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러에서 안전한가?
한국, 테러에서 안전한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06.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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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이슬람 테러 조직, 우리나라 서방진영으로 간주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의 사물함과 서울역 사물함에서 ‘작은’ 폭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급 경계령을 내렸다. 14일 경찰이 범인을 체포했다. 범인들은 선물옵션에 투자해 증시를 폭락시키려 했었다고 한다. 이에 국민들은 ‘그럼 그렇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난 5월 1일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당한 뒤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들은 서방진영에 대한 테러를 공언하고 있다. 수백만 명이 들락거리는 우리나라,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할까.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2001년 9·11테러를 일으켰던 장본인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북쪽 100km 지점의 소도시 아보타바드의 안가에서 미군 특수부대에게 사살됐다. 서방 진영은 이 소식을 듣고 한때 환호했지만 곧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복수 선언’에 다시 긴장했다.

 

9·11 이후 테러 조직의 진화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빈 라덴의 사살을 놓고 ‘국제법 준수’를 주제로 논쟁이 일었다. 어떤 이들은 ‘빈 라덴을 사살하는 건 정의의 심판이며 당연한 일’이라고 했지만, 반미를 내세우는 좌파 측에서는 ‘미국의 독주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국제법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하지만 알 카에다에 살해당한 한국인이 22명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대부분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알 카에다가 한국인을 살해한 줄 몰랐던 국민들은 충격받았다.

사실 알 카에다는 하나의 조직이 아니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은 9·11 테러 뒤에야 알 카에다의 실체 파악에 들어갔다. 알 카에다는 빈 라덴이 혼자 이끄는 게 아니라 최소 30개 테러조직 지도자들 간의 ‘느슨한 연합체’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테러 투자네트워크’라는 게 밝혀졌다. 그들이 탈레반과 단순 연계한 게 아니라 훈련장, 인력, 장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마약을 팔아 수익을 나눈다는 점도 알려졌다. 

미국은 곧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알 카에다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0년 말 서방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알 카에다에 ‘가입’한 테러조직의 숫자는 8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미 국무부가 파악한 세계 테러조직 400여 개 중 20%를 넘는 숫자다. 서방 진영이 전력을 다했음에도 이렇게 성장한 이유에 대해 세계 대테러 전문가들은 ‘다운로드 테러리즘’을 꼽는다.
9·11테러 전후까지 알 카에다는 자신들의 조직원이 직접 테러를 자행하는 ‘테러조직’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함께 이들의 성격은 점차 변했다.

테러 창업투자조직, 알 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는 비정기적으로 동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들은 동영상 메시지를 커뮤니티, 블로그, 유튜브 등 인기 있는 사이트는 물론 위장 포르노 사이트에도 게재했다. 이들이 노린 것은 서방 국가에서 자라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중동계 미국인, 유럽인들이었다. 이를 본 중동계 미국인, 유럽인 중 일부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성장했다. 세계 각지 이슬람 성원 중 근본주의 계열인 ‘와하비스트 이맘(대표적인 자가 안와르 알 올라키로 알 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를 이끌고 있다)’들은 이들을 받아들여 서서히 ‘테러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이렇게 ‘테러 조직’에 합류한 중동계 이민자 자녀들 중 머리 좋은 자들은 직접 테러를 기획했다. 이들이 기획한 테러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은 테러조직 지도자들에 의해 알 카에다에 전달됐고,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 등 지도부는 이 계획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선발된 테러 계획에 자금을 지원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던 탈레반 정권의 도움으로 헤로인의 재료인 양귀비를 재배해 큰 수익을 올려 자금은 부족하지 않았다. 실제 일부 대테러 기관에서는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알 카에다의 자금이 최소한 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알 카에다는 이런 식으로 신생 테러조직에 자금을 대 테러를 자행한 뒤 이를 자신들의 성과로 돌리면서 선전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다시 자산을 늘렸다. 일각에서는 두바이 건설 당시 1,000억 달러에 달했던 수쿠크 자금 중 일부가 ‘공식 후원’을 통해 알 카에다에도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풍부한 자금’을 마련한 알 카에다는 미국, 유럽, 중동으로 국한됐던 활동 영역을 아시아 지역으로 넓히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인도네시아의 힌두교 거주지인 발리섬, 필리핀 남부 지역 등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노린 곳은 바로 일본과 한국이었다. 미군이 대규모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9·11 기획자, 한국에서 테러 시도 경력

실제 알 카에다는 1995년 경 김포공항과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민간 여객기 14대를 공중 납치해 태평양 상공에서 동시 폭파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는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동참할 계획이었다.
이 테러를 기획한 자는 KSM으로도 불리는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그는 한일 양국에서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사전 정찰을 하는 한편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한국에 위장 취업시켜 한국과 일본 내 미군 기지와 미국기업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폭발물을 보관하던 알 카에다 조직원의 필리핀 아파트가 사고로 폭발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KSM은 미련을 가졌는지 1998년 다시 알 카에다 조직원을 한국에 위장 취업시켰다. 이때 입국한 알 카에다 조직원은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돼 강제추방 당했다.
이 같은 사실은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알 카에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다 발견한 뒤 2003년 국가정보원에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한국 내 테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테러용의자’들을 ‘다문화 정책’으로 보호하기까지 했다. 이런 태도는 지금도 변함없다.

우리나라, 어떤 곳이 테러에 취약할까

많은 민간 안보연구가들이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 ‘우리나라에서 테러에 취약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는 경고를 꾸준히 했다. 이때 실무자들은 문제 제기에 크게 공감하며 상부에 보고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취약점은 지금은 더 늘었다. 사이버 공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제테러조직은 인명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죽일 수 있으면서 뉴욕 세계무역센터처럼 경제.정치적인 상징성이 높은 곳을 노린다. 여기에 한국은 북한과 대치중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입을 다물면 한국 정부는 당연히 북한을 의심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안보당국에서는 현재 국내에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 등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수년 넘게 암약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테러 조직원이 한국 지리나 정서도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다.

테러 조직들이 볼 때 한국에서 한국인뿐만 아니라 서방 진영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시설, 외국인이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으로 위장하면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한 시설이 수도권만 해도 수십여 곳이 넘는다. 그 중 눈에 띄는 것만 해도 남산타워, 역삼역 인근 한국은행센터와 GS타워, 강남역, 삼성동 코엑스, 신도림역, 광화문역,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용산 전쟁기념관, 신촌 현대백화점 주변, 광진구 테크노마트, 청와대 사랑채, 여의도 63빌딩,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잠실종합운동장과 야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장소에는 사물함이 있거나, 유동인구가 10만 명 이상인 곳, 건물이 대부분 유리로 만들어진 곳, 내진 설계가 부실한 곳, 서울과 수도권이라면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내외국인의 접근이 어렵지 않으며, 일부 시설은 출입증이나 보안절차 없이도 ‘정장 입는 외국인’이 고급 승용차나 관광버스에서 내리면 제한 없이 통과한다. 옆에 한국인 ‘관광 가이드’라도 한 사람 있으면 ‘만사 OK’다. 특히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일 경우에는 거의 ‘출입 제한’이 없다고 보면 된다.

또한 해외 테러 조직은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며 본 테러 이전에 대응체계 등을 살피기 위해 ‘사소한 유사 범죄’를 먼저 일으킨다.

현실보다 더 위험한 사이버 공간

이보다 더 위험한 테러 취약지대도 있다.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우리 정부와 안보기관들은 북한의 사이버 전력과 테러 소식에 ‘전력을 강화했다. 앞으로는 북한의 테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소리친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우선 우리나라 사이버 공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네트워크 시스템 90% 이상이 MS사의 윈도우 기반 운영체계(OS)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안성이 취약한 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주요 기관들은 윈도우에서만 작동되는 액티브 X라는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다.

액티브 X로 위장한 악성코드도 많이 나돌고 있어 다른 나라들은 액티브 X를 금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나 정부 등에서는 비용 등을 문제로 액티브 X를 10년 넘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사용하는 웹하드-P2P 사이트도 문제다. 여기에서 유통되는 각종 동영상, 사진 등의 파일에는 악성코드가 숨어 있다. 디도스 공격이 터질 때마다 그 경유지는 웹하드-P2P로 드러났다. 7.7 디도스 대란 때는 물론이고 이번 농협 사태 때에도 웹하드 프로그램을 사용한 흔적과 여기서 다운로드 받은 파일에 숨어 있던 악성코드들이 발견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IT 진흥정책을 펼치면서 국방부, 국정원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부처와 중요한 시설들을 모두 네트워크와 연결해버렸다.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게 업무 효율성이 좋을 수 있지만 다양한 보안대책이 없을 경우에는 위험도 증가한다.
사회 인프라를 관리하는, 독립형 전산망의 보안체계도 허술한 편이다. 만약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내부자’가 악성코드나 ‘논리폭탄’ 등을 전산망에 심을 경우 시스템 자체가 마비된다. 지하철, 철도, 전력회사, 은행, 카드사, 대기업 유통망 등이 이런 면에서 취약하다는 건 이미 IT업계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된다.

 

대한민국 테러 시나리오

만약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이 한국에 귀화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매수해 테러를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식으로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우선 자금은 10만 달러, 조직원은 10명으로 가정하자. 먼저 조직원을 2:4:4로 나눈다. 처음 2명은 경찰 등 안보기관을 속이기 위한 미끼다. 여기에는 한국인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한국 국적의 무슬림을 활용한다. 테러에 참여한 대가는 ‘돈’이다. 다른 팀은 1차 테러, 2차 테러룰 실행할 팀이다. 각 팀은 다시 2인조로 나뉜다.

그 다음 소규모 화공약품 가게와 농산품 가게에서 질소비료 등을 구입한다. 여기서 질산암모늄을 추출해 낸다. 이것을  등유와 섞어 폭탄으로 만든다. 전자상가 등에서 퓨즈와 구형 싸구려 휴대전화를 구입한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대포폰이나 외국인 명의의 선불폰이다. 차량도 구입한다. 이태원, 안산, 화성 등에서 외국인 명의의 대포차를 4대 구입한다. 눈에 띄지 않는 준중형이나 중형차가 적합하다. 필요하다면 이태원 일대에서 외교차량 번호판을 훔쳐 단다. 그 다음 ‘작전’에 돌입한다.

‘미끼’팀은 먼저 공공시설 사물함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원격 폭파한다. 단 폭발력을 작게 조절해 인명피해 없이 공포심만 조성한다. 경찰 등에 체포되는 시점도 7~14일 정도로 조절한다. 그 사이 제1차 테러와 제2차 테러를 준비한다.
1차 테러는 남산타워 전망대와 코엑스, 잠실 롯데월드, 63빌딩 지하 아케이드다. ‘미끼’팀 체포 후 3일 가량 지난 금요일 오후가 좋다. 관계 당국이 방심하기 때문이다. 폭발 시간은 각각 20분 단위로 한다.

2차 테러는 교통마비를 노린다. 이때는 차를 버릴 생각을 해야 한다. 강변북로와 마포대교 북단이 만나는 램프 주변,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램프 또는 성수대교 남단 입구에 폭탄을 실은 차를 세워 둔다. 비상등을 켜 놓으면 한국 사람은 신경을 쓰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더 큰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싶다면 견인차를 불러 일산이나 구리의 특정지점으로 가달간다. 실행팀은 중간에 내리면 된다.

그 다음 실행팀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폭탄이 든 배낭을 메고 각각 호남선과 경부선을 탄다. 중간 지점인 천안에서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린다. 폭발 시간은 KTX에서 내린 뒤 30분 후가 좋다. 최고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은 객차 사이마다 있어 최고속도에서 폭탄이 터지면 열차 전체를 탈선시킬 수도 있다.

마지막 실행팀은 택시로 이동해 토요일에는 한남동 이슬람 사원 건물, 일요일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폭탄이 든 배낭 또는 트렁크에 폭탄을 채운 차를 놔둔다. 폭발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사이 언제든지 좋다.

앞서 말한 테러가 실제 일어난다면 사상자가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2만 명 이상이다.
이런 테러가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대응할 수 있을까. 범인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아니, ‘북한 핑계’를 댈 가능성도 있다.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이라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알 카에다를 ‘사냥’하겠다고 나설까. 그런 행동을 한다는 전망은 하기 어렵다.
테러에 대비한답시고 예산 증액하고 조직 늘리는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전적인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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