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치명적 사회 질병
자살은 치명적 사회 질병
  • 미래한국
  • 승인 2009.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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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 조성돈·정재영 공저 / 예영 刊

(조성돈·정재영 공저 / 예영 刊)

 지난 8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200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대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4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26명당 죽은 자살이 암, 뇌혈관 질환, 심장병 다음으로 많은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무서운 질병으로 알려진 당뇨나 교통사고도 자살의 순위를 앞서지 못했다. 또 한국의 자살자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21명), 일본(19.4명), 프랑스(14.2명), 미국(10.1명) 등을 앞질러 몇 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 위기감과 최근 인기 탤런트 이은주, 안재환, 최진실 등의 자살이 몰고 온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사회적 우울증이 심화되면서 자살률이 증가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3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살을 개인 차원의 사생활로 방치한 것은 아닌가?

최근 이러한 자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실천신학대학원의 조성돈 교수와 정재영 교수가 공저로 발간한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2008·예영 간)가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 9월 1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공동 주관한 세계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제3회 서울국제자살예방학술대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죽음보다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교회가 나서서 예방하고 치유해야 할 우리 사회의 치명적 질병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이해를 19세기의 고전적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1858~1917)의 이론을 전제로 출발했다. 즉, 자살은 개인의 죽음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어떤 사회적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곧 개인의 심리학적이며 상담학적인 접근만 아니라 사회 통합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자살 경향은 사춘기 보다 40,50대 장년층이 많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으며 최근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성을 가져온 주된 원인을 저자는 사회적 가치관의 문제에서 찾았다. 경제를 삶의 가치기준으로 삼는 세계관과 자아정체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정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경제력 저하를 가장인 남성의 책임으로 떠안는 사회현상이 남성의 존재위기를 낳게 하여 급기야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예방 장치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교회는 ‘자살한 기독교인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편협한 관점을 뛰어넘어 자살을 ‘죄’로 보기보다는 ‘정신질환’의 한 유형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자살현상으로서 요나, 사울, 삼손, 사르밧 과부, 엘리야, 유다 등의 사례를 분석해 자살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로 사용하기를 기대했다.

이 책은 개신교인들의 자살 인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0세 이상의 성인 개신교인 513명의 표본을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개신교인 5명 가운데 1명이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는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우리 사회의 자살충동률 35.4% 보다는 낮다. 재미 있는 현상은 주일 1회 미만 예배 참석자의 자살충동률이 1회 이상 예배 참석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앙의 깊이와 구원의 확신에 따라 자살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또 자살의 충동을 벗어나 자살을 포기한 동기로 상담, 기도, 설교 등을 주된 도움으로 밝히고 있다.

저자는 교회가 예비 자살자에게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존재로 존중을 받는다는 인식을 줄 때 자살 가능성은 극히 낮아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건강한 세계관 교육, 공동체 의식 고양, 기독교 대책기구의 설립 등을 요구했다.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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