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 도라산역, 실무형 정상회담하자
8월 중 도라산역, 실무형 정상회담하자
  • 미래한국
  • 승인 201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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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송종환 명지대북한학교수
▲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측 최고지도자를 연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뉴스를 접하고 2000년과 2007년 두 번의 정상회담이 연상돼 덜컥 걱정이 앞선다.

다시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이 일방적 해석을 해온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요구할 것이고 또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이나 11일 외무성 성명에 비추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생산적 결과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또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작년 11월 30일 화폐개혁 이후 동요하고 있는 북한체제 안정과 우리 사회의 친북좌경세력들의 결집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한 간의 상생·공영 정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고 또 핵을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공언해온 북한 측 진의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한 정상회담을 해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이번 만큼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처럼 실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의제는 북한 핵 폐기,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남북한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되, 한 번의 만남으로 합의서를 채택, 발표하는 이벤트성 성과 거양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의 주장과 진의를 확인하는 것만 해도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나, 우리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협정 체결보다 북한 핵의 전면 폐기와 남북한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함을 주지시켜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 해석을 달리해 이행할 수 없는 ‘일반원칙’들을 합의 발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식 연방제로 해석하는 6·15 공동선언 제 1, 2항 이행을 요구할 경우 우리는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귀환한 직후 국무회의에서 설명한 대로 제1항은 남북한 당사자 간 해결, 제2항은 북한의 연방제 포기로 해석하는 선에서 대처해야 한다.

둘째, 2월 6~13일 중국 왕자루이와 북한 김계관이 교차 방문해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한 만큼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 개최도 빠를수록 좋을 것이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정들이 있고 특별히 피해야 할 기간도 있다. 6월 지방선거에 가까우면 정치에 이용된다는 논쟁에 휩싸이고, 하반기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행사, 11월 11~12일 G20 정상회의 준비로 곤란하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6월 15일을 전후하여 개최하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셋째, 장소는 동서독 간에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시기인 1970년 3월과 5월 동서독 정상이 회담 보좌 수행원만 대동하고 국경지역 도시인 동독 에어푸르트와 서독 카셀로 열차로 이동해 환영식·만찬 등의 행사 없이 실무형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례를 참고해 이번에는 도라산 역을 추천한다.

도라산 역에서 회담이 개최되면 북한 측이 답방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고 북한 측 지역인 개성공단에서의 후속 정상회담도 기대된다.

도라산 역은 2002년 2월 부시 대통령 방한 시 김대중 대통령과 같이 연설을 해도 될 정도로 잘 꾸며져 있고 휴식 공간도 구비돼 있어 실무형 정상회담을 하기에 충분하고, 북한이 우려하는 경호 환경도 서울보다 낫다.

영부인까지 대동하고 평양을 재차 방문해 환영행사, 오·만찬 행사를 하는 것은 서로 신뢰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대치 관계에 있는 한반도의 현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적 입장과 국제 관례에도 맞지 않다.

8월 중 한국 지역인 도라산 역, 9월 중 북한 지역인 개성공단에서 실무형 정상회담을 연속 개최해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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