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장마당 전격 개방
[단독] 북한 장마당 전격 개방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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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실패 자인한 것”


작년말 화폐개혁 직후 강제 폐쇄되었던 북한 전역의 장마당이 지난 1월 27일부터 재개되었다고 2월 초 북한의 소식통이 <미래한국>에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200여 개에 달하는 장마당을 다시 개장한 것은 화폐개혁을 전격 실시한 지 2개월 만의 일로 “김정일 정권이 장마당이라는 지하경제 앞에 사실상 무릎을 꿇은 꼴이 되었으며 화폐개혁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계획된 야심찬 프로젝트로 ‘김정은이 주도한 성공적인 성과 사업’이라고 선전할 요량이었지만 사실상 실패하고 만 것이다.

옛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선전선동 목표는 무너지고 오히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다가왔다는 원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신의주 서문동에서는 한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먹을 것이 없어 며칠을 굶은 끝에 가장인 아버지가 부인과 자녀 둘을 죽이고 본인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황해남도 신천 역전에서는 굶어 죽은 2구의 시체가 얼어 있는 것을 역무원들이 치우는 것을 목격했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해왔다. 이것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있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당초 북한 정권은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을 국가가 경영하는 국가상점에서 팔고 사도록 상품의 소유권을 국가에 귀속시키려고 했지만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가 상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또한 강제로 물건을 압수하는 과정에 장마당에서는 여기저기 소란이 일어나고 폭동으로 발전되는 곳도 생겨났다.

지난 1월 26일 함흥시 한 장마당에서는 소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쌀값의 정부고시 가격은 북한 돈 25원이지만 시장거래가격이 1,000원으로 폭등하자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주민들은 규찰대(장마당 단속반)를 향해 “정부가 썩었다”고 김정일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규찰대는 이들 가운데 5명을 잡아갔다고 한다. 종전에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언행을 공개적으로 할 만큼 주민들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쌀값은 25원이라고 정부가 게시했지만 장마당에서는 250원(사리원), 500원(원산), 1000원(함흥시) 등으로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쌀값이 요동치는 까닭은 시장에 쌀 자체가 없고 쌀을 소유한 사람들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고 주민들에게는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화폐개혁 후에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이처럼 돈이 돌지 않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김정일 정권은 지난 12월과 1월 두 달치의 월급을 모든 직장에 지급했지만 돈은 여전이 말라 있다고 한다. 그 가장 큰 요인은 장마당의 전주(錢主)들이 돈을 내놓지 않고 있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큰 돈줄인 화교들이 돈을 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구나 장마당에서 그동안 거래되어온 달러나 위안화 등이 모두 지하로 잠적했기 때문에 돈을 만지려고 해도 만질 수 없어 일반 주민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금 농가들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며 살아남기 위해 공동으로 농사지은 각 지역 농장기업소 소유의 쌀, 즉 국가의 쌀을 저마다 땅에 파묻어 겨울을 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국가 소유의 농산물을 도둑질한다는 말이다. 사실상 북한 주민들은 모두 도둑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평남도 보위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평안남도의 쌀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막지만 들어오는 것은 비록 밀수품이라고 해도 봐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마다 자기 도의 주민을 살리기 위한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화폐개혁 후 군인들도 살기가 어려워 도둑떼로 변하여 민가를 급습하는 일이 종종 있어 주민들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북한 장마당이 어떤 모양으로 자기 세력을 회복하고 성장하는가에 따라 북한에 자생적 시장주의와 자유주의가 생동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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