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의 최대 위협은 북한"
"원전 안전의 최대 위협은 북한"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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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과 그 이후 야기된 쓰나미로 인한 자연적인 피해보다 오히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폭발 및 방사능 유출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더 큰 우려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진 후 냉각수 공급이 불충분한 탓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 사고와 방사능 누출 문제는 그것이 천재인지 혹은 인재인지 아직은 완전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핵발전소 폭발 및 방사능 누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 및 일본 전력회사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회라는 일본의 신화를 무너뜨리고 있는 중이며, 그동안 자연 친화적이며 값싼 에너지의 대명사로 불려 왔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재연되게 했다. 

원자력 발전에 관한 찬반 논쟁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야기되고 있으며 그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미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기 대응 절차에 대한 재점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100기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중국은 원자력 발전의안전 여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원전의 전반적 안전 문제 재점검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건설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다른 전력 생산 방식을 택함으로써 훨씬 더 값이 비싼 전기를 쓰고 살아야 한다는 고통,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태가 보여주듯 원자력 발전이 야기하는 안전에 대한 위험과 공포심, 그러나 상대적으로 값싸고, 비교적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관한 득과 실을 종합한 경제학적인 분석이 돼야 할 것이다.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조력 발전, 수력 발전 등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아직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을 대체할 수준이 되지 못하며 이들 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야기될 건설비용 및 자연 훼손 또한 만만치 않다.

핵발전의 가장 손쉬운 대안인 화력 발전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에게 또 다른 악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화력 발전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이 높은 에너지 생산 시설도 없기 때문이다. 전기를 아껴 쓰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현대문명사회를 사는 인간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반핵은 과학도 경제학도 아닌 친북 반미 이데올로기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기존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이 완벽하게 안전한 에너지는 아니지만 위험 확률과 손익 계산을 고려할 때 그래도 현존하는 차악(次惡)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일각에는 핵발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후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줄기차게 반핵, 비핵을 주장하는 세력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특히 대한민국의 반핵은 반전(反戰)과 반미(反美)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전, 반핵, 양키 고 홈’ 이라는 구호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하는 와중에도 대한민국 반핵주의자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반핵은 과학도 아니고 경제학도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반핵은 친북, 반미의 이데올로기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발전소는 안전한 전력 생산 수단 여부보다 오히려 국가안보 문제로서 인식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대한민국이 우려해야 할 핵은 대한민국 내의 핵발전 시설들만이 아니다.

영변 핵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더 위협

북한의 영변에 있는 낡아빠진 원자로야말로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심각한 핵 위험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다. 더 나아가 몇 발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북한의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대한민국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순위가 뒤바뀐 일이다.

대한민국의 반핵주의자들은 애써서 북한 핵의 위협은 외면하고 북한의 행동을 두둔하기에 급급하지만 대한민국의 핵발전소가 위험한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른 데 있다.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들은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느냐?’ 라는 걱정보다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혹은 북한의 자폭 테러공격에도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욱 절박하다.

대한민국의 핵발전소 설계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웬만한 정도의 지진에는 거뜬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튼튼한 핵발전소를 건설했음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강한 지진이 일어날지, 그리고 핵발전소가 그 지진에 버틸 수 있을지를 계산하는 것은 과학이기 때문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과학자와 공학도들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 혹은 자폭테러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핵발전소를 설계했는지의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학이며 심리학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북한의 지도자들을 합리적이며, 식견 있고, 통 큰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세력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핵발전을 중지해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이들 반핵주의자들 중 북한이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2010년 1년 내내 북한의 도발 모습을 보아 왔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문에 50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은 금년 초 대한민국을 향해 ‘핵참화(核慘禍)’ 위협을 공개적으로 가해 왔다.

대한민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를 공격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의 친한 친구 중 하나인 리비아의 카다피는 권좌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자국 국민들을 전투기로 폭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북한 지도부는 지난 1년 동안 김정은에게 안정적 권력 계승을 위해 북한 주민 모두가 굶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양의 쌀을 사올 수 있는 돈을 탕진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래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못할 것이 없는 독재자를 상대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들은 그 안전 점검 목록의 최우선 순위에 북한이라는 변수를 올려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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