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화폐개혁 이후 북한
[분석] 화폐개혁 이후 북한
  • 미래한국
  • 승인 201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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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속출, 체제 불안정 가속화 가능성


북한이 작년 11월 30일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한 후 북한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한국>의 북한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숨겨둔 뭉치 돈들이 휴지조각이 되는 충격 속에서 북한 내 장마당에서 크고 작은 소란과 소동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일부 장마당은 아예 폐쇄되기도 했으며 굶어죽는 사람들이 점차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북한 정권은 신권을 풀어 두 달 치 월급을 지급했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돈이 유통되지 않아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환율이 급등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 불안이 곳곳에서 노출되면서 최근엔 급기야 화폐개혁 실무를 담당했던 노동당 재정관리부장이 해임되고 김영일 내각총리가 화폐개혁으로 야기된 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이 공식 확인됐다. 이런 일들은 전에는 북한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다.

과연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2월 19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는 사단법인 북한전략센터(대표 강철환) 주최로 ‘화폐개혁 이후 북한정세 변화와 전망’이라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북한의 화폐개혁 문제를 최초로 다룬 이날 세미나는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서 결과를 예측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강철환 대표 대독) 서두 인사말을 통해 “김정일 정권은 지난 10년간 시장경제를 개척해 만들어낸 인민들의 삶의 터전을 화폐개혁으로 완전히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김정일은 인민이 행복해지면 자신이 불행해진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개탄했다. 1부 사회를 맡은 조명철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북한의 화폐개혁은 살아보고자 하는 인민의 끈을 끊어놓은 반인민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북한내 경제상황에 대해 “북한은 국내 자원이 고갈되고 실물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제 외화는 가치 저장 수단 뿐 아니라 교환 수단으로까지 그 효용을 확대하기에 이르렀고 주민들은 원화기피, 외화선호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계획경제 붕괴에 따른 국내 공급부족의 심화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서 북한 원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졌고, 어느 순간에 화폐개혁이 실시되어 화폐를 탈취할지도 모른다는 위험과 불안이 상존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원화 보유를 기피하고 외화 보유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화폐개혁의 성공과 실패 시나리오에 대해 점검하면서 “경제학적 관점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은 상당히 불안한 조치이며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며 북한 원화의 기피 및 외화선호 현상, 달러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외화 암시장이 팽창하고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체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편 동용승 박사(삼성경제연구소)는 “북한의 화폐개혁은 단순히 한 번에 성공하고 실패할 문제가 아니다”며 “체제 변화의 힘과 변화를 억제하려는 힘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루한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적 변화 전망에서 “당초 화폐개혁의 목적은 후계자 추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었던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현재 북한이 후계체제 공식화를 위해 여러 준비단계를 거치고 있으나 화폐개혁 실패로 흩어진 민심을 잡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연구위원은 “정권을 위협할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화폐개혁 이후 북한 내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소수의 신흥재력가들의 화폐자산은 감소했지만 다수의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화폐교환 전 수준의 임금이 지급돼 사실상 일시적 조치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북한의 의도와 달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되자 화폐개혁이 용도 폐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로 인해 김정일의 후계구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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