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멍게주의자’가 자칭 진보들에게
[칼럼]‘멍게주의자’가 자칭 진보들에게
  • 미래한국
  • 승인 2011.05.13 0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현 한국인터넷문화협회 회장

 
지금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는 분들! 제발, 제발, 종북을 털고 대한민국을 삶의 터전으로 인정하고 세계 경제, 과학, 테크놀로지를 삶의 조건으로 인정하고 그리고 난 후에 진보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김정일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세력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주장하고, 이 세력과 연대하면서 스스로를 진보라고 주장하는 해괴한 상황이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다. 지겹다.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에 의하면 “진보는 개혁적 세력 전체로서, 민노당에서 야당 전체를 포함”한단다. 정말 뻔뻔한 이야기이다. 상대방을 ‘수꼴’이라고 악마화(demonize) 하고, 자신들은 (김정일을 옹호하는 행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진보라고? 사상과 머리의 최소한의 정직성(integrity)이 없는데 어떻게 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김정일 옹호가 광범위한 진보인가

20세기 후반 캐나다의 정치는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이 이끌어 왔다. 진보가 진보다우면 보수와 짝궁이 맞는다. 진보다운 진보는 합리적 변화를 추구하고 보수다운 보수는 합리적 지속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제도권)의 문제는 ‘합리성의 결여’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근성의 부재’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보수(제도권)의 뿌리가 관료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기능적 전문인들이었던 게다. 정치적 상상력과 정치적 개념화와 정치적 소통력이 없는 전문인들이 늘그막에 직업을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바꾼 게다. 이들에게는 최소한 관료적 합리성은 존재한다. 혹은 가끔 언론인이었다가 직업을 정치인으로 바꾼 경우도 많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 “정신과 물질, 이성과 경험, 논리와 통찰, 이 양쪽이 모두 중요하며 모두 현실적이며 모두 유효하다. 이러한 관점을 가질 때 정치는 인간 활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이 관점을 가지게 되면 정치는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할 책임에 속하는 활동이 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의무가 된다. 정치는 존경스러운 창조적 활동행위가 된다. 이 때 창조하라 함은 ‘끝없는 모험’이라는 미학적 의미를 뜻한다.”

보수(제도권) 정치인들 중 위의 피터 드러커의 말을 몇 명이나 이해할 수 있을지? 그들은 합리성 -- 최소한 관료적 합리성 -- 을 가지고 있지만 상상력, 개념화능력, 소통력이 없다. 그들에게 정치는 소명이 아니다. 혹은 ‘가장 중요한 인간활동 영역’이 아니다. 국회의원직은 ‘또 하나의 직업’이고, 국회는 ‘또 하나의 직장’일 뿐이다.

지금의 자칭 진보는 보수(제도권)의 이러한 태생적 약점에 기생하고 있는 가짜들, 거짓말쟁이들이다. 김정일에 복무하는 자(종북), 그 복무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종북과 손잡는 자(친북),--이런 자들이 어떻게 진보란 말인가?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진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진보다운 진보가 생겨야 한다.

북한은 내전 中

북한은 지금 내전 중이다. 인구의 70~80%가 배급경제로부터 분리된 야생 인종이 된 지 벌써 15년 남짓 된다. 이 야생 인민들은 장마당 경제를 만들어냈다. 공인되는 상품도 거래되지만, 그 이면을 까보면 거대한 암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지어 마약, 섹스가 거래되고 이 거래를 지켜내기 위한 조폭까지 생겨났다. 공장 가동률은 10%도 안 되는지 오래된다. 그나마 공장에 남아 있던 기계, 공구, 원부자재를 들고 나와 장마당 이면의 암시장에서 파는 것, 이것이 생존방법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된다.

집단농장 역시 도둑질과 태업의 대상일 뿐이다. 추수 때에 벼 째 땅에 묻었다가 감시병이 철수한 후에 이를 파내 쌀로 만든 다음 장마당에서 파는 것이다. 북한 지배계급은 이 야생 인민들 중 남자의 경우 돌아가지도 않는 공장, 썩어가는 집단농장에 묶어놓고 점호한다. 장마당은 여성만 장사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배급경제로부터 제외된 인민에게, 자유롭게 생존을 찾는 길마저도 봉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 지배계급이다.

그러나 이러한 참혹한 조건에서도 이들이 만들어 낸 장마당 경제는 이제, 배급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북한은 당부문, 군부문이 각기 자기 자신의 집단농장과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범털’ 부문은 90년대초에도 인민부문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윤택했었다. 장마당이 퍼져나가자, 이 범털 부문에서도 도둑질과 태업이 번지고 있다. 지배계급의 배급경제가 안에서부터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인구 300만의 평양시의 규모를 축소해 인구 250만으로 조정한 것은 바로 배급경제의 붕괴 때문이었다. 평양은 배급으로 먹여살려야 하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이 처절한 야생 인민의 투쟁에 대해, 종북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북한의 지배계급이 곧 북한일 뿐이다. 종북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야생 인민은 지배계급의 배급경제를 완전히 부패시키고 마비시킬 것이다.

장마당 경제가 배급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북한 지배계급은 모택동이 죽은 후 권력을 잡은 등소평이 1980년 가정연산승포책임제를 도입해서 집단농장을 해체할 때 이를 따라 배웠어야 됐다. 지난 30년 동안 ‘위로부터의 개혁’을 외면해온 지배계급에 대한 야생 인민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진보는 이제 종북을 털고, 대한민국을 삶의 터전으로 인정하고, 세계경제와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삶의 조건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늦으면 진보는 80년대 민주화 운동까지 이르는 그 뿌리까지 부정당하게 될 게다.

민주화 운동의 순수했던 측면은 깡그리 무시당하게 되고 말게다. 대신, 징그럽고 음습한 종북 족보 (60년대 통혁당, 1차 인혁당, 70년대 남민전, 면면한 고첩 라인)만 부각될 게다. 아,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될 게다.

지금보다 더 늦으면, 당신들이 마지막까지 그렇게 붙잡고 늘어졌던 멍게와 같은 자웅 동체가 튀어 나와 당신들을 덮칠 게다. 하나의 몸에 참된 진보와 참된 보수를 한번에 갖추고 있는 정치 지향(정당일 필요조차 없다. 사상 운동이면 족하다) 그 슈퍼 멍게 앞에 당신들은 정말 미약한 플랑크톤 먹이가 될 뿐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중퇴
조지 워싱턴대 경제학과 졸업
전 한국일보 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