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이후
70대 이후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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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열세살 홍안 소년들이 그 많은 고비를 넘기고도 용케 살아남아 매월 한 차례씩 모인다. 70대 모임에선 이런 얘기들이 오간다.


미국인의 이혼 사유

사회부 기자 한 사람이 미국인의 혼인 실태를 현지 조사했다.
“왜 이혼이 많은가?”
“좋아하는 사람끼리 결혼하니까요.”
“그러면 최고 아닌가?”
“하지만, 편하니까요.”
어리벙벙하던 기자는 여러 사람에게서 비슷한 대답을 듣고 한참만에야 이해가 갔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결혼하면 서로 눈치 안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섹스만의 쾌락은 결혼 초기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섹스도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때는 서로의 인품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섹스 외에 다른 애정 표시방법이 없게 되면 금세 진력이 나게 되고 마침내 이혼으로 가게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것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도 31만 쌍 결혼에 13만 쌍이 이혼했다. 40%대다.
한 쌍의 남녀가 합의했다고 가정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생활이라는 자각과 그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황혼 이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 같다는 것이 친구의 결론이었다.


6·25세대의 함정

한 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다. 6·25를 거쳐온 우리 세대가 똑같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오랫동안 끼니 걱정에 시달려온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뒤로 미루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왔다. 친구들 중에서도 착실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랬다.
이제 아이들도 다 출가하고 일도 줄고 여유도 생겼으니 자, 인생을 좀 엔조이해보자. 그런데, 아뿔사, 여행을 가도 금세 지치고, 산해진미도 입에 안 맞고, 골프도 허리만 아프구나. 이것은 아무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현재를 미래를 위해 있는 것이라 착각한 벌이다.
재산이 없으면 사람이 비굴해지지만 그렇다고 재산만 쌓다가 죽으면 그건 더욱 무참하다. 미래를 시계에 넣고 현재를 충실히 살았어야 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것을 그는 ‘중용의 길’이라 표현했다.


70대 80대 90대

발이 넓어 선배 중에 많은 지우를 가진 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다.
“쾌식 쾌로 쾌면 쾌변(快食 快勞 快眠 快便)”이 노후 4쾌(快)다. “시원히 먹고, 시원히 일하고, 시원히 자고, 시원히 변을 본다.” 예부터 그렇게 일러왔다지만 그러나 그것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때 애기다.
수명이 길어져 80, 90으로 늘어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80대가 되면 인격이 뭉그러진다.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사소한 일에 다투고, 잔돈에 인색해진다. 후덕하기로 이름났던 법조인이 친구 자문에 상담료를 요구했다. 머리 속 기관 중에 본능 부문만 남고 교양 부문이 먼저 사멸해버린 것이다. 90대가 되면 폐인의 길을 걷게 된다. 흉허물 없이 지내던 친구들은 다 떠나가고 나만 처졌구나. 만사 귀찮다. 불로장수라면 몰라도 노쇠장수는 하나도 반갑지 않다. ‘달과 6펜스’로 유명했던 서머셋 모옴도 90을 넘기면서 살고 있는 자체가 지겹다는 말을 남겼다.
8, 90대가 다 같이 하는 말은 ‘우리도 70대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친구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우리 모두 70대를 정말 소중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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