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로 표현하는 도심
먼지로 표현하는 도심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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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 강상훈의 ‘황학동Ⅱ’
▲ 강상훈의 황학동 Ⅱ
 

전시회를 열 정도의 화가라면 ‘잘 그리는 것’을 염려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그릴까가 그들의 고민이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화가들의 꿈이다. 강상훈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만이 독특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는 캔버스와 붓이라는 일반적인 미술의 재료가 아닌 먼지를 수집하고 그 위에 지우개로 지워가며 이미지를 만드는 독특한 작업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업을 강상훈 작가는 Dirtograph 라고 표현한다. Dirtograph는 먼지(Dirt)와 사진(Photograph)의 합성어이다.

작가는 재현하고자 하는 도심의 어느 한 곳 바닥에 종이를 붙여두고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1주일 이상 방치해둔다. 흰 종이 위에 무수한 발자국이 찍히고 껌이나 비둘기의 배설물이 들러붙기도 한다. 때로 종이가 찢어지고 구겨진다.

그 다음 과정은 먹지처럼 검게 변한 종이를 지우개로 지워가며 세밀하게 도심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다. 절대 밑그림을 그릴 수 없고 결코 수정이 불가능한 까다로운 작업이다.

작품 ‘황학동Ⅱ’는 황학동 정경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다. 2009년 10월 충무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강상훈 작가는 뉴욕의 명문 미술대학 쿠퍼 유니온을 졸업하고 충무갤러리기획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과 베이징에서 세 차례 전시회를 이 젊은 작가가 주목받는 것은 무채색의 아우라가 독특한 예술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먼지를 재료로 삼은 이 새로운 시도는 수묵화나 목탄화의 느낌이 나면서도 세월의 더께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

글·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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