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공약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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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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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정치권은 물론 해당지역에서 쟁론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분단 이후 6·25를 겪고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남남갈등이 심하다.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정치가 지역갈등을 유발해 특정 당파에 대한 지역 전체의 맹목적인 지지 현상이 자주 표출된다.
급속한 경제발전에서 온 지역간 불균형 갈등, 계층간 갈등, 그리고 6·25를 경험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간 갈등, 지난 정권 군사문화의 유산으로서 비롯되는 민·군 갈등, 친환경세력과 정부 간의 갈등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사례

이러한 갈등을 교묘히 활용하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그 폐해로 나타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관련 갈등도 중요한 사례이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대중영합주의에서 나온 산물이다. 전문가집단의 검증도 없이 선거 때 단견적 공약을 내세워 수년이 지난 후에도 후폭풍이 일고 있다.

공항 건설에 10조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를 회수하려면 항공수요가 많아야 한다. 현재도 KTX 개통 이후 영남권 수요 부족으로 항공사들이 취항을 줄이고 있는 실정에서 새 공항을 지어 항공 수요 부족으로 막대한 손실이 난다면 국민이 모두 세금으로 떠안아야 한다.

원래 이 사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말기인 2006년 12월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 계획 보고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식 검토하도록 지시해 착수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갈등이 봉합된 세종시 문제도 노무현 정부 때 나온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에서 수도이전공약을 내걸어 재미 좀 보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재임 중 국가 균형발전을 내세워 178개 공기업의 지방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지방 땅값을 올리고 업무 비효율화의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전임 대통령이 많은 공약을 내걸면 후임 대통령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선임자 공약 외에 지역주민들에게 국익에 관계없이 더 솔깃한 공약을 내놓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의 장래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인기영합주의에 휩쓸린다면 국가의 장래는 어두운 것이다. 

신공항 백지화로 쟁점이 되고 있는 대구나 부산의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선을 위해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려야 다음선거에 유리한 국면에 설 수 있다는 계산에서 더 격앙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대구나 부산 인근 영남지역에는 국내 14개 공항 중 5개 공항이 몰려 있다. 김해, 대구 공항 외에 포항공항, 울산공항, 사천공항 등이 있으며 이들 공항은 김해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국내항공사 4개를 포함해 21개 항공사에서 26개 국제선 노선을 주 258회 운항 중이며, 대구공항은 4개 외국항공사만이 4개 국제노선을 주 15회 운항 중이다.
이들 공항의 국제선 운항횟수를 보면 김해공항은 12%이고 대구공항은 0.7%로 국제선 수요도 단기간에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더구나 대구공항은 KTX 영향으로 대구~김포 노선이 폐지돼 국내선이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김해나 대구 공항은 현재도 국내선이나 국제선은 수요가 없어 운항을 최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며 외국항공사라 하더라도 수요가 없는데 새 공항이 들어선다고 취항을 하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정지역민의 편의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손실이 나면서 취항할지 의문”이란 점도 지적하고 있다.

지역이기주는 결국 국민는 손해

새 공항을 지어 5년 후 개항을 한다고 해 항공화물이나 여객수요가 갑자기 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2020년대 이후는 각종 인구 지표들이 모두 인구 정체나 감소를 예측하고 있어 미래를 향한 새 공항 건설 전망이 밝지 않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구나 부산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각각 민자유치를 하든지 독자추진을 해 기필코 공항 건립을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치적 평가에서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여타 대통령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정치권의 지역간 갈등은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당시 1968년의 제63회 국회건설위원회에서 IBRD의 보고서에 근거해 당시 야당 대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차별 정책도 거론하며, 경부선 복선철도에 비해 호남선 철도는 단선인데다가 그나마 낡았는데도 경부고속도로를 우선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니 호남선 철도를 먼저 건설해야 된다는 주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편중된 영남지역 집중 개발을 비판하고 호남지역차별론으로 지역주의가 등장해 영호남 대립이 심화, 지금까지도 정치발전의 저해를 가져 왔다.
이번의 영남 내부의 대구와 부산의 신공항 유치 대립 갈등도 마찬가지로 결국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역이기주의는 정치나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업이 대선 공약이었고 대통령이 최종 정책 책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비난보다는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또 스스로 국가에 무엇을 봉사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성숙한 국민의 자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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