이 있더라도 일 안하는 사람을 일하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
북한이 저 모양이 된 게 나라를 못하게 만들려고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밤낮없이 일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안 됐습니까. 국민이 열심히 일을 안 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농지를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등소평이 19년 동안 추구한 것이 농지개혁입니다. 그 농지개혁 이후 중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고 경제발전이 시작됐습니다. 땅을 주면서 일을 하도록 함으로써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 진보진영 인사가 이승만의 농지개혁과 박정희의 경재개발, 경쟁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그것이 제가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다른 점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저는 DJ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을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본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평화가 유지되어야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들이 투자를 합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북한이라는 위험요소를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충실했을 따름입니다. 다만 그 정책에서 너무 한쪽으로 갔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것에 대해 많이 비판을 했었고, 그 세력 전체에 대해 역할 분담을 잘 못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당국 등 북한과 계속 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러나 이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어야죠. 하지만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에는 명백히 친북이 있어요. 나는 그들을 친북이라기보다는 ‘김일성주의자’라고 하는데, 이들을 정치라는 시장에 놔두면 국민들이 선택할 것 아닙니까. 사상의 자유를 줘야 해요.”

- 한국 진보좌파 운동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 다투면서 나름대로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시기가 지나가 버렸어요. 지금은 우리가 젊을 때 했던 민주화 시대가 아니고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복지국가를 만드는 운동이 이 시대의 진보라고 봅니다. 진보의 재구성, 진보의 업그레이드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려면 사회민주주의가 제대로 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한 진보가 정립이 되고 보수 쪽에서도 시대적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 보수가 정립이 돼서 양자 간에 건전한 토론과 경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보수 쪽은 주로 미국을 모델로 해서 미국과 비슷한 나라로 가야 선진국이라고 하고, 진보 쪽은 유럽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미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한국의 길을 가게 되겠죠. 양자 간에 생산적인 토론을 하고 긴장관계 속에서 잡아당기고 그런 사이에서 가는 길이 한국이 갈 길이 될 겁니다.”  #

사진·정리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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