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북 대화, 어떻게 해야 하나
  • 미래한국
  • 승인 201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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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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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월 초 이후 대한민국을 향해 잇달아 유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유화조치 혹은 대화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전개된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남공세의 세 가지 목적

북한이 대남 대화공세를 펴는 주된 목적은 다음의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남한으로부터 현금과 쌀 및 기타 물자들을 얻어가고, 북한정권과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 간의 광범한 접촉·교류를 재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현 단계에 있어서 북한의 화전양면(和戰兩面)에 걸친 모든 형태의 대남조치의 기본 목적이다. 얼마 전 발생한 북한의 수해와 식량난으로 인해 이러한 목적은 더욱 절실해졌다.

둘째,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사건을 남북 간의 쟁점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려는 것이다. 남북 간에 각종 행사들이 진행되고 대화가 재개되면서 대화의 의제들이 합의되면 천안함사건은 자연히 남북 간의 현안 쟁점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고, 마침내는 유야무야 될 것이다.

셋째,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회담 진행 과정에서 핵무기 보유국가의 지위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적 재제의 완화·철폐를 유도하는 외교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우리가 최근 전개된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게 되면, 그것은 이상과 같은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목적 달성에 협조해주는 것이 된다. 우리가 설사 북한의 그런 목적달성에 결코 협조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대화재개에 임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협조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는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솔한 사과가 없는 한 북한과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대화공세를 외면하는 것이 옳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현실

그러나 현재의 국내외 정세는 우리 정부가 그러한 대응을 할 경우 꽤나 무거운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돼 있다. 이미 국내여론 동향은 ‘북한 수재민을 돕기 위해 북한에 쌀을 주자’,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더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국제사회도 북한을 고립시켜놓은 상태에서는 설득하기가 더 힘들다는 쪽으로 다시 기울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여론 동향이나 국제사회의 동향은 이론적으로는 옳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모든 제재는 제재 대상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어 자기들의 입장을 변경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국내여론이나 국제사회의 동향은 북한이 제재로 인한 고통을 심각하게 느끼기도 전에 제재를 해제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했으면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투약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데, 약효가 나타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 기간도 경과하기 전에 처방을 바꾸는 것은 질병치료의 기본을 모르는 어리석은 처사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국내여론 및 국제사회의 동향은 이론적으로 옳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현실이며, 우리 정부는 그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내부에서조차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남북한 간의 경색을 풀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면서 북한이 대화공세를 전개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것을 저지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올바른 대응방법

첫째, 북한과의 모든 대화에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다루는 회담을 제외한 모든 회담에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게 되면, 천안함사건을 남북 간의 쟁점 목록의 후순위로 밀어내려는 북한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그런 조치를 취하면 북한은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도 대화재개를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둘째, 북한과의 각종 대화에 있어서 대화 3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대화 3원칙이란 상호존중, 진실한 의견(정보)교환, 약속이행 등을 말한다. 이러한 대화 3원칙은 모든 대화가 긍정적인 결실을 이루기 위해 준수돼야 할 보편적인 원칙인 동시에 남북한 간의 대화가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대화로 되기 위해 남북 쌍방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다. 남북 간에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대화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화들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조금도 기여하지 못한 것은 과거의 대화들이 모두 대화 3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대화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북 간의 대화가 대화 3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면 북한의 대화공세 목적이 일부 달성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결과들이 초래된다면, 우리는 그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대화 3원칙의 준수를 요구했을 때 북한이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는 바, 그럴 경우 우리는 북한의 그런 행동을 북한의 대화공세 목적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 간주하고 대화재개를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우선 사과와 대화의 3원칙 고수가 핵심

문제는 MB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대응함에 있어서 그와 같은 두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북한의 대화공세에 대한 MB정부의 반응을 보면 그런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북한의 수해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수재민을 돕기 위한 물자를 보내줄 용의가 있다고 먼저 북한에 제안한 것, 북한돕기운동을 하는 민간단체(그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들이 북한에 쌀 보내는 것을 서둘러 허가한 것, 북한적십자회가 쌀과 시멘트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기 바쁘게 우리 적십자사로 하여금 5천 톤의 쌀과 1만 톤의 시멘트를 보내주겠다고 발표하도록 한 것, 북한이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회담과 군사실무회담 개최에 매우 재빠르게 동의한 것, 행정부와 여당 내에서 천안함 출구전략 운운하는 목소리들이 높은 것 등이 그런 느낌을 밑받침한다.
MB정부가 보여준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MB정부가 대북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원칙이탈’을 가벼이 알며, 경솔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느낌대로 MB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호응하면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MB정부는 북한의 대화전술에 말려들어 북한이 노리는 3가지 목적 달성을 도와주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남북 간의 대화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의 남북 대화와 질적으로 동일한 대화, 즉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비인도적 정권을 지원해주고 남한의 종북-친북세력과 북한정권 간의 연대를 강화시켜주는 대화의 복사판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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