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와 대립하는 美 지방정부들
공무원 노조와 대립하는 美 지방정부들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2 0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미국] 위스콘신 주, 노조 협상권 박탈 왜?

 
캘리포니아 해안도시인 코스타 메사에서는 지난 3월 12일 약 절반 가량의 시공무원을 해고했다.

길거리 청소부, 소방관, 동물관리자 등 210여명의 시공무원들이 해고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이유는 금융위기 후 공무원들에 지급하는 연금비용을 시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시 당국은 5달러의 세금 중 1달러가 공무원 연금으로 나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시가 파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무원노조와 주 혹은 지방정부들 간 한판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지방 정부 및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주·지방 정부의 지출의 상당한 몫을 차지하는 공무원들의 혜택을 줄이고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위스콘신주·주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지난 2월 적자재정을 줄이기 위해 경찰·소방관 등 주 공무원들이 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부담금을 더 내고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무원노조를 비롯 민주당, 백악관까지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이 법안에 반대했지만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 회부됐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4명이 정족수 미달로 상원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일리노이로 도망가는 코미디가 벌어졌고 주의사당은 이 법안을 항의하는 수만명의 노조원들로 둘러싸였다. 하지만 법안은 의사정족수 규정이 개선된 후 표결에 부쳐졌고 상원에서도 통과한 후 지난 3월 11일 스캇 워커 주지사의 서명으로 법이 됐다. 지금은 의사절차를 문제삼은 법원의 판결로 임시 정지됐지만 조만간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위스콘신주의 심각한 적자재정 문제가 배경이지만 이면에는 미 공무원노조의 횡포와 기득권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공무원노조는 막강한 권한과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치안, 교육, 소방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치적 신분까지 보장받고 있고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높은 임금과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지역사회를 지키고 희생한다는 차원에서 여전히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금융위기 후 각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커지고 있다.

지방 정부와 주 정부들이 적자 예산에 허덕이는 주된 이유는 캘리포니아 코스타 메사 시처럼 공무원들의 높은 연금 때문이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캘리포니아에서 주 경찰은 50세에 은퇴할 수 있는데 그 때 은퇴하면 봉급의 9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권과 아울러 이들의 정치적 힘 때문이다. 치안, 소방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들이 단체로 교섭을 하니 주와 지방정부들은 거기에 부응해야 했고 선거 때마다 상당한 액수의 정치헌금을 하는 이들의 요구를 정치가들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1960년대 미 사기업 근로자의 30%, 공무원의 10%가 노조에 가입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기업은 6.9%, 공무원은 36%가 노조원이다. 이렇게 비대해진 공무원 노조가 정치인들을 쥐고 흔들며 주예산의 노른자를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무원노조 결성이 인정된 것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다.공무원이 착취당해서가 아니라 공무원노조가 있는 곳은 주로 민주당이 수혜자라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한 예로 지난 10년 간 미 공무원노조는 4,000만 달러의 정치헌금을 했는데 그 중98%가 민주당에 가고 있다. 이것이 위스콘신 주지사와 주의회가 주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한 이유다.

이를 박탈하지 않고는 주 지출의 상당 몫을 차지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삭감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 같이 어려운데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도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