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시간 거리를 6년 만에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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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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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이야기] 탈북·한국입국 과정서 정신적 외상 입어


열여덟 나이에 북한을 탈출해 스물다섯 청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온 탈북청년 백요셉 씨(26·한국외국어대). 그동안 그는 중국공안에게 3번 체포돼 2번이나 강제북송을 당했고 베트남 국경을 넘었지만 한국 외교관에 의해 경찰에 넘겨져 다시 중국으로 추방됐는가 하면, 마지막으로는 러시아 국경을 넘어갔다가 러시아 경찰에 체포돼 북송 위기 속에 100여일을 구류당하고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세계에 대한 열망으로 그는 결국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국제난민자격을 취득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한국 망명을 허락받아 2008년 10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항공기로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지척의 거리를 두고 무려 4,000km를 돌고 돌아 5년 9개월 만에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백요셉 씨가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거쳐 국내에 입국한 경로는 파란만장하다. 때로는 도보로, 때로는 비행기, 열차, 고속버스로 이동했지만 모든 여정에서 중국공안이나 경찰, 군인, 경비대의 검문 검색을 당할까봐 마음을 졸였다.

비인간적 대우와 환경은 물론이고 생명이 걸린 위험스러운 순간도 수없이 거쳤다. 더욱이 내면적으로는 생소한 문화적 충격과 상식의 혼란으로 ‘내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자기정체성의 혼란과 이에 따른 내면의 분노가 정신적 외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러한 입국경로와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정신적 충격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국내 입국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경험이자 인생의 상당기간, 어쩌면 평생토록 지니고 살아야 할 상처이다.

한 탈북민 심리상담원에 의하면 탈북민들은 대개 외부의 조그만 변화에도 긴장하며 갑작스러운 분노를 일으켜 때로는 폭력사태로 치닫기도 한다. 이것은 오랫동안 극도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거나 억눌린 자존감을 가진 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별도의 심리치료가 요구될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처가 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중국에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는 벌목공으로 나왔다가 짐승적 처우를 이기지 못해 작업장을 탈출해 무국적자로 숨어 지내는 이들이 5,0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백요셉 씨의 경우처럼 목숨을 건 탈북민들의 한국입국 경로는 다양하다. 첫째, 북한에서 육로나 해로로 직접 남한으로 귀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경로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드물게 사용되며 중국을 경유해 제3국을 통해 남한으로 입국하는 경로가 일반적이다. 대부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나 몽고나 러시아를 경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먼 타국에서 떠돌고 있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은 말 그대로 환난 가운데 살아가는 이들이다. 발각되지 않을까, 체포되지 않을까, 북송되어 처형되지 않을까 하며 가슴 졸이며 인권과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누가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에 입국한 이들의 정신적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인가.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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