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7.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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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 6월 14일. 시장경제를 연구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홈페이지에 한 노교수의 칼럼이 올라왔다. ‘우리가 지금 사회주의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제목은 얼핏 어처구니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정말로 우리가 지난 10년간에 걸쳐 사회주의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게 한다. 저자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경제학)의 칼럼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자유 우파 지식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아울러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동운 교수는 성경 속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발견해 이를 최근 책으로도 출판했다. <미래한국>이 칼럼의 저자 박동운 교수를 만나봤다.

- 최근에 한국경제연구원에 쓰신 칼럼이 자유보수 진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최근 K-Pop이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4개 대륙에서 한류 돌풍을 일으키며 ‘한류 글로벌 맵’을 새롭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 드라마, 한국영화가 비슷한 돌풍을 일으켰지요. 2011년 한국은 수출입을 합한 무역규모가 세계 9위로서 1조 달러에 이르게 되리라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시장점유율 10%를 기록했고, 역시 미국시장에서 에쿠스 신형이 BMW7과 벤츠 S 클래스를 제치고 렉서스에 이어 고급차 2위에 등극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한편, YS 때 어떤 대기업 총수가 한국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한국정치는 지금 5류에도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 5류도 안 되는 정치가 ‘복지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한국을 사회주의의 길로 이끌어 가고 있으니 저처럼 시장경제 관련 책을 20권 넘게 써온 사람이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요.
무엇보다도 저는 로널드 레이건과 손을 맞잡고 신자유주가 뿌리 내리는 데 기여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에 관한 책을 세 권 쓰면서, 유럽 선진국들이 사회주의로 전락했다가 시장경제로 부활하기까지 30~40년이 걸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알고 있는 제가 ‘5류 정치의 복지연극’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사회주의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칼럼을 쓰게 된 것이지요.     

유럽 선진국, 사회주의로 전락했다가 30~40년만에 돌이켜

- 선생님 칼럼을 읽어보면 자유보수진영이 그동안 반공과 반북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우리 내부의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주의경제를 재확신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해방 후 6·25를 거치면서‘자유보수진영이 그동안 반공과 반북에만 매달리다 보니’한국사회는 건전한 이념 논쟁을 펼 수가 없었지요. 더군다나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이념 논쟁이 정치세력화해 사회 일각에서는 인류를 잘 살게 해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거부당할 수 밖에 없었지요. 세계는 지금 한류 돌풍이 보여주듯이 문자 그대로 글로벌화, 곧 하나로 통합돼 가고 있는데도 한국사회는 낡고 낡은 이념 논쟁에 휘말려 양극화돼 가고 있다고 우려됩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세계는 빠른 속도로 우리를 잘 살게 해준 자유시장경제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나 민주당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는 복지국가 스웨덴이 경제위기와 재정위기로 우파에 정권이 넘어갔고, 정부규모(GDP 대비 정부총지출 비율)가 가장 컸던 1993년의 71.7%에서 금융위기 전 해인 2007년에는 51.0%까지 줄었습니다. 14년 동안에 정부 크기가 무려 20.7%포인트나 줄었습니다.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인 1992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쳐둔다면 OECD 30개 국가 가운데 25개 국가가 작은 정부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6.3%포인트 증가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이런 추세에서 이명박 정부는 고삐 풀린 말처럼 큰 정부로 나아가고 있고, 정치들의 복지전쟁이 한국을 더 큰 정부, 곧 사회주의의 길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보릿고개에서 우리를 경제대국 세계 15위로 격상시켜준 자유주의경제를 재확신해야 하지요.    

- 좌파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가 실패했고 따라서 시장을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입니다. 먼저 신자유주의의 등장부터 언급하지요.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1975.5~1990.11)는 사회주의 정책에 찌들대로 찌들어 ‘영국병’을 앓고 있던 영국을  구조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로 말끔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규제 천국 뉴질랜드가 1984년부터, 유럽의 병자로 일컫던 아일랜드가 1987년부터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 일류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마거릿 대처보다 2년 뒤에 정권을 잡은 로널드 레이건은 마거릿 대처와 손을 맞잡고 구소련과 맞서 싸워 1985~1990년 사이에 사회주의 붕괴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 후 구사회주의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시장경제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눈부신 경제발전이 이를 대변합니다. 또 앞에서 언급했듯이 OECD 30개국 가운데 25개국이 정부규모를 줄여 시장경제원리의 대표격인 작은 정부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확실한 승리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신자유주의 실패 주장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라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양극화 이유로 여당도 사회주의 노선 추구

- 서민들은 경제가 성장해도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회주의라도 좋다는 심리도 있어 우려됩니다. 어디가 잘 못된 것일까요.

저도 동의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자신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중국에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것도, 수많은 저개발국가들이 사회주의국가로 전락하게 된 것도 그런 심리 때문이지요. 한국의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 포퓰리즘이 서민들을 부추길 것 같아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실은 야당, 아니 여당 정치가들도 표를 얻기 위해‘양극화’명분을 바탕으로 서민들의 사회주의 선호 심리를 내세워 한국을 지금 사회주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저의 칼럼을 길에 뿌리면서 외칠까요? 그렇다고 귀담아 들을 서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정치가들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면 되는데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복지정책이라는 달콤한 구호를 내세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루비콘강에서 돌아설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칼럼을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 썼지요.저는 언론의 기여를 기대합니다.

- 복지논쟁이 한참입니다. 복지에 대해 가져야 할 올바른 개념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지금 야당이나 여당이나 복지에 관해서 똑 같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복지논쟁은 표를 얻기 위해 야당이 불을 먼저 지폈지만 어떻게 보면 여당이 더 앞서가는 느낌도 갖습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최소 차이의 원칙’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가 겨루는 양당 정치의 경우 보수가 표를 더 얻기 위해 진보 정책 쪽으로 기울면 진보도 보수 정책 쪽으로 기울게 되고, 이런 식으로 정책 경쟁을 벌이다 보면 보수와 진보의 한중간에 위치한 투표자 마음을 먼저 사로잡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당 한나라당과 제1야당 민주당이 벌이는 복지정책 경쟁이 그 예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건 한국은 사회주의의 길로 갈 것이 확실합니다.

복지에 대해 가져야 할 올바른 개념은 두 가지입니다. 부자도 공짜는 좋아한다지만 세상에는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복지에는 비용, 곧 증세(增稅)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복지정책은 반드시 비용과 연계되어야 하고, 보편적 아닌 선별적이어야 합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서 적잖은 학생들은 지금 정치가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대단히 싫어합니다. 그들의 반대 이유는 명쾌합니다―“왜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크리스천은 성경 속의 시장경제원리 깨달아야

 - 선생님께서는 전공이 영문학이셨는데 경제학으로 옮기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1966년이라고 기억합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신문사에서 2년째 근무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저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신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저와 한자까지 이름이 똑 같은 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광주에서 올라와 한국일보 7층 커피숍에서 그 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분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새뮤엘슨 경제학 3판을 가지고 가정교사로부터 경제학 공부를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나도 경제학을 하겠다’고 결정해버렸습니다. 젊었으니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지요. 그 후 대학원에 들어가 경제학 공부한답시고 하기는 했지만 수요 공급 원리도 아는 것 없이 미국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동서문화 장학생(미국 하와이 대에 있었던 East-West Center)으로 선발돼 경제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지요.

- 기독교와 시장간의 관계를 저술하신 책이 흥미롭습니다. 기독교와 시장경제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습니까?

 그동안 시장경제 관련 책을 공저를 포함해 30여 권 썼습니다. 그런데 저는 크리스천으로서 성경 속에는 어떤 경제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공부하면서 꼭 10년 동안 준비했습니다. 저는 2009년 드디어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는 ‘기독교는 어떻게 세계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는가를 시장경제 시각에서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독교는 출발부터 사유재산을 강조했고, 사회주의식의 평등 아닌 하나님 앞에서의 진정한 평등을 강조했고, 노동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법치를 강조했고, 자유를 강조했고, 돈벌이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기독교는 이처럼 출발부터 시장경제를 지지했기 때문에 세계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 끝으로 위정자들과 저희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계시다면?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위정자들이 한국이 나아갈 방향의 키를 쥐고 있습니다. 한국이 사회주의의 길로 가게 될 경우 이를 주도한 정치가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미래한국 독자들도 이 점을 깨닫고 올바른 판단을 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인터뷰 /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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