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풀뿌리 보수운동 ‘티파티(Tea Party)’
美 풀뿌리 보수운동 ‘티파티(Tea Party)’
  • 미래한국
  • 승인 2010.03.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간섭 배제, 지출감소, 감세, 개인책임 등 강조


전국 수백개 그룹,
지난해 7만명 워싱턴 DC에서 오바마 반대 집회

제2의 ‘보스턴 차사건’(Boston Tea Party)이 될 것인가?

미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파티(Tea Party)’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 운동이 미국 독립전쟁의 단초가 된 1773년 ‘보스턴 차사건’처럼 미국의 판도를 바꿀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보스턴 차사건은 영국이 의회 대표가 없는 아메리카 식민지에 세금을 부당하게 부과하자 식민지인들이 반발한 대표적 사례로 당시 보스턴 항에 정박 중이던 영국 동인도회사의 선박에서 중국산 차(茶)를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이다.

티파티 운동은 ‘정부가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가진 오바마 행정부의 ‘큰 정부’에 대한 반발이다.

이 운동은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 AIG 등 보험회사, GM 등 자동차회사 등에 약 8,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을 풀고 수천억 달러의 정부지출이 소요되는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하자 이미 심각한 수준인 연방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발단이 됐다. 여기에 오바마 정부가 개인건강보험까지 간섭하며 미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반기를 든 것.

CNBC의 릭 산텔리 기자는 지난해 2월 19일 주택 차압 방지를 위한 오바마의 법안이 재정적으로 건실하게 살아온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기 능력 밖으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 구제금융을 주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우리는 7월 시카고에서 (이에 저항하는) 티파티를 가질 생각”이라고 농담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같은 심정의 많은 미국인들의 가슴을 쳤고 ‘티파티’는 순식간에 오바마의 ‘큰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모든 움직임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그 후 ‘티파티’가 들어가 있는 3,200여 개의 웹사이트가 생겨났고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티파티 그룹이 조직되었다. 이들은 건강보험개혁안이 한창 논의되던 지난해 8월 지역주민 간담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고함을 치는 과격한 모습으로 등장했고 9월에는 워싱턴 DC에서 약 7만 명이 운집해 오바마 행정부의 ‘큰 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티파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미국인들이다. 세라 페일린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자신을 티파티 운동의 한 사람이라며 “이들은 전에는 정부와 관련된 일에 개입한 적이 없는 선량한 미국인들로 지도자도, 중앙 사무실도, 연례행사도 없다”고 소개했다. 페일린은 “하지만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지출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잡는 것을 보며 애국심과 우리가 함께 일어나면 뭔가 다르게 할 수 있는 마음으로 포럼과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지난 3일 USA Today에 기고한 칼럼에서 밝혔다.

글렌 레이놀드 테네시대 법대 교수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테네시 내쉬빌에서 열린 첫 번째 전국티파티대회에서 10명의 참가자들을 인터뷰했는데 공통점은 모두가 전에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었고 이제 시작하지만 가치 있으며 재미 있다고 말했다고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소개했다.

이런 점에서 티파티 운동은 풀뿌리 운동이며 정부의 간섭 배제, 지출감소, 감세, 개인책임 등을 강조하는 경제적 보수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시끄럽게 외치고 사그라질 것으로 기성 정치권이 보았던 티파티 운동은 오히려 목소리가 커져 지난 11월 뉴욕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하는 등 보수 가치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 결국 그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 후 각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보수 가치를 잘 대변하는지 조사해 그런 후보만 밀어주면서 기성 정치권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가령, 찰리 크리스트 플로리다 주지사는 상원의원이 확실시 됐는데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한 것에 티파티 그룹들이 반발, 지금은 티파티 그룹들이 지지하는 마르코 루비오 주하원의장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티파티 그룹은 이번에 테네시 내쉬빌에서 처음 전국대회를 갖고 전국에서 각기 활동했던 타피티 그룹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2박 3일 동안 ‘유권자 등록 촉진하는 법’, ‘티파티 그룹 조직·연합하는 법’, ‘젊은이들을 보수운동에 참여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토론을 가졌고 마지막날 기조 연설은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가 맡았다.

티파티 운동은 오는 3월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미 전국 42개 도시를 돌며 ‘티파티 익스프레스(express)’라는 순회집회를 갖는다. 특히, 상원 원내대표인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의원 지역구인 네바다 집회 때는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기조 연설을 할 예정인데 건강보험개혁법안을 주도한 리드 상원의원 낙선을 겨냥한 것이다.

티파티 운동은 미국인들의 2/3가 현 연방정부에 불만족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의 반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 ABC 방송과 공동으로 미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2/3가 연방정부에 불만족하거나 분노하고 있으며 53%는 연방정부가 자신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미국인들의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은 10여 년만에 최고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여론은 정당에 대한 선호도를 바꿔 공화당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4개월 전만해도 정당별 선호도는 민주당 51%, 공화당 39% 였는데 지금은 둘 다 46%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당선의 결정요인이었던 무소속들은 이제는 공화당을 더 선호해 지지도가 공화당 45% 대 민주당 31%로 역전됐다. 민주당이 버지니아, 뉴저지 그리고 매사추세츠에서 연패한 이유를 보여주는 조사들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펼쳐온 ‘큰 정부’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나는 중단하지 않을 것(I don’t quit)”이라며 그동안의 정책들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고 건강보험개혁, 환경 이유 교역규제 법안, ‘일자리법안’이란 이름의 또 따른 경기부양책 등을 강조했다.

티파티 그룹들은 언제든 공격할 태세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Don’t tread on me’(DTOM.나를 밟지 말아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깃발을 종종 사용한다. 이 깃발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아메리카 식민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는 누구와도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큰 정부’ 정책이 계속되면 될수록 티파티 운동 역시 더욱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티파티 그룹들은 지난해는 자신들을 거리로 나가게 해였다면 중간선거가 있는 올해는 투표로 자신들을 증명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