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등록금 문제와 민중주의의 위협
[특별기고] 등록금 문제와 민중주의의 위협
  • 미래한국
  • 승인 2011.06.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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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소설가 ‧ 경제평론가

 
‘반값 등록금’ 문제가 느닷없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점이 됐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온 사회적 상황과 정치적 과정은 우리 사회의 건강에 큰 문제가 있음을 가리킨다.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당 대표들의 제안은 시행되기엔 너무 큰 문제들을 안았다. 가난한 대학생들로선 지기 어려운 짐이지만,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증거들은 드물고, 반으로 깎아도 될 만큼 높다는 증거는 분명히 없다. 원래 대학은 어느 사회에서나 등록금이 비싸서 소수만 다니는 곳이다.

물론 우리 고등교육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값이 결정될 만큼 자유로운 시장은 아니다. 그래도 등록금은 시장 상황을 상당히 잘 반영한다고 보인다. 근년에 등록금이 평균 물가보다 훨씬 많이 올랐지만, 그런 상승은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사정을 반영한다.

이처럼 등록금 수준이 대체로 경제 현실을 반영하므로, 등록금을 단숨에 크게 내릴 길은 마땅치 않다. 만일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을 굳이 세운다면, 내린 부분은 정부가, 즉 궁극적으로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여러 가지 현실적 및 철학적 문제들을 안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사회적 자원의 비효율적 배치를 뜻한다.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보다 훨씬 덜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정부 예산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보조금은 윗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그것이 정의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눈에 이내 들어온다. 교육은 공공재가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누린 교육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만일 대학교육에 대해 소비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그 비용을 일부라도 대신 부담하도록 정부가 강요한다면, 그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당장, 그런 조치는 대학에 가지 않는 젊은이들과 이미 대학을 나온 세대들에게 크게 불공정하다. 

로마 제국이 쇠퇴한 이유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근년에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차오른 민중주의의 산물이면서 민중주의 사조를 한결 더 거세게 만들리라는 걱정이다. 등록금 문제가 갑자기 사회적 논점으로 출현한 단 하나의 이유는 젊은이들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비루한 시도였다. 그런 민중주의는 근년에 우리 사회에서 하도 지나치고 뻔뻔스러워져서, 우리는 로마 제국의 쇠퇴를 부른 민중주의적 행태들을 떠올리게 된다.

로마 제국의 권력은 본질적으로 군대에서 나왔다. 로마가 유지한 방대한 군대에서 정치적으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한 것은 친위대(Praetorian Guards)였다. 황제 자신과 원로원의 권위와 제국의 금고가 모두 친위대의 수중에 있었다. 그래서 황제들은 갖가지 특권들과 돈으로 친위대의 충성을 샀다. 특히 새 황제가 즉위하면, 거대한 기부금을 친위대에게 주는 관행이 정착됐다.

친위대가 누린 특혜는 황음무도했던 코모두스(Commodus) 황제 때 특히 커졌다. 자신의 방탕과 실정으로 적들을 많이 만들었음을 인식한 코모두스가 친위대의 환심을 사려고 애쓴 덕분이었다. 코모두스가 가신들에 의해 암살되자, 덕망이 높은 페르티낙스(Pertinax)가 즉위했다. 그러나 코모두스 아래서 누린 특혜를 못 잊은 친위대는 반란을 일으켜 페르티낙스를 죽였다. 이어 그들은 제국의 황제 자리를 경매에 부쳤다. 첫 응찰자는 페르티낙스의 장인 술피시아누스(Sulpicianus)였는데 부유한 원로원 의원 디디우스 율리아누스(Didius Julianus)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황제가 됐다.

이처럼 정치 지도자들이 폭도로 변한 친위대에 다투어 지지를 애걸한 사건은 로마 제국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그 뒤로 황제가 되려는 군사 지휘관들 사이의 내전들이 이어지면서, 로마 제국은 빠르게 쇠퇴했다. 기번(Edward Gibbon)은 “친위대의 방종한 분노는 로마 제국의 쇠퇴의 첫 징후이자 원인이었다”고 평했다.

지금 일부 대학생들이 ‘무조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시위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그들을 찾아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행태는 로마 제국의 민중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마의 친위대는 그들의 칼을 경매에 부쳤고 지금 시위하는 대학생들은 그들의 표를 경매에 부친다. 심각성에선 다르지만, 성격에선 같다. 

정부 통제 풀리면 등록금 문제도 풀릴 것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어떤 산업이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내면, 대책은 거의 언제나 정부의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켜 문제들을 낳았으므로, 규제를 풀어서 시장의 가격기구가 작동하도록 하자는 논리다.

현재 정부는 교육의 전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대학교육도 실은 정부의 통제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각 대학교들이 생산할 교육 상품들의 종류와 양을, 즉 학과들과 정원들을, 자세하게 정해놓는다. 물론 정부는 그런 상품들의 가격도, 즉 등록금도, 엄격하게 통제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대학교들은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어져도, 그 생산 라인인 학과를 폐지하지 못하고, 새로운 지식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나와도, 그것들을 이내 공급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고객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부가 미리 정한 시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고객들인 학생들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명령 경제에 가까운 체제에선 경쟁이나 혁신이 나올 자리가 없다. 대학교들의 생산성이 그렇게 낮고 비용은 높은 것이 이상하지 않다.

자연히, 등록금 문제를 푸는 길은 정부의 규제를 풀어 교육시장에 교육의 수급을 맡기는 것이다. 어떤 교육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생산하고 분배하느냐 하는 기본적 문제들을 교육의 공급자들과 소비자들이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이 정부의 지나치게 엄격한 통제에서 벗어나면, 대학교들은 훨씬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 과정들을 훨씬 싼 값에 훨씬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가 명령경제보다 우수한 이치는 교육이라는 재화의 생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처방의 효험은 이미 여러 산업들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특히 교훈적인 것은 항공산업의 경험이다.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항공산업은 규제가 다른 산업들보다 훨씬 엄격하다. 규제가 풀리자 항공사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상품들이 많이 나왔고 비용은 낮아졌고 자연히, 항공기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안전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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