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는 독재자 이름·생일과 같으면 안 돼
北에서는 독재자 이름·생일과 같으면 안 돼
  • 미래한국
  • 승인 2010.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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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잔치도 우상화 도구로 이용

북한에는 독재자 외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없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의 본명인 김성주,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 김정일의 할아버지 김형직, 할머니 강반석 등과 이름이 같아도 모두 이름을 바꿔야 한다. 성이 다르고 이름만 같아도 쓰지 못하게 한다.

북한은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면서 김일성 김정일 유일사상체계를 우상화했을 때부터 이를 추진해 왔다. 김정일은 김일성과 자신 그리고 가족들의 신격화를 위해 주민들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을 못부르게 하는 차별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동시에 그들의 이름에 대한 존엄성을 확립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려 했다.

이 뿐이 아니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에 태어난 사람도 알아서 다른 날로 생일을 바꿔야 한다.

최근 북한 당국은 김정일 후계 논의가 되면서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요구한다고 한다. 각급 당위원회와 보안서, 주민등록기관들은 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해 개별적으로 그들을 호출한 후 개명을 지시한다고 한다.

함경남도 단천시에서는 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20~30명이 개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의 생일인 1월 8일이 생일인 주민들은 이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재자 생일잔치를 우상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이어 2월 16일 김정일 생일, 또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김정은의 1월 8일 생일잔치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모택동이나 쿠바의 카스트로도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정하지 않았다. 과거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스 차우세스쿠가 자신과 부인의 생일을 모두 국경일로 정하고 기념했지만 결국 1989년 민중 봉기로 두 사람 모두 처형됐다.

북한 주민들은 국경일로 지정된 독재자의 생일에 평소에 먹지 못하던 음식을 배급받으며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법칙 같이 독재자 우상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평소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사탕, 껌 등이 든 과자 봉지를 선물받기에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만성적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지역에 따라 독재자 생일의 배급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추세이다.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장마당에서도 식량 구하기가 힘들어져 주민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자 북한은 김정일 생일을 계기로 배급을 늘려 민심을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려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공급이 여의치 않아 불만이 팽배한 주민들을 달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생일이 되면 각종 군중 동원 행사가 있는데 여기에 동원되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 2월이면 추운 날씨인데 김일성 광장 앞에 나가 경축하는 춤을 추어야 하고 청소년 학생들은 김정일의 출생지라고 하는 백두산 밀영의 고향집을 방문해야 한다. 평양에서는 당 간부들의 김정일 업적연구토론회가 개최되고 북한 전역에서는 김정일 우상화 영화 상영과 체육대회가 열리는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

정현국 기자 chw-9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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