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가을식량 ‘송이’감소로 시름
北주민들, 가을식량 ‘송이’감소로 시름
  • 미래한국
  • 승인 2009.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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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1kg 채취 시 쌀 10kg과 교환 가능

북한주민의 가을식량인 ‘송이’ 생산이 저조해 북한주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송이 주산지로 유명한 함경도 지역은 올해 가물어 며칠 동안 산속을 돌아다녀도 송이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을철 송이 채취는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중요한 식량공급원이다. 송이 1kg를 채취해 수매원에 갔다 바치면 쌀 10kg 또는 옥수수 20kg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난으로 고생하던 북한주민들은 송이철이 다가와 송이 채취에 잔뜩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에도 송이가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중요한 외화 조달원이 되기 때문이다. 2006년 핵실험과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일본 수출길은 막혔지만 유일하게 남은 시장 한국으로는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북한산 송이는 한국에서 한국산 송이 절반 값 수준인 1kg당 1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많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9월이 되면 주민은 물론 군인까지 동원하고 있다. 특히, 송이 밭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칠보산과 함경남도 홍원군 일대에는 헬기까지 동원한다. 북한에서 가장 많은 송이가 수확되기 때문이다.

송이철이 되면 마을마다 노동당 39호실 소속인 ‘충성의 외화벌이 관리소’(일명 5호 관리소)요원들이 들어와 전량 매입하고 있다. 관리소 요원들은 할당량을 부여받고 송이 산지에 파견된다. 1등급 송이 1kg이면 쌀 10kg 또는 옥수수 20kg을 받을 수 있다. 북한에서 쌀 10kg은 북한 돈 1만5,000원 안팎, 암시장 환율로 따지면 5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국내로 수입돼 판매되는 북한산 송이 값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부 채취꾼들은 몇 배의 돈을 남기기 위해 암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북한 암시장에서 송이 가격은 1kg당 5,000원에 거래되다 최근 생산량 저조로 북한 돈 1만5,000원까지 값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밀수꾼들은 채취꾼들로부터 송이를 몰래 매입, 대량으로 중국으로 밀반출하고 있다. 그러나 밀수 또는 밀매를 하다 북한당국에 적발되면 총살까지 당한다.

탈북민 이모 씨는 지난 9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때에는 노동단련대나 교화소에 보내진다. 그러나 당국에서 밀매를 하지 말라는 포고가 내려왔을 때 걸리면 총살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송이의 암시장 유출을 막기 위해 송이버섯 채취허가서까지 발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이런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산에 오르고 있다.

식량난으로 인해 송이를 채취하기 위한 북한주민의 열정은 매우 높다. 쌀과 물, 냄비 등이 든 배낭을 메고 지팡이로 풀을 헤치며 하루 10시간 이상 산을 탄다. 이러한 생활이 산속에서 며칠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저녁에는 계곡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새우잠을 잔다. 송이는 이슬이 사라기 전인 이른 아침에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아침 6시면 일어나 산을 뒤져야 한다.

산을 뒤지다 계곡에 모여 든 사람들은 마치 대재난을 당한 피난민과같다. 이들은 계곡 근처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아침이면 또 주변 산으로 우르르 흩어진다. 경사가 급한 위험한 곳을 다니다 사망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북한산 송이는 깊은 산 높은 소나무 밑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그 향과 맛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 김정일도 남북정상회담 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송이를 선물로 보냈다. 2007년 10월 북한을 다녀온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은 송이버섯 4,000kg을 선물했다. 12장생도 병풍, 무궁화 문양 다기(茶器), 제주도와 8도 명품차, 이영애 출연 드라마 DVD 등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전해 준 선물에 대한 답례품인 셈이다.

김정일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 3개월 뒤인 그해 9월 추석 때도 인민군 박재경 대장을 시켜 특별기편으로 칠보산 송이 3,000㎏을 선물로 보낸 적이 있다. #

이경한 기자 lkhan1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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