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동일본대지진과 우리 경제
[분석] 동일본대지진과 우리 경제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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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나미 효과, 경제 시계 제로...수출·물가·금융시장 직격탄…

 
일본 대지진이 우리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 철강, IT 등의 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발전시설의 잇단 폭발은 정부가 내세운 ‘원전 르네상스’에 찬물을 끼얹은 모습이다.

특히 방사능 유출에 따른 국내 물가와 원자재가 상승은 정부가 앞으로 펼칠 경제정책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국제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우리 경제에 이중삼중의 짐이 되고 있다.

전세계 핵 공포 확산… 원전 수출에 적신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발전시설의 잇단 폭발로 핵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원전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규 원전을 도입하키로 했던 세계 여러 나라들이 속속 승인보류를 하거나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원전 강행 의사를 보였던 중국이 최근 신규 원전 건설계획 승인을 보류했다. 또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이 역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 국가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17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은 수명이 다 돼가는 원전을 보강해 가동 시한을 늘리는 계획을 3개월간 보류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발전시설 폭발과 관련 “일본처럼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춘 선진국도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며 “원전 사업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정국가 스위스도 새로운 원전 3기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태국도 원전 신규 건설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태국은 그동안 한국 정부와 실무진 간에 수차례 만나 원전 건설을 위한 논의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해 한국의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혀왔다.

 

일본 원전시설의 폭발로 ‘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던 정부로선 비상이 걸렸다.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월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2020년까지 10기 수출’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떠오르는 신흥 원전시장인 중동의 원전 붐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력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자 원가 대비 가장 경제성 있는 친환경사업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등 원전 수출을 ‘녹색성장’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꼽아왔다.
특히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계약이 성사됐을 때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 수주’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UAE 브라카 현지에서 열린 한국형 원전 기공식에 참석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축사를 하지 않은 채 행사를 약식으로 진행했다.

일본의 사태로 원전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바뀌고 있지만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아직 원전 건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할 방법이 원전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원전 수출을 위한 노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일본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 압력 거세졌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선 누출 공포가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이어지면서일본발 물가급등 사태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행동으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반등,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 일본 대지진 이후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일본산 먹을거리는 수산물과 유제품 두 가지다. 이 가운데 수산물이 99%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농산물은 현재 반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꺼리는 품목은 명태, 갈치, 고등어 등 일본산 수산물이다. 특히 일본에서 전량 수입되는 명태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하다.

최근 대형마트나 명태를 주로 사용하는 음식점에선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일본산 생태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수입 갈치와 고등어 가격도 하락세이긴 마찬가지다. 반면 국내산으로 일부 수요가 몰리면서 수산물 전체 시세는 일본 대지진 이후 급등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만큼 수산물 가격이 또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6개월에 한 번씩 명태와 고등어 등 수산물에 실시하던 방사선 검사를 1주일에 한 번으로 늘리고 돼지고기, 쇠고기 등 축산물을 수시로 검사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일본산 농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라면, 과자류 등 2차 가공품에 대한 검역도 실시할 방침이다.

일본 대지진과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옥수수와 구리, 니켈 등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함께 원유시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리비아보다 큰 바레인의 시위도 악화되고 있어 고유가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로 지목한 물가안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인 CRB지수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351.88에서 15일에는 338.14까지 내려섰으나 16일에 338.17로 반등한 후 17일 348.67, 18일 351.15 등으로 사흘째 급상승했다. CRB지수는 지난해 6월 4일 294.08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해 지난해 말(332.8)까지 13.2% 올랐으며, 올해 들어 18일까지의 상승률도 5.5%에 달했다. CRB지수는 국제 상품가격 조사기관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가 곡물·원유·산업용원자재 등 21개 상품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인플레 지수’라고도 부른다.

개별 원자재 가격도 심상찮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선물은 18일 부셀당 685센트에 거래됐다. 지진 발생 직전인 10일(683센트)보다 높은 가격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은 t당 9510달러로 10일(9191달러)보다 3.5% 올랐다. 그간 원자재 가격은 지진으로 세계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림세였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지진이라는 단기충격을 흡수하고, 세계 경기 회복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큰 흐름에 따라 장기적인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또 원전 불안감 증폭으로 석유, 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레인, 예멘 등 중동지역 정정 불안은 ‘에너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이 피해 복구에 들어가면서 곡물, 비철금속, 에너지 등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진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높은 유가 수준이 시차를 두고 물가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품 업계 직격탄, 재고량 3개월치

일본 도후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전 세계가 제품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휴대폰,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분야의 부품 재고량이 최대 3개월 치에 불과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광학기기와 자동차, 선박용 철판,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우리 기업의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부품, 소재분야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입물량 중 대일의존도가 25%를 넘는데 현지 생산 감소와 물류 마비가 곧바로 우리에게도 영향이 미친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다. 상당수 국내 중소기업들이 동경일렉트론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데, 이 업체가 대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현에 있다. 거래선 변경도 쉽지 않아 원재료 공급 차질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LCD 제조용 장비 역시 지난해 수입액이 전년도에 비해 143.6% 늘어났을 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다. 이 분야 역시 일본 현지의 물류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우리 기업 270여 곳이 주문량 감소와 수출 중단, 발주 연기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신고 됐다.

재고량도 조만간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김진표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의 국내 재고물량은 1~3개월치에 불과하다. 석유화학 부품 역시 재고량이 3개월치 정도 남아 있고, 휴대폰 부품은 1개월 뒤면 재고량이 바닥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을 비롯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의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국내 부품사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할 방침이다.

정부는 1차적으로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전자부품 등 주요 업종별 부품소재 수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입선 다변화, 국내 공급역량 제고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대일 무역역조가 심하게 나타나는 만큼 선진국을 비롯한 제3국에 우리 부품업체가 진출해 기술제휴 등을 통해 우수한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만들 계획이다.
일본 원전 시설 폭발에 이어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개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이어 리비아 공습… 금융시장 냉각

일본은 대지진 발생 이후 금융시장 진정을 위해 80조엔, 우리 돈으로 1,0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엔고(高) 저지를 위해 시장에 투입한 돈도 2조5,0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1주일간 금융시장에 모두 82조원의 자금을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대지진 이후 첫 금융시장 개장일인 14일에만 21조8,000억엔의 자금을 공급한 것을 비롯해 시장 안정을 위해 공개시장조작 등 방식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방출했다.

대량 통화 방출에 일단 글로벌 증시는 진정세를 보였고, 엔화 가치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유동성 공급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본 원전사태는 일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1∼6호기에 대해 전력복구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포가 잦아드는 분위기다. 전력이 공급되면 냉각수 순환과 압력 조절 장치들이 다시 가동되면서 원전사태의 고비를 넘겼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일본 원전 문제는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며 “파생되는 악재만 없다면 초기처럼 금융시장에 파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이 리비아를 전격 공습하면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리스크가 재부상, 세계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일본 사태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원전 문제만 해결된다면 지진피해 복구에 따른 경제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 반면 리비아 공습은 유가와 국제경제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불안한 바레인 정세까지 더할 경우 중동지역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현대증권은 최근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카다피 세력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리비아 사태의 불확실성은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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