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김정은 후계 반대세력 있을 수 없어
북한에 김정은 후계 반대세력 있을 수 없어
  • 미래한국
  • 승인 201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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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디로 가나 = 인터뷰] ‘탈북민 박사 1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일이 후계자를 지목하면 누구든 그대로 되는 거죠. 북한 내부에서는 이에 반발해 봉기를 일으킬 만한 세력이나 정서가 없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박사 1호’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56)은 김정일 이후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이렇게 분석했다. 안 소장은 1979년 판문점 부근 북한군 민병대대 부소대장으로 복무 중 귀순해 고려대 정치외교학를 졸업하고 1997년 ‘북한의 통치이념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분석관으로 일했고 지난 7월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해 소장에 취임했다. <미래한국>은 안 소장으로부터 최근 북한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최근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삼남 김정은이 동행했을까요.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 동행한 차량이나 인원이 상당히 많고 숙소 규모로도 볼 때 김정은이 따라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일의 이번 방중에 여러 목적이 있었겠지만, 김평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와 최용해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등 신진 당료, 지방 당료 등이 이번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봐서 장춘, 길림 일대의 개혁 개방 성과에 대한 시찰 목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이 중국지도부에 김정은을 직접 소개함으로써 이른바 ‘세자 책봉’을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北의 지도체제는 ‘누가 지배하느냐’ 아닌 ‘어떻게 지배하느냐’

북중 관계를 조선시대와 똑 같은 사대관계로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후계 리더십을 인정받으려 했을 겁니다. 김정일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9월 당대표자회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를 것으로 결정할 테니 식량, 원유, 인프라 건설 등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식 개혁을 따르지 않았지만 3대 세습 리더십에서는 중국식 개혁 개방 없이는 북한을 통치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중국이 보상을 해준다면 적극적으로 중국 방식을 추종하겠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을 것입니다.

- 김정은 후계구도가 확정됐다면 과연 김정은이 어떤 방식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9월로 예정된 북한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체제의 특징은 누가 지배하느냐에 있지 않고 어떻게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최고 지도자가 후계자를 점지하면 누가되든 그대로 가는 거죠. 북한 내부에서 이에 반발해 봉기를 일으킬 만한 세력이나 명분, 정서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든지 주변의 반대 세력 때문에 순탄하게 이루어지겠느냐고 의문을 갖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단지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시기는 아직 이를지도 모릅니다. 다른 간부들은 나이가 많은데 김정은이 너무 젊어 주석단에 오르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에게 주어질 공식적인 직책은 조직비서가 유력합니다. 1997년 김정일이 총비서 취임 이후 조직비서를 겸직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직책상으로 공석입니다. 다른 공산주의 국가 사례에 비춰볼 때 총비서 밑에 제1비서를 신설해 임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죠.


외부 지원 없으면 경제 회생 어려워

70년대 김정일이 등장할 때처럼 김정은에게 후계 승계하는 것을 숨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김정은 후계 문제가 국제사회에 많이 알려져 있고 김정일이 극도의 권력 피로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이나 노동당 중앙위 군사위원장만 유지하고 건강 문제 때문에라도 후계 문제를 구체화할 것입니다.

- 내부 반발이 없다고 해도 김정은 혹은 또 다른 후계자의 체제 장악력이 김정일에 비해 훨씬 약화되지 않을까요.

김일성이 통치하던 60, 70년대에는 북한이 나름대로 생산력을 발휘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통제 체제 아래서도 충성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정권을 이어받아 30년 동안 실권을 행사하며 아버지의 유산을 고갈시켰습니다. 가난한 사회주의 공화국을 만든 것이죠. 김정일이 다 망한 북한을 김정은이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김정일이 이를 잘 알고 있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죠. 지금 수해 명분으로 남한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남한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도와주지 않고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적은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기 어렵죠.

김일성에 비해 주민들로부터 신임이 적은 김정일은 백두산 혁명 가문 출신이라며 포장됐고 김정일보다 더 약한 김정은은 만경대 가문 출신이라며 선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 이데올로기는 안중에도 없는 상황입니다.

- 그렇다면 김정은 대신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상무위원은 김정일만 남았고 정치국원은 절반도 안 남았습니다. 김정일이 건재하고 김정은도 집단 지도체제 경험이 없어 공식적으로 수령제를 포기하기 전에는 비현실적 얘기입니다. 마르크스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집단 지도체제라면 다수결로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를 기대할 수는 없죠.


당이 실권 장악 경제 활성화 나설 것

-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더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이 된 것은 분명히 지위가 격상된 것입니다. 당이 군부를 장악하려는 것이죠. 장성택은 정치국 상무위원 등 김정일 바로 밑의 지위를 가지고 김정일 대신 공식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입니다. 김정은이 어떤 지위를 갖느냐에 따라 장성택의 지위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또 김정은의 지위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장성택에게 무게가 실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미 힘은 김정은에게 가고 있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일 패밀리의 얼굴 마담이죠. 최고 의사결정은 김정일과 김정은이 한다고 보면 됩니다. 김정은의 능력 여부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가 지시를 하면 집행은 밑에 사람들이 하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그냥 가는 겁니다.

-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북한이 시장경제로 갈 것 같다는 분석을 내 놓은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계획경제의 실체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어요. 이를 이미 장마당 경제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장마당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장경제를 내세울 것으로 봅니다. 민간경제부문은 오래 전에 기능이 안 되는 상태이고 군수경제도 50% 가동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방식 시장경제를 채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농촌에서 가내공업 형태로 시작돼 대도시로 확산된 중국식 시장경제 형태를 모방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 정권의 의도대로 잘 갈지는 모르지만 북한을 이끌어갈 대안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소위 경제개건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도로, 항만, 발전소 등의 건설에 군 병력을 동원했지만 이에 한계가 왔어요. 군인들을 제대로 먹히고 입힐 때 충성하고 노동력으로서 가치를 발휘하는데 지금 군인 집단마저 식량문제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당이 장마당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해서 군에서 당으로 권력을 되돌려주려 할 것입니다. 당대표자회가 당이 군에 잃었던 권력을 되찾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근 수해를 맞아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신중을 기해 북한을 길들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직원 억류 때와 달리 이번 대승호 선원 귀환이 신속히 이뤄진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 필요합니다. 꼭 산술적으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상응한 반대 급부를 받아내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최소한 유감이나 사과를 받아내야 할 필요가 있고 북한이 그렇게 나올 때 쌀이나 비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모두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 같지만 북한은 지금 권력 이동 시점이라 북한이 정상회담에 집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 체제 변환, 개혁개방, 남북사회 동향 연구

- 바람직한 통일 방안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의 자유의 가치가 잘 알려지고 북한이 어느 정도 시장경제로 이동했을 때 통일이 이루어져야 부작용이 적을 것입니다. 북한이 그동안 선군정치를 하며 북한의 경제를 피폐시켜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경제수준이 향상되면 통일 이후 어려움이 덜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그들의 경제를 향상시키려는 것이 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고 단지 7·4공동성명 이후 남한이 발전한 것을 볼 때 적화통일이 쉽지 않으니 북한만이라도 지켜야겠다는 방향을 정했습니다. 북한 반쪽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대한민국은 국력이 신장되고 국격이 튼튼해져 자신감이 있어 통일을 얘기하는 것이죠. 북한의 극소수 엘리트들은 남한에 흡수 통일되느니 차라리 중국의 동북4성에 포함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상황입니다.

- 1979년 입국 후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요. 지난 7월에는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했는데.

그동안 저는 국가정보기관에서 20년 가까이 북한 문제를 연구하며 북한체제 변화와 급변사태 대비 등의 연구를 해왔습니다. 한국에 북한 연구기관이 많은데 국제적 시각에서 북한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체제 변화가 임박한 시점에 공산주의 체제 변화를 경험한 외국의 학자들과 탈북민 출신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함께 북한의 체제 변환, 개혁개방, 남북한 사회 통합 등 세 측면에 초점을 맞춰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미국 한미경제연구소 국장은 차우세스쿠 정권이 무너지고 시장경제로 변환되는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이런 분들이 해외학자로서 이사로 참여합니다. 다른 동구권 국가와 호주 등의 학자들이 참여하게 돼 북한 체제 전환에 관한 좋은 방안을 제시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그동안 적지 않은 북한전문가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잘못된 분석을 내놓거나 친북적 성향으로 논란이 돼 왔습니다.

한국의 북한학자들은 노동신문이나 김일성 종합대학학보 등 북한이 출판하는 1차 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매체들은 선전선동이 있어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체제를 경험한 북한 출신 학자들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 연구센터에는 북한 출신 박사학위 소지 학자가 3~4명 있고 박사과정 연구원도 4명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현실을 냉철히 분석하는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 개인적으로 어떤 계기로 귀순하셨나요.

저는 북한 인민군으로 서부전선에서 9년간 복무했습니다. 25세 때 노동당에 입당하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지요. 그런데 제대 후 일반 대학에 가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정치군관학교를 졸업한 후 정치군관이 돼 계속 군대에 남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죠. 이에 불만을 품고 북한의 간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편지를 김일성에게 보내놓고 남쪽으로 왔습니다. 제가 남쪽으로 온 후 이틀만에 가족들이 요덕 정치범수용소로 끌려 갔다는 것을 이후 알았습니다.

- 탈북민 2만 명 시대를 맞아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탈북민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대한민국 외에 탈북민들이 지금도 23개국에 2,000여 명이 있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민들이 혜택을 잘 활용하며 역량을 길러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나서야 합니다. 6·25 전후로 넘어온 실향민과 전쟁 이후 넘어온 탈북민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단결해서 허약한 북한체제, 문명에서 이탈하고 역진하는 북한을 민주화시키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 행동해야 합니다. 학자는 학자로서 언론인은 언론인으로서 단체 구성원은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

사진·김동수 기자 dskimkor@futurek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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