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길] ‘지상천국’을 건설하려는가
[미래길] ‘지상천국’을 건설하려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07.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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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편집위원/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앞날은 그 구성원의 의식, 구성원 상호간의 경기규칙, 그리고 제도 등 세 요인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점차 문제를 야기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의식은 실종됐고, 결과의 평등이 정의의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인류를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만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문제 있는 체제로 각인되고 있다.

분명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제기되지 않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무상복지가 오랜 전통과 집권의 역사를 가진 정당들에 의해 앞다퉈 제기되고 이에 일부 지식인들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야 현재로선 침묵하고 있으나 다음 선거에서는 투표소의 휘장 속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상복지를 공약한 정당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집권을 위해 속임수를 내놓는 정치 지도자와 이에 열광하는 대중이 많은 나라 중 한 나라라도 잘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조직과 나라는 구성원들의 삶이 비참해지고 때론 조직이나 나라 자체가 멸망한다. 무상복지 사회를 지구상에 구현하고자 했던 나라 소련이 건국 후 69년 만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세금이 없는 지상 천국의 나라, 무상 복지의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은 독재와 기아에 신음하고 있다.

복지국가를 추구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와 시책에 바탕해 복지국가가 추진돼야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빈곤에 대한 전쟁’이 선포되고 캐나다에서 ‘정의로운 사회’의 건설이 표방됐을 때 정책 담당자들은 국민들이 세금 납부를 통해 빈곤계층에게 소득을 조금씩만 이전해 주면 사회의 빈곤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믿었다. 복지 관련 예산, 특히 이전지출적 예산이 모든 선진국에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빈곤이 사라졌다는 통계는 찾을 수 없다.

기업의 경우엔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하거나 일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그 기업은 망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하지 않고 잘못된 일을 해도 그리고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만 하면 경제가 번영하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리라고 믿고 있다. 참으로 잘못된 인식과 관점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저 덤비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먼저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피상적 관찰은 규명이 아니며 맥점을 짚어 내야 한다. 정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은 정치 지도자들의 쌈짓돈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지도자는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으며 낭비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함은 물론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아마 모든 정치적 이상 가운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망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라는 포퍼(K. R. Popper)의 갈파는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애절한 읍소(泣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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