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줄어드는 이유
중산층이 줄어드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1.05.0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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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편집고문 고려대 명예교수

 
[황의각 교수의 경제이야기]

 우리 사회의 부(자산과 소득)의 소유 형태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가진 부자계층과 형편없이 적게 가진 다수의 빈자계층으로 뚜렷하게 양극화되면서 그 중간계층이 엷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고기의 모양에 비유한다면 머리와 꼬리부분보다 몸통이 두툼해야 건강한 생선인데, 머리와 꼬리부분이 뚱뚱하고 몸통은 비틀어져 바싹 여윈 모습이면 그 생선은 건강하지 못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자산(富) 보유 상위 20% 계층이 전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 소유의 편중현상은 2000년대 들어 계속 심화돼 자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자산 지니계수가 2001년 0.6185에서 2007년 0.6499까지 올라 현재까지 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월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500만원 내외의 수입이 있는 가계를 중산층으로 볼 때 현재 전체 가구의 70% 정도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상위 20% 계층이 부동산·금융자산 70% 소유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온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극복되지 못한 경기침체는 사회경제계층간의 부침을 크게 만들었다. 이 기간 중 사회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 가운데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은 일부는 부자계층 (월수입 500만 원 이상 계층)으로 승격 합류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이 사회빈곤층으로 내려앉았다면, 그동안 우리 정부의 정책에 무엇인가 결정적인 잘못이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산이나 소득분배의 불평등 증대의 원인으로는 각 개인의 천부적인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형무형의 유산, 개인이 받은 교육의 수준과 질, 사회경제적 기회와 배경, 시운(時運)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을 들 수 있다. 그런 것들 중에서도 정부의 정책으로 만들어진 이윤창출 기회에 동참할 수 있는 특혜자와 소외자간에는 엄청난 소득 불균형을 결과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개발 프로젝트와 기타 거대한 국책사업 등에 참여기회를 잡은 자와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들 사이에는 엄청난 부(富)의 차이를 낳게 마련이다. 이것은 객관적 경쟁력과 임의적 권력의 영향력이 상충하는 현실시장경제의 내재적 모순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 참여기회의 공정하고 투명한 배분결정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기회포착의 기회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주어진 경제체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든 사회주의 통제경제이든 개인의 부와 소득창출의 결과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즉, 개인 간 또는 계급(층)간 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은 자본주의에서나 북한식 사회주의체제에서도 공히 존재한다. 자산이나 소득의 불평등은 경쟁과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합법적인 이상 당연한 것으로 수용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 아래 개인이 정당하고 경쟁적으로 열심히 노력해 부를 축적하고 양심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기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한다면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사회의 근본정신은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자본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경쟁자의 재산과 권리를 존중해주는 윤리와 도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물론 원시공산주의사회가 표방하는 공유와 형평만을 강조하며 개인 효율성과 능력의 소멸을 자초하는 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대립된다. 우리 사회의 자산과 소득 양극화와 관련된 문제점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많은 것 중에도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다. 

소득불평등도 2000년대 들어 심해져

첫째는 절대적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 빈곤의 문제에서 생기는 계층 간의 갈등의 문제이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에 접어든 우리 국민의 절대생활 수준은 90년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향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배가 덜 고픈 고학력 비경제활동자수가 전체인구의 7% 수준에 접근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자발적 실업자로 생활비를 부모나 다른 가족의 소득에 의존하고 있어 가계의 1인당 평균소득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통계상 빈민계층이 불어나게 된다.

아울러 자산보유분포도를 통해 평균 가구당 자산보유액이 8억 원대인 계층과 50만원밖에 안 되는 계층이 단순 비교되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각한 것처럼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소득분포의 하위계층일지라도 생활면에서 현재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잘 살고 있다.

농촌의 농민들도 자가용과 필요한 농기계를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문제는 나보다 잘 사는 이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근성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다.

이 같은 의식구조 속에 좌우 세력 간에 우리 기업 소유구조에서 외국인 과다 지분문제를 놓고 벌이는 이념논쟁도 한몫을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의 자본 소유 구조는 지난 1997년 IMF 이후 외국인의 과반수 보유를 허용해준 정부 조치 때문에 실제로 외국인이 챙겨가는 배당금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인 경영주는 단지 외국 소유주들의 관리업무를 맡아서 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소유 구조의 자유화 정책과 IMF 경제위기 때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던 당시 우리 기업 소유주들을 정부가 돌보지 않은 실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화 추진을 틈타서 우리 기업의 해외로의 합법 불법 자본이탈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좌파정권 1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초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좌파진영은 원인은 무시한 채 현재의 상황만을 부각시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기업의 외국인 지배구조 확대 결과로 우리 국민의 빈민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득재분배정책에서의 정부무능의 문제이다. 부와 자산의 불평등을 시장기능에 전적으로 맡겨 놓는 자유방임정책을 쓰면 기업윤리가 성숙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자본의 야수적 생태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를 키우게 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자율적 절제와 도덕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직간접적 정책수단을 활용해 소득과 자산의 재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시장기능을 제약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반시장적이고 무책임한 정책을 남발하면 오히려 경제의 성장 동력이 잠식돼 실업이 증가하고 하위계층의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된다.

조정자로서의 정부는 문제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합리적인 소득정책과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전문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행착오로 막대한 국력만 탕진하는 무능정부라는 비판과 역사기록을 면치 못할 것이다.(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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