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개인소신보다 법관양심이 먼저”
“판사는 개인소신보다 법관양심이 먼저”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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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변호사
▲ 이재교 변호사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용산사태 수사자료 공개결정, 전북 전교조 간부 시국선언 무죄선고, PD수첩 광우병 관련보도 무죄판결 등 최근 법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잇따랐다. 이에 판사들의 치우친 이념적 성향과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래한국>은 판사 출신의 이주영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과 역시 판사 출신인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잇달아 만나 최근 사법부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 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전교조 간부 시국선언 무죄선고, PD수첩 광우병 관련보도 무죄판결 등 최근 사법부의 잇다른 ‘튀는 판결’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념적 갈등이 기저에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면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법관들이 법 상식과 일반 법이론에 맞지 않게 판결하고, 개인적인 소신과 법률가로서의 기본자세를 혼동한 결과라고 봅니다.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본 대전제가 헌법과 법률인데, 법관들이 양심과 독립에만 중점을 두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옳다고 판단하니 난 떳떳하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개인적 양심과 법률가로서의 양심은 다른 것입니다.

강기갑 의원 판결의 경우, 담당판사가 민노당에 호의적이고 강기갑 의원에 대해 또 그 이념, 정강 정책에 동의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강기갑 의원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거기에 맞췄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공용물건손상 문제를 볼 때 탁자를 부순 것에 대해 판사는 강기갑 의원이 너무 흥분해 물건이 부서지는 것을 몰라 고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행위에 따른 결과가 보통 사람이 인식할 정도면 고의로 인정됩니다. 멀쩡한 사람이 흥분했다고 하는 것은 일반 상식에도, 법률가로서의 판단에도 맞지 않는 억지이론을 끌어 붙인 것입니다.”

PD수첩 판결, ‘무죄’보다 ‘무죄 이유’가 문제

- PD수첩의 경우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결과가 무죄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죄의 이유가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큰 것입니다. 판결에서 유죄 무죄는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PD 수첩 판결문을 보면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예컨대 화면에 다우너 소를 보여주면서 마치 광우병이 걸린 소를 도축하는 것처럼 동영상을 사용했습니다. 그 동영상은 동물 학대 관련 동영상으로 광우병 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부러 갖다 써서 오도를 한 게 허위보도냐 아니냐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쓰러지는 소 중에 광우병 걸린 소가 하나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우연히 섞일 수 있다는 것과 그러한 동영상을 광우병 영상으로 가져다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허위 보도가 아니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논리입니다. 이 때문에 파장이 커진 것입니다.”

- 무리한 판결의 원인으로 20,30대 젊은 판사들이 경력이나 연륜이 짧은데도 단독판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문제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저도 27세 때 판사를 했지만 어린 나이에 중책을 맡은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족한 면이 느껴지고 왜 그렇게 단순했을까 반성하게 됩니다. 대략 판사 경력 5년 이상 6년부터 단독판사가 되는데 민사는 좀 낫지만, 형사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강도 강간 살인 등 중죄를 제외하고 모두 단독에서 맡게 됩니다. 이런 사건은 10년 내외 경력의 30대 중반에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법부 논란의 주요 배경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대법원장이 취임 초기에 대법관과 비서실장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을 중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게시판이나 법원의 여론 형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실제로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것이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비공개 사모임이 집단 영향력 행사

- 법원 내에 사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법연구회는 순수한 연구모임이고 등록도 하고 연구논문도 발표하고 있다며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 법원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자기들 끼리 집단의식을 갖는 것이 문제죠. 주류 비주류로 나누는 패거리 의식이 있습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김용철 대법원장 연임 반대 서명 파동 직후에 결성됐는데 그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은밀하게 결성했습니다. 회원모집도 공개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 회원들이 신입 회원 대상을 관찰한 다음에 자기들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걸로 판단되면 은밀하게 접촉해서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형식이죠. 통상적인 연구회라면 그렇게 안 합니다. 법원에 이런 사조직이 있다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특히 독립해서 재판하는 법관이 사조직 등 집단적으로 형성된 의사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우리법연구회를 외부에서 강제로 해산시키거나 대법원장이 개입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고,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대다수 양식 있는 법관들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종교인 이상으로 경건하게 지내며 사회적 모임도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당수 법관들은 그렇습니다. 사람 잘못 만나면 사건 당사자 혹은 잠재적 당사자와 만나고 얽힐 수 있기 때문이죠. 아닌 것처럼 접근하는데 알고 보면 당사자의 부탁을 받고 온 사람일 수 있어 사람 만나는 데 신중하고 교우 범위도 좁혀가는 편입니다. 경건하게 정말 신부나 승려처럼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 우리법연구회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사법권 독립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2006년 2월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 내린 집행유예 결정을 비판하며 법관의 판결을 비판한 일이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두산그룹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공개적으로 판결을 비난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죠.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특정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이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설사 속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지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지적하지 않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문제를 줄이고 없앨 수 있는지 노력하는 것이 대법원장의 역할이지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적절하지 않습니다.”

- 사법권 독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법권 독립은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입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후진국일수록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고 선진국일수록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주된 과제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사회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남은 과제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인데, 국민의 정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특정 판결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법리나 상식으로 보지 않고 처벌해야 마땅한데 왜 처벌 안했느냐는 결과만 가지고 하면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피해야 합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계란을 던지고 담당 판사 집에 찾아가는 것은 범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판결문의 일반적인 법 원칙과 상식, 법의 논리, 경험칙에 안 맞는 법 해석에 대한 비판은 사법권 독립 침해가 안 됩니다.”

-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대법원에 진보적 인사가 대거 포진하게 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법원이 좌편향된 것은 아니고 진보적 견해를 밝히는 대법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들이 모두 좌편향은 아닙니다. 인권이나 소수자, 소외자, 경제적 약자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를 이뤄서 법원의 판결이 앞서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란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이지 앞장서서 개혁하고 혁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보수 일색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그런 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절묘하게 판례를 만듭니다.

여론으로부터의 독립

- 헌법재판소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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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도 보수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이 섞여 있습니다. 탄핵사건이나 행정수도이전법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이 됐었죠. 헌재의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정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 법원 내에서는 운동권 출신 법관들이 ‘판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말들도 한다지요.

“그런 얘기가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죠.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인 소신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은 다른 것입니다. 판사는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충실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충돌될 때 무죄 선고를 하는 게 아니라 사임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기 양심도 지키고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해치지 않는 길이 되겠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말도 법률 한도 내라면 몰라도 법 상식과 법률에 배치되는 내용의 판결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 근본적으로 오늘날 사법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해결 방안은 있을까요.  

“우리나라 사법부는 도제식 시스템입니다. 연수원 졸업 후 법관에 임명되면 부장판사에게 배우게 됩니다. 배석 판사를 5~6년 하면 단독판사가 됩니다. 그런데 법관으로서의 자질이나 품성이 덜 된 상황에서 단독판사가 될 때가 문제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는 형사단독을 부장판사가 맡는 사례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형사단독판사를 부장판사 내지는 10년 정도의 경력자로 임명하고 장기적으로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다양한 법률가 경험을 쌓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로스쿨 졸업하고 법원 직원이나 변호사나 관공서에서 법률가로 5~10년 활동을 하면서 품성, 실력이 훌륭하다고 검증되면 법관으로 임용합니다. 그렇게 경력법관시스템으로 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봅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있으면 안목이 넓어지게 되죠.”

- 이번 문제된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서 사법개혁 논의에 대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듯합니다. 그것이 3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법원 제도도 법률로 만드는 것이고 법률은 국회가 제정하는 것입니다. 국회가 법원의 재판에 개입하면 사법권 침해가 되지만 지금 그러한 무리한 법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도 대법원장 임명 시 국회동의를 받고, 대법관도 국회 동의를 받으며 간접 통제하고 있습니다. 판결 문제는 제도적으로 썩 잘못됐다고 보지 않고 법관 개개인의 자질과 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력 법관 시스템 도입해야

- PD수첩건과 강기갑 의원건 등 문제가 된 판결이 2심으로 올라가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1심 자체도 중요합니다. 2심이 판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판결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 필요한 것이죠. 이를 사법권 침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대법원장도 1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판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점에서 1심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이번 판결 논란으로 판결에 대한 헌재의 심판 대상 여부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논란 중 하나가 헌재의 심판 대상에 판결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포함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위에 헌재가 있어 4심리가 됩니다. 그런가 하면 판결도 국가기관의 행위이니 헌법에 위반되면 바로 잡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할 일인데 왜 제외하느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법원 위에 헌법재판소가 있으면 국민들이 네 번 재판받아야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 검찰은 지금 어떤 입장에 있습니까. 

“검찰이 이번 판결들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면 모양이 안 좋습니다. 판결문 자체에 대한 잘못을 얘기해야 합니다. 감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이란 것이 늘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마련입니다. PD 수첩도 무죄 나온 것만 가지고 놀랄 일이 아니고 그 이유가 마음에 안 들지만 견해차 정도라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로 무죄 판결을 도출해낸 것이 문제입니다.” # 

 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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