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신자유주의 아닌 산업구조 변화의 결과”
“양극화는 신자유주의 아닌 산업구조 변화의 결과”
  • 미래한국
  • 승인 2011.05.0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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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석 홍익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종석 홍익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통계를 보면 지난 10여년간 중산층이 빠르게 감소해왔습니다. 이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아닙니까?

소득의 양극화를 학술적으로는 이중구조의 형성이라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경제가 산업화 단계를 넘어 발전할수록 중산층이 줄어드는 현상이죠. 이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선진국에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이나 호주, 영국 모두에 해당합니다. 우리 정부의 지난 몇 년간의 정책문제로 야기된 것은 아니죠.

그 원인은 정보통신의 발달과 세계경제 통합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생산구조가 보다 지식 집약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와 같은 3차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수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제조업이 중국, 브라질로 이동하니 여기서는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죠.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과거의 블루칼라층의 소득기회를 줄게 만들고 경제 양극화의 원인이 됩니다. 대안은 교육혁신을 통해 지식기반과 정보화사회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 내는 일과 낙후된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  SSM의 경우 유럽이나 다른 나라도 제재합니다. 제재하는 것이 서민을 보호하는 것 아닐까요?

SSM 문제는 당연히 유럽에서도 정치논리로 제재합니다.SSM뿐만 아니라 대개 유럽의 국가들은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법으로 저녁 7시면 상점들이 문을 닫고 토요일에도 닫아야 합니다. 유럽에 살아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참 불편하다는 거죠. 그래서 고비용적입니다. 양면이 있겠는데 어느 한 면을 위해 다른 한 면을 희생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거죠. 지역상권을 위해 국민들이 고비용적으로 불편하게 살고 싶으면 제재하면 되는 겁니다. 

 낙후된 우리 유통업의 선진화를 통한 물가안정과 지역상권보호라는 두 개의 명제를 비교해 미래지향적으로 결정해야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답은 명확하지 않습니까. 미래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고비용 유통 구조와 낙후된 상권을 근대화하는 게 정답입니다.

기업이 신규고용꺼리는 이유 살펴봐야

-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서민정책을 내놓습니다.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이 따로 존재합니까.

서민경제라는 것이 아쉽게도 학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모호하기 때문에 ‘서민’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민을 강조하면 정치적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책으로서 서민경제라는 것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좋은 정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들 클래스, 즉 중하위층을 대상으로 정책의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하위계층이나 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지양돼야 합니다. 우려되는 것은 서민경제라는 개념이 기업에 압력을 넣어 근로자를 돕겠다거나 재분배를 하겠다는 반기업정서로 나타난다는 점이죠.

-  대기업은 수익도 늘고 성장하는데 서민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수출로 수익이 늘어도 자동화 시설을 늘릴지언정 고용을 늘리려 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그렇죠.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고전 경제학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느는 것으로 돼 있죠. 문제는 우리 한국적 상황에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사람을 쓰는 문제가 아주 신중해졌다는 겁니다. 고용이란 기업들이 마지막까지 버티다 결정하는 면이 있어요. 따라서 기업들이 왜 고용을 늘리지 않느냐고 탓하기 전에 왜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꺼려하는지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현장에서 그런 부분을 살펴봐야 하는데 무조건 대기업은 수익이 나니 고용을 늘리라고 하면 기업의 목적이 수익이 아니라 고용창출이 돼버리지 않겠습니까. 일거리가 늘어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문제는 정부가 일거리를 늘릴 생각보다 일자리를 늘리려 하니 모순이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두 사람이 나눠 하는 비논리적 상황이 있는 거죠.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일자리 창출로 착각하는 상황에 문제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거리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 당연히 경제 침체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이 투자도 늘리고 공장설비도 늘립니다. 당연히 사람도 쓸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의 성장률에 비해서 일자리 창출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1980년대에는 GDP 1% 증가가 10만명의 고용을 유발했는데 지금은 같은 성장률로도 고용 유발이 5만명으로 줄었지요. 이렇게 일자리 창출이 저하된 것은 기업들이 일거리가 늘어도 자동화나 정보화로 생산성을 높여 고용을 대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우리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못함에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느는 이유도 정규직 근로자가 과보호를 받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피하고자 비정규직을 늘리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좋지만 일부 정치세력과 논객들이 저임금을 불법화하고 근로자에 대한 차별임금을 불법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법으로 할 수 있다면 실업도 불법화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자원배분, 비효율적 정부에 맡겨도 좋은가?

-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선험적으로 이 분야는 중소기업 사업이고 저 분야는 대기업 사업이라는 구분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라는 구분선 조차도 자의적인 것이죠. 과거 20여년 전에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제도가 있었어요. 그러나 문제가 하도 많아 폐지됐죠.

IT와 기술의 발전의 시대에 어떻게 이 분야는 중소기업용이니, 대기업용이니 하며 관료가 정해줄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죠. 한때 1회용 면도기 시장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진출을 막았더랬습니다. 결과는 질레트와 같은 다국적기업의 시장 석권으로 이 부분에서 국내 중소기업은 완전히 퇴출됐죠. 결국 중소기업 보호가 중소기업 제조 기반을 파괴해 버린 경우입니다.

최근에는 정부 일각에서 데스크톱 PC를 삼성이나 LG가 만들지 말고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들이 이름도 모르는 중소기업 PC를 살까요. 델이나 HP와 같은 외국 브랜드로 다 몰릴 겁니다.

대안이 있다면 중소기업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경잭력 있는 중소기업 업종이 생겨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아울러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시장을 빼앗는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얼마든지 제재가 가능하죠.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좌파진영에서는 그러한 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우리 경제가 한계에 왔다고 합니다. 국가 개입 경제가 더 유리한 거 아닌가요?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는 시장에 의지하는 방법과 정부 시스템에 의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완벽한가? 이제까지 경험적으로 볼 때 정부의 계획경제가 더 많이 실패했습니다. 정부가 더 효율적이라면 왜 사회주의 국가들이 빈곤과 부패로 갔던 것일까요. 먹고 사는 문제는 시장주의가 더 믿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정부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치가 그러함에도 시장의 실패만을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인과 관료들의 일방적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의 경우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은 그러한 서유럽의 수준이 아니죠. 효율의 정도나 부패의 정도로 봤을 때 우리에게는 정부보다 시장이 더 믿을 만한 존재입니다.

 

-  미국의 금융 실패가 자유방임 즉 신자유주의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극단적 자유주의 경제론자도 일정한 감독과 규제를 지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금융정책에 있어서 분명한 규제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감독소홀과 같은 문제로 실패했던 것이죠. 결국 미국의 금융 실패는 자유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규제의 실패이고 이는 미국의 무능한 공무원을 탓해야 하는 문제지 시장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에서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혼란 중에서도 백신을 만들지 않습니까. 시장과 정책과 제도는 진화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것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문제를 신자유주의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슨 문제든 이념적이고 관념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폐습 때문이죠.

지금은 무상복지 보다 사회 안전망이 우선

- 결국 작은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논리는 정치가들이 싫어할 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정부라는 존재는 정치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되는데 결국 자원배분을 시장이 하는 것보다 정부가 함으로써 권력의 욕구를 채우고 싶어할 수 있죠. 말 잘 듣는 자에게 떡 하나 더 주고 미운 자는 굶게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원의 배분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할 때 더 효율적이고 민주적입니다. 정부는 그 시장기능이 잘 돌아가도록 프레임을 짜주고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하고 시장의 실패를 말하면서 자신들이 자원배분을 해야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온다는 것은 일종의 주술입니다. 저는 이것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부르고 싶어요.

-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담 스미스 이후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자리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에 원인이 있습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했는데 그럼으로써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원유나 광물과 같은 원자재가격이 급등했죠. 이 부분이 다시 우리 경제의 물가를 자극하는 원인으로 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코스트 푸시형 물가를 정부가 찍어서 누르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죠. 통화증발로 인한 물가상승 부분은 통화량 조절이라는 정공법으로 가고 비용측면에서 발생하는 물가상승은 생산성 향상과 임금억제로 흡수해야 합니다. 어차피 비싸게 주고 사오는 것이니 적게 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부는 이를 가격통제로 해결하려 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는 기대심리가 있습니다. 물가가 더 오르리라는 심리로 인해 실제 물가가 더 오르는 것이죠.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서민들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우리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 즉 웰페어보다는 사회 안전망, 즉 소셜페어라고 생각합니다. 좌파진영에서는 무상복지를 주장하면서도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국가가 혜택을 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예를 들어 보죠. 가난한 나라에서는 길을 가다 심장마비가 오면 부자도 방법이 없어 사망하지만 부자나라인 미국과 같은 경우 노숙자도 헬리콥터로 실어 날아 소생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부산에서 한 어린이가 장중첩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의사들은 장중첩증이 사망에 이를 정도의 중병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긴급한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구난하는 것이 사회 안전망이고 지금 우리에게 이것이 무상복지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인터뷰/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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