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국] 美 민주당 내 ‘블루 독(blue dog)’의 몰락
[오늘의 미국] 美 민주당 내 ‘블루 독(blue dog)’의 몰락
  • 미래한국
  • 승인 201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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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2월 ‘블루 독’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만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은 그동안 민주당 내 진보진영을 견제했던 중도세력인 ‘불루 독’(blue dog)의 몰락이다.

‘블루 독’은 민주당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패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중도적인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말한다.

이들 대부분은 오하이오, 인디애나, 조지아 등 미국 중서부 및 남부의 공화당 성향 지역구 출신들로 공화당 의원들에 비해 정도는 약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간섭, 과도한 정부지출을 반대해왔다. 이런 입장으로 이들은 진보적인 다른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사생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하면서 ‘블루 독’ 소속 의원은 대폭 늘었고 이들은 당시 선거 승리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진보적 의제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개혁안에서 정부가 건강보험을 직접 운영하는 ‘퍼블릭 옵션’(Public option) 삭제한 것이다.

16개월 전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때 ‘블루 독’ 의원 4명은 펠로시 의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펠로시 의장에게 ‘퍼블릭 옵션’을 반대한다며 이를 건강보험개혁안에서 빼지 않으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펠로시 의장은 이들에게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썼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들이 이탈하면 하원에서 건강보험개혁안은 통과될 수 없었기에 펠로시 의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퍼블릭 옵션’을 뺐고 이윽고 건강보험개혁안은 통과됐다.

이렇게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던 블루 독 의원들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몰락했다. 54명이었던 블루 독 소속 의원 중 살아남은 의원은 23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미국 동부와 서부 도시지역 출신들로 전형적인 진보 의원들이다. 이제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진보일색이 된 것이다.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펠로시 하원의장이 물러나기는 커녕, 차기 하원 민주당 대표로 다시 선출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7일 이뤄진 당내 선거에서 펠로시 의장은 150대 43의 표차로 차기 하원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반대표는 아직 남아 있는 블루 독 의원들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의장이 차기 의회에서는 자신의 개인적 견해와 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들과 일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당내 블루 독 진영의 방해 없이 마음껏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전보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예상대로 존 베이너 의원을 차기 하원의장으로 선출한 공화당은 미국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파티(Tea Party)’ 출신 초선의원들을 당 지도부에 참여시켰다. 이번에 당선된 공화당 하원의원의 3분의 1인 80여명이 초선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티파티’ 출신이라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티파티 출신 의원들은 의회 내에 ‘티 파티 코커스’(Tea Party Caucus)를 조직하고 티파티의 취지와 강령을 의회 내에서 실현하려고 벼르고 있다.

‘티 파티’를 대변하는 인물로 3선에 성공한 미셀 버크만 의원은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며 “(공화당) 지도부가 티파티의 취지에 맞지 않는 정책을 강요할 경우 적극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티 파티 코커스’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내 ‘블루 독’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차기 미 하원에서 공화, 민주당 간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 독 의원들이 몰락하면서 민주당은 더 진보적이 되고 티 파티 출신 의원들의 대거 진출로 공화당은 더 보수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진보적인 의제를 계속 붙잡고 공화당과 타협하지 않을 경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백악관 간 대결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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