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惡에 맞서는 도쿄지검 특수부
巨惡에 맞서는 도쿄지검 특수부
  • 미래한국
  • 승인 2011.05.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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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개폐 논란,정치자금 수사에는 국민 신뢰가 필수적

내각의 수반인 현직 총리까지도 거침없이 수사한 도쿄지검의 ‘성역없는수사’로인해일본정계는 최고권력자의 부정부패가 나오기 힘든 구조로 변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검찰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검찰청의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대법원의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법원 검찰 개혁안이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검찰은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검찰소위 소속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월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권은 없애고 대신 기획기능은 유지한다는 데 소위 위원들이 대체적으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도 “중수부 수사기능을 없애도 전국 특수부의 업무감독과 특수수사 독려, 수사기법 전파 등의 기능은 유지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기류”라고 언급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실의 관계자도 “일본 등 선진국을 보더라도 중수부가 없어도 중요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검찰총장의 의지에 따라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따른 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와 마찬가지로 직접 수사는 하지 않는 대신 기획기능만은 살려두겠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생각이다.

 

반면 검찰은 대검 중수부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능인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곧 중수부 폐지와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등을 논의하는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4월 20일, 검찰 내부에서는 ‘절대 수용불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국민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는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검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 측 인사들은 중수부 폐지 논의가 지난해 청목회 사건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등 그간 검찰이 휘둘러온 사정작업에 대한 보복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최고 수사기관이 존재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 중수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치인들의 부패지수가 높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중수부 폐지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사법개혁특위에서는 중수부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수사청 설치 외에도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부를 설치하자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일본의 성공 사례인 도쿄지검 특수부와 같은 조직을 신설하자는 주장으로, 도쿄지검이 우리가 본받을 만한 ‘모범사례’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수부 개폐 논란으로 관심 집중되는 도쿄지검 특수부

실제로 일본에서는 도쿄지검의 특수부가 최정예 수사조직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일본의 정·관계에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잡히면 핏줄까지 벗겨진다”는 말이 거론될 정도다. 이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나타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 1948년 쇼와전기사건 △ 1968년 일본통운사건 △ 1976년 록히드사건 △ 1988년 리크루트사건 △ 1993년 제네콘(종합건설회사) 스캔들 등 굵직한 권력형 비리를 철두철미하게 수사하며 명성을 축적, 오늘에 이르고 있다. 희대의 권력형 비리였던 76년 록히드사건 당시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전직 총리이자 정계 막후 실력자였던 다나카 가쿠에이를 기소하며 밝힌 “오직 증거를 따라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는 한마디는 아직도 일본인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특히 ‘제네콘 스캔들’을 파헤칠 때는 일본 정계와 건설업계로부터 ‘검찰파쇼론’이라는 맹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는 파쇼일지 모르나 국민들에게는 영웅”이라며 성원을 보냈다.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들의 주옥같은 명언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록히드 사건을 수사한 한 검사는 “만약 이 수사에 실패한다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고, 후세 다케시 당시 검찰총장은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수사검사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당신들은 사표 쓸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라”고 힘을 실어줬다.

가와이 노부타로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은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사건은 적발되지 않더라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지만 그것이 만연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한다”는 말을 남겼고, 법무성 형사국장을 지낸 이토 시게키 검사는 “특수 검사의 사명은 거악의 퇴치이다. 검찰관은 시대에 따른 국민의 요구에 입각해서 국민의 소박한 정의감을 지켜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각의 수반인 현직 총리까지도 거침없이 수사한 도쿄지검의 ‘성역 없는 수사’로 인해 일본 정계는 최고권력자의 부정부패가 나오기 힘든 구조로 변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비난하는 한국 좌파의 선동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 1948년 쇼와전기사건 △ 1968년 일본통운사건 △ 1976년 록히드사건 △ 1988년 리크루트사건△ 1993년 제네콘(종합건설회사) 스캔들등 굵직한 권력형 비리를 철두철미하게 수사하며 명성을 축적,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신뢰 축적했나

검사 출신이며 일본 법무성과 주일 한국대사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한 모든 사건이 찬사를 받은 것만은 아니었다.

노 교수는 지난해 9월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1992년 9월 도쿄지검 특수부는 당시 집권당 자민당의 총재인 가네마루 신 중의원 의원이 5억엔의 정치자금를 받은 혐의(정치자금규제법 위반)로 도쿄간이재판소에 약식(벌금)기소했으나, 5억엔이나 되는 거액을 받은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지도 않은 채 진술서만으로 약식 기소한 것은 부당하며, 1억엔을 받아 같은 혐의로 입건된 당시 니이가타현 지사에 대한 불구속 구공판(정식 공판을 구하는 것)에 비해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라는 비난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노 교수는 “1998년 1월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에 대한 편의와 새로운 투자신탁 상품의 조기승인과 관련하여 소속 금융기관 간부들로부터 골프와 음식 등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대장성 및 일본은행 직원들을 수사, 대장성 증권국 총무과 과장보좌와 일본은행 증권과장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12명을 징계 통보했다”며 “그 와중에 아라이 자민당 의원에 대한 체포허가청구서가 국회에 제출되자 그 의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라이 의원은 한 증권회사와 거래하며 “일정한 이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압력을 가해 4,090만엔의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에 자민당과 경제계 및 일부 언론은 “고작 음식접대사건으로 유능한 대장성 관료를 구속하고, 정치인을 자살케 했다”며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선동한 바 있다.
이처럼 논란을 일으킨 일부 사례에도 불구하고 일본 검찰이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노명선 교수는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수사권, 공소권을 행사함에 있어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파헤쳐 그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든 공평하게 처리하는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의감에 그 원인이 있고 국민은 그것을 믿어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개혁과 국민의 신뢰 중 어느 것이 선결돼야 하느냐는 공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과도 흡사하다. 도쿄지검 특수부로 대변되는 일본 검찰이 아무리 공평한 수사를 진행했더라도, 수사 대상에 올랐던 정치인들이 그때마다 ‘정치적 음모’, ‘표적수사’ 라는 등의 정치논리로 수사를 방해했다면 상황은 다를지도 모른다. 여기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비슷한 논리를 내세우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임 여론몰이를 진행했다면, 일본 검찰 역시 현재와 같은 위상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자금 수사에는 국민 신뢰가 필수적

지난해 1월, 도쿄검찰 특수부는 일본 정가 최대의 실세인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오자와의 정치적 대부였던 다나카 전 총리도 과거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해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바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단치 않은 수사였다. 일본 민주당이 50여년만에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뒤 진행된 수사였기에 ‘정치적 음모’ 논란이 제기될 법도 했지만, 일본 언론은 이 수사를 정치적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그만큼 일본 국민들은 검찰을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신뢰를 보면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지나친 불신이다. 퇴임 이후 포괄적 뇌물죄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에 자살하자 노무현 지지자들과 좌파 언론의 화살은 이명박 정권과 검찰을 겨냥했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를 ‘표적수사’로 규정하고 정권과 검찰을 흔들기 위해 몰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감정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2009년 4~5월의 검찰 수사가 부당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거짓말을 잇따라 밝혀냈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하기 직전까지 그의 핵심 지지세력이었던 좌파세력조차 고인을 질타했을 정도였다. 한 좌파 매체는 ‘굿바이 노무현’이라는 칼럼으로 그를 공격했으며, 민주당 역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등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 도중에 논란거리가 있기는 했으나, 검찰의 수사가 아니었으면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청렴한 인물’이라는 거짓된 이미지로 역사에 기록됐을 것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검찰 중수부는 노무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밝혀낸 ‘국민적 영웅’으로 승격됐을 수도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은 공평한 수사를 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라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단 검찰에 신뢰를 보낸 후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국민과 언론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검찰마저도 맹목적으로 불신하게 된다면 ‘최고권력’의 방종을 감시할 방법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검찰을 더욱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격하시킬 것이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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