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냐 보수냐’ 기로에 선 美 공화당
‘중도냐 보수냐’ 기로에 선 美 공화당
  • 미래한국
  • 승인 200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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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선거 계기로 두 입장 충돌 부각

 선거에 승리한 맥도넬 의원

미 공화당은 지난 11월 3일(미국 시각)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고 뉴욕 제23지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졌다.

지난 8년 간 민주당이 번번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오바마 후보가 이겼던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공화당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고 말하는 등 공화당은 잔치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니라며 1872년 이후 공화당 후보만 승리했던 뉴욕 제23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신승한 것에 집중하면서 공화당을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에는 중도 보수주의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이 비판과 함께 공화당 내부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공화당의 색깔에 대한 논란이 크다. 내년 중간선거와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도 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의 원칙을 분명히 해 정통 보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 뉴욕 제23지구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1세기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여겨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지구 공화당 지도부 피택으로 출마한 디드 스카자파보 여성 주하원의원을 미국의 유력한 보수주의자들이 반대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반대 이유는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스카자파보 의원이 미국 내 보수 가치를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하고 동성애 및 동성결혼, 낙태를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름만 공화당원이지 사실상 민주당원인 셈이다.

뉴욕지구 공화당 지도부는 이런 그녀를 ‘중도’로 부르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스카자파보 의원 대신 뉴욕보수당 소속의 더그 호프만 후보를 지지하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 호프만 후보는 오바마의 경기부양책 및 낙태, 동성애 등을 반대하는 확실한 보수주의자다.

페일린 전 주지사에 이어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 등 유력한 공화당 인사들 및 보수 단체들 이 호프만 후보를 지지하자 그는 강력한 승리후보로 부상했고 스카자파보 의원은 출마를 포기한 후 바로 민주당의 빌 오웬스 후보를 지지했다.

세라 페일린 2008년 미 대선 부통령 후보 등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선거에서 민주당에 진 더글러스 호프만 뉴욕 공화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고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웬스가 호프만을 49% 대 45%로 물리치며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에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버지니아 주지사로 당선된 공화당의 로버트 맥도넬 후보는 지난 8월 선거 유세 중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석사 논문으로 기로에 서 있었다.

전통적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논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맥도넬은 ‘극단적 보수주의자’라는 비판이 커졌고 지지율도 하락했다.

그의 선택은 낙태, 동성애 등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이 중시하는 이슈들을 지양하고 일자리 등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결과는 무소속 2/3의 표를 끌어오며 17% 차 대승이었다. 

뉴저지 주시사 선거에서 승리한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공화당 후보도 일자리 창출, 감세 등 경제문제에 집중해 승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결과를 볼 때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수 보다 중도 성향을 강화해 무소속의 부동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뉴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뉴욕 제23지구에서 다른 공화당 인사들과는 달리 스카자파보 의원을 지지했는데 “2010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2012년 버락 오바마를 무찌르고 싶으면 버지니아와 뉴저지 선거의 긍정적 결과와 뉴욕 제23지구의 부정적 결과가 주는 교훈을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2006년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견인차로 공화당 지도부는 부동층 주에서는 이 중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승리보다는 원칙의 순수함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 원칙을 고수하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보수 라디오 진행자인 러쉬 림보는 “중도주의자는 개념상 원칙이 없다”며 “이들과 같은 RINO(Republicans In Name Only. 이름만 공화당원)은 멸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호프만의 패배로 실망하지 않았다”며 “레이건이 1976년 패배 후 한 격려의 말의 기억하라. ‘명분은 계속 간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2010년까지 연기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입장은 미국인들 가운데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보는 사람이 늘어난 최근 여론조사에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지난 10월 26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 가운데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사람은 40%이고 중도는 36%, 진보는 20%다. 공화당원들 가운데 72%가 보수주의자라고 했고 무소속 가운데는 35%가 그렇다고 답했다.

미 유력보수 잡지 위클리 스탠다드 윌리엄 크리스톨 발행인은 이 여론조사를 기초로 “공화당이 점점 보수적이 될 것”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중도 공화당원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며 2012년에는 보수적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톨은 “오바마 정부에 반대하는 사업가,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퇴역장군, 진보적 의제를 반대하는 시민운동가 등 보수원칙을 분명히 하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이 ‘공화당의 이념적 내분’이라고 부르는 이 충돌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내년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가 민주당의 바바라 복서 상원의원과 맞붙겠다고 선언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를 둘러싼 지지 여부가 대표적이다.

보수원칙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선호하는 피오리나가 중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의 짐 드민트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미 반대를 표했고 보수주의자인 처드 보어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리노이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려는 공화당의 마크 커크 하원의원은 페일린 전 주지사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고 커네티컷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라는 롭 시몬스 전 하원의원도 중도로 간주되는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도냐 보수냐’의 대립은 공화당 내 기성정치세력과 미국 내 풀뿌리 보수주의자들 간의 대결로도 분석되고 있다.

현 의회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는 형편없다. 최근 워싱턴포스트.ABC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의회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는 19%로 의회 민주당(34%), 오바마 대통령(49%)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 공화당이 아닌 재야의 보수주의자들이 앞으로 공화당을 이끌고 민주당에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의 지난 10월 16일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선 유력 공화당 후보 중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민간인다.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29%), 미트 롬니 전 주지사(24%), 세라 페일린(18%), 뉴 깅그리치(14%).

크리스톨 발행인은 “무게중심이 페일린, 허커비, 깅그리치 혹은 글렌 백, 러시 림보와 같은 언론인, 타운홀 및 차파티에 모이는 보수 운동가들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보수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오른쪽으로 더 가면 중도성향이 강한 이른바 ‘블루(blue) 주’에서는 패배할 것이 뻔하다며 내심 기뻐하고 있다.

공화당이 과연 어디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번역/아틀란타=이상민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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