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의 부재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의 부재
  • 미래한국
  • 승인 201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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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 박성현 편집위원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를 탄생시켰다. 통합의 주된 이유로 교육과 과학기술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꼽았다. 초·중·고등학교 과학교육은 물론 대학의 과학기술교육도 한 단계 승화돼 한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 탄생 2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평가해 보면 본래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고 있고 도리어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과학기술인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원래 교육은 가치 판단적이고 국민들의 의견에 민감하며 정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데이터에 근거해 확실한 것만을 얘기하고 논리적이며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이 둘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이다. 교과부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 보기로 한다.

첫째, 교과부로 통합될 때에는 교육과 과학기술 기능을 동등하게 무게를 두고 출발했으나 국민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교과부의 주요 업무가 자연적으로 교육에 치중되고 과학기술은 뒷전에 밀리면서, 현재는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에 흡수 통합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교과부가 출범하면서 통합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교육을 담당하던 공무원을 과학기술 분야에, 과학기술을 담당하던 공무원을 교육 분야로 순환 배치했으나 교육과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차이로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고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부처가 교육부에 흡수돼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둘째, 국가의 전반적인 R&D 경영에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R&D 투자를 2008년 11.1조 원에서 2009년 12.3조 원으로, 올해에는 13.7조 원으로 증액했고 2012년에는 2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 R&D 투자에 대한 현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부 R&D 예산에 대한 효율적 투자배분과 관리를 담당하는 소위 ‘컨트롤 타워’ 기능이 미비하다. 올해의 13.7조 원의 배분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부가 각각 4.4조 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방위사업청이 1.8조 원, 국토해양부가 5,800억 원, 중소기업청이 5,600억 원 등이다. 그러나 예산 집행에서 범부처 연계·협력 사업의 공동 기획 및 추진이 미흡하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녹색기술개발 투자, 지방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사업에서 부처 간 협력체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조정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의 정책조정기획관이 사무국장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교과부 이외의 다른 부처까지 원활히 조율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독립된 상설사무국을 두고 교과부와 관련이 없는 장관급 책임자(청와대에 과학기술수석, 혹은 내각에 과학기술 담당 무임소 장관)를 신설해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투자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고 그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본부장은 장관급)를 두어 정부의 모든 부처 R&D를 조정하는 기능을 부여한 바 있었다. 

셋째, 교과부가 과학기술 행정 기능이 미약해지면서 현 정부 초기의 강한 정부 R&D 투자 의지가 퇴색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정치적인 문제로 좌절되면서 국가의 장기적 R&D 투자계획인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이 속절없이 고사되고 있고, 사회복지 관련 예산의 확대로 2012년에 목표하고 있는 20조 원의 정부 R&D 투자 계획이 좌초할 위기에 놓여 있다. R&D 투자가 높은 기업이 미래가 밝은 기업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R&D 투자가 많은 국가가 미래의 전망이 밝은 국가이다. 정부의 R&D 투자가 확대돼야 민간부문의 R&D도 확대될 것이다.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R&D 투자를 더욱 과감히 이끌어 나가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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