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 안의 ‘어린 지도자’에게 해부의 메스를 들이대다
인큐베이터 안의 ‘어린 지도자’에게 해부의 메스를 들이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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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후계자 김정은 (이영종 著·늘품프러스 刊·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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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절정을 달리는 21세기 이 시대에 우려하고 걱정하던 미증유의 사건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절반 땅 북한에서 불과 약관의 27세 김정은이 김씨 왕조의 차기 지도자로 등장한 것이다. 노동당의 제도적·절차적 지배 복귀를 기대하던 대내외의 기대가 하루만의 정치이벤트로 물거품돼 사라진 3차 당대표자회 그 버블의 틈을 헤집고 나타난 어린 지도자는 언뜻 보기에도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과연 김정은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는지, 또 지도자 수업을 어떻게 받았는지 의문의 장막에 가려 알려진 것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깊이 간파한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는 이미 1년여 전부터 ‘후계자 김정은’이란 해부서를 준비해왔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만약에 일본의 후지모토 겐지가 먼저 김정은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면 우리 체면은 어떻게 됐을까. 바깥세상에서 김정은을 만나본 사람은 후지모토 겐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영종 기자의 투철한 기자정신과 사물의 관찰능력, 학문적 투시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로 북한 김일성 정권이 성립된 지는 62년이 되며 김정일이 공식 후계자로 지목된 지는 꼭 36년이 된다. 일제식민통치도 36년으로 막을 내렸듯이 김정일 체제도 여기서 끝이 보여야 정상이 아닌가 말이다. 문명을 거역하며 진화의 역주행을 달려온 김정일 체제의 결과는 일제 식민지 말기보다 못한 ‘기아의 천국’을 북녘 땅에 펼쳐놓았다.

한민족의 분단 이후로 외세의 횡포와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주 독립을 위해 민족의 반을 함께 이끌고 존립하는 명분으로 형성됐던 ‘어버이 수령’과 ‘어머니 당’, 그리고 수령과 당이 함께 호흡할 수밖에 없었던 인민의 유기체적 사회정치생명체론의 통치 명분은 이미 김일성 시대와 더불어 역사박물관에 갔어야 했다. 나는 이 서평에서 굳이 이미 고인이 된 김일성과 그의 세습자 김정일까지 매도할 병든 생각은 없다. 다만 김정은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등장으로 기아의 천국이 30여 년 더 연장된다면 북한은 사람이 사는 사회가 아니라 ‘꼬리 없는 짐승들’의 거대한 동물원으로 변모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이영종 기자의 활약은 국내를 초월해 세계의 북한 관심사 그 한복판을 점유하게 될 것이다. 벌써 ‘후계자 김정은’은 일본 출판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면서 영어권으로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단지 해부서를 뛰어넘어 북한의 심장부를 고발하고 나아가 민족의 통일의 지름길까지 안내하는 ‘북한연구의 또 다른 로드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본인이 알기로 이영종 기자는 부모님 고향이 북녘으로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 착시현상에 빠지기 쉬운 북한 정치의 구석구석을 우리 모두에게 반듯하게 비춰줄 것이다.

북한에서 김씨 왕족들의 화려한 생활은 곧 노동자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과 대칭되는 굴절과 퇴행의 거울이다. 그들의 풍악소리가 드높을 때 인민의 통곡소리 드높고, 그들의 황금 술잔에 고급술이 넘칠 때 노동자 농민들은 한 줌의 쌀이 없어 짐승처럼 죽어갔다. 더 이상 통일을 미룰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통일은 한반도에서 최선의 평화이며 독재를 불사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7천만 민족의 유일무이한 목적지이다.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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