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행보 주목
美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행보 주목
  • 미래한국
  • 승인 201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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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상·하원서 전례없는 승리 예상
▲ 투표하고 있는 미국시민

중간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 미국은 이미 대세는 공화당으로 기울었다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궁금한 것은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얼마나 많은 차로 민주당에 승리하느냐이다. 현재 유력한 전망은 공화당이 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고 상원은 과반수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의석수를 늘릴 것이라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벌써부터 민주당이 패배한 후의 정국을 진단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9월 말 ‘미국에 대한 약속(Pledge to America)’라는 정치백서를 발행,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4일 연속 선거 유세를 지원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화당, 하원 과반수 차지 전망

급기야 마이클 스틸 공화당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한 방송에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하원에서는 석권할 것이고 상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는 스틸 위원장의 주장이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10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49%였고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43%였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12% 앞섰던 2006년 중간선거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어떤 정당이 국가당면과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2006년에는 민주당이 19% 앞서 있었으나 지금은 공화, 민주 거의 동률이다. 이런 상황은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1994년 때와 비슷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공화당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민주당보다 훨씬 뜨겁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4분의 3은 2010년 선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보고 있다. 반드시 선거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퓨(Pew) 리서치가 10월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83%가 반드시 투표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원은 69%가 그렇게 답했다. 민주당이 막판 선거전략으로 주력하는 것도 2008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젊은층과 흑인 및 히스패닉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과다한 경기부양책 불만


둘째, 무소속이 공화당 지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점은 2006년과 2008년 선거 때와 극명히 대조되는 것으로 현재 53%의 무소속이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다.(민주당 지지는 33%). 무소속은 미국 유권자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지지가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이 돼 왔다.

갤럽이 지난 6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이념성향은 보수가 42%로 중도(35%)나 진보(20%)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무소속 유권자들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반증이 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후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한 반발이 있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10명 중 9명, 무소속의 4분의 3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재정이 대부분 낭비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원은 10명 중 4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에 대해서는 찬반이 양분(찬성 47%, 반대 48%)돼 있는데 공화당원의 83%는 반대, 민주당원의 75%는 찬성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8,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나 전국민 의료보험을 겨냥한 건강보험개혁 등은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개인건강보험에 개입하는 것으로 작은 정부(limited government)를 지향하는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풀뿌리 보수운동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티파티’(tea party)가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미 헌법의 첫 문장인 ‘우리 사람들’(We the people)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미국의 주권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건국이념이 오바마 행정부에게 침해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일어섰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문제 해결에 진력하기보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미래 세대에 부채를 가중하는 전국민 건강보험 개혁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美 국민들의 세번째 경고

이들은 미국인들의 첫 번째 경고는 2009년 버지니아와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 열린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것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는 계속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2009년 내내 각종 여론조사와 타운홀 미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이 점유한 의회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상원에서 건강보험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반발이 민주당의 안마당인 매사추세츠에서 열린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이 승리한 것이다. 두 번째 경고였다. 당시 브라운이 승리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 지역인 매사추세츠에서 그것도 생전에 건강보험개혁안을 추진해온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사망해 비운 자리를 위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다수의 의회는 건강보험개혁안을 밀어붙였고 지난 3월 23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건강보험개혁안은 법이 됐다.

결국 이번 중간선거가 세 번째 경고라고 미국 보수 평론가들은 지적한다.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건강보험개혁안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그 책임을 묻게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건강보험개혁법을 무효처리하거나 법원을 통해 무효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망대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과연 정책 방향을 수정할 것인가?

정치 평론가들은 같은 민주당 출신인 트루만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예를 들며 오바마 대통령이 누구의 뒤를 따를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해리 트루만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하자 협조하기보다 의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이라고 치부하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재선에 성공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공화당에 내주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적극 협조했다. 공화당 주장대로 큰 정부를 종식한다고 선언한 후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균형재정을 위해 공화당과 협력했고 나중에 재선됐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1994년 중간선거 패배는 민주당 내 진보좌파의 목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돼 유연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재선의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가 유력해지는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선거 후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모아지고 있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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