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敎界)의 고민
교계(敎界)의 고민
  • 미래한국
  • 승인 201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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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노트]편집인 김범수



새해 벽두부터 종교계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인구의 30%가 기독교(천주교 포함 1,376만명, 2005년 통계)인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교회로 손꼽히는 소망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연초 담임목사나 측근들이 관여된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삼일교회, 분당중앙교회, 사랑의교회 등에서는 담임목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교회당 신축문제를 둘러싼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천주교계에서는 친북(親北)적 논리에 매몰돼온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치적 이슈를 둘러싸고 추기경과 충돌해 물의를 빚었고, 불교계에서는 ‘4대강반대’와 ‘MB퇴진’ 등 과격한 정치구호가 사찰 지도부 차원에서 만들어져 신도들 사이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이른바 진보세력들은 기독교 내의 ‘비리’에 집중하면서 이를 적극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입니다. 진보세력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보수’ ‘개독교’이며 이에 타도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마치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교회를 부패 반동세력으로 몰아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에서 추방시키려는 행태와 닮아있습니다. 

교회나 성직자들에게 일반인들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 교리가 가르치듯 인간은 모두 악한 본성을 지니고 있고 세상은 불완전한 것이기에, 교회나 성직자가 세상에서 존재하면서 크고 작게 망가지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실족(?足)함’이나 ‘타락함’은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회개(?改)를 통한 성화(聖化)의 끊임없는 구도(求道)적 과정이 참된 신앙인을 구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교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단문제입니다.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 지난달 기존의 몇 몇 ‘이단’ 단체에 대해 이단해제(解除) 판결을 내리자 다른 교단에서 반발해 한기총 탈퇴를 선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단을 구분하고 경계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 판단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단의 근본적 문제는 왜곡된 교리가 교주(敎主)의 개인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이를 통해 개인의 구원은 물론 사회와 가정이 파괴된다는데 있습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문선명의 통일교는 요즘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게 되면서 언론홍보 프로그램도 한결 세련돼가고 있습니다. 막강한 재력 앞에서 메이저 언론들도 편승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근래 기독교 이단 중에서는 교주 이만희의 ‘신천지’가 가장 문제입니다. 신천지는 기존의 정통 교회에 의도적으로 침투해 교회를 통째로 접수하거나 성도들을 한꺼번에 빼가는 ‘산옮기기’ 전략을 구사한다고 하는데, 그 수법이 대단히 용의주도해서 교회와 신도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이단이나 변종 종교가 등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데에는 신(神)을 자처하는 교주는 물론 그들에 속는 신도들에게도 원인이 있습니다. 교주들의 사기성과 탐욕도 문제지만 타인을 통해 자신의 뜻과 욕망을 성급히 이루려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비판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 ‘다 이루었다’ 함이 없기에 고달프지만, 잘못에 대한 ‘용서’가 있기에 그래도 희망이 있는 삶입니다.  #  

편집인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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