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가고 있는 손학규 대표
반대로 가고 있는 손학규 대표
  • 미래한국
  • 승인 201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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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Ⅱ]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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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이나 민주당을 이끌던 정세균을 넘어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민주당이 집권에 대한 열망이 배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도 민주당 김대중 집권에는 김종필로 대변된 충청지역이 합류했고 노무현의 집권에는 부산 경남 출신 후보를 내세워 돌파했다. 호남당에 호남 출신 당대표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손학규로 나타난 것이다.

손학규 대표에게는 장점도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교수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경기도지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경험을 가진 정치인이다. 비록 좌파적 운동권 출신이지만 유연하고 중도적 자세는 민주당 다수가 갖지 못한 온화함과 균형감각이 반영돼 손학규가 당대표에 선출된 것이다. 그렇기에 손 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선택해준 뜻을 받들어 새로운 민주당 체제를 만들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를 대표로 선출한 당원과 지지한 국민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손학규의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째, 호남을 넘어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의 변신이다. 이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손학규와 이인영을 빼고는 모두 호남 출신이다. 더구나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지원 원내대표도 호남임을 고려해 지도부 거의 모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다. 전국 정당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전라도 정당이고 지역의 특수이익만을 대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호남 대표에게 부여된 임무의 성격을 이해하고 전국 정당의 길을 열어야 한다.

둘째, 좌파 이념 정당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손 대표는 민주당이 더 이상 좌파 운동권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좌파적 친북정당으로 가면 갈수록 민주당이 국민과 국가에 기여할 것은 소멸되고 집권 가능성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1987년을 기점으로 그리고 1998년 김대중 집권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성숙했다. 더 이상 민주 투쟁이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 민주 투쟁 경력을 훈장 처럼 여기며 반정부 투쟁과 친북적 태도를 정당 활동의 우선 순위로 여기는 민주당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과감히 구각을 깨야 한다. 민주 가치가 중요하다면 일관성 있게 북한 민주화의 선봉이 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책임 있는 생산적 정책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공격하고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잘하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한나라당이 못하면 지지도가 올라가는 식의 종속변수적 위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당당하게 비전과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세력으로 평가받는 위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 발전에 기여할 가치를 설정하고 그 가치에 맞는 정책 대안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당대표직을 맡은 직후 손 대표가 걷는 길은 당원과 지지세력이 부여한 과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시작부터 반정부적 태도에 입각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폭정에 맞서야 한다”는 일성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폭정’이라고 판단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볼 때 손 대표의 발언은 오히려 민주당의 입지와 지지폭을 축소시킬 뿐이다. 더구나 국민 보편 정서에 다가가기 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에게 맞섰던 지난 시절을 반성하고 사죄했다.

결국 손 대표는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라는 당원과 지지 국민의 뜻과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대권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초조감의 산물일 뿐이다. 민주당 내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 대통령에 맞서며 좌파세력에 지지받는 대표가 되겠다는 의도 때문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에게 부여된 소명이 아니다. 그건 손학규가 아니라 민주당 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손 대표의 생명력과 지지는 손 대표를 선택한 당원과 국민의 소임에 대한 실천 결과로 평가되는 것이다. 손 대표는 좌파이념적 정당의 틀을 벗어나고 전국 정당의 길을 여는 데 기여해달라는 염원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생산적 정책 대안을 만들고 당의 집권 능력을 보여달라는 민주당의 열망을 실현할 때만 손 대표도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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