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운동에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신당 운동에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7.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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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튼 블랙웰의 ‘보수주의 조직 사업가’(The Conservative Organizational Entrepreneur)를 읽고

황성준의 BOOk &  World

황성준 편집위원·전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보수우파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새로운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좌클릭과 무기력함은 보수우파진영을 실망시키고 있으며 이에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독자 정당 건설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독자정당론’은 대략 두 갈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는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선진통일연합’이다.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차기 대선 승리가 힘들며, 따라서 한나라당을 견제 혹은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과 차별되는 별도의 중도보수 혹은 ‘선진화’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대한민국 선진화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을 규합해 창당한 뒤,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대선에 독자후보를 출마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끈다는 것이다.

엄청난 ‘그랜드 플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단 이들에게는 분명한 보수적 가치와 이념이 없으며 이러한 세몰이는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제3당 건설론’이나 이른바 ‘2군 결집론’의 재탕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가치정당’이 되기보다는 기존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 지망생들의 결집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수우파 운동도 대중에 기반한 풀뿌리 조직 가능할까

또 다른 흐름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정통보수진영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독일 자민당’ 론이다. 즉 보수우파의 기치를 선명하게 내건 가치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에서의 당선을 다소 어렵다 하더라도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활용하면 원내 진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원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일당백의 보수우파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견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독일의 자민당이 보여준 것처럼, 연정 파트너로서 집권 정당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강한 원칙론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망가와 조직 그리고 자금의 부재로 인해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이러한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중심 인사들이 진흙탕에 발을 디밀고 ‘망가지는’ 수모를 당해야 하는데, 이러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보수 인사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독자 정당’이나 ‘비판적 지지’가 아닌 것 같다. 현재 보수우파진영의 조직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제대로 된 조직틀과 안정적 기금을 확보하는 있는 조직은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대중에 뿌리내린 풀뿌리 조직은 좌파 조직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우파 조직에서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우파진영의 독자적 대중조직들이 두 발로 견고히 서지 못하는 이상 모든 형태의 보수우파운동론은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몰튼 블랙웰(Morton C. Blackwell)의 ‘보수주의 조직 사업가론(The Conservative Organizational Entrepreneur)’은 한번 귀를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이다. 블랙웰은 ‘리더십 인스티튜트’라는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 사관학교를 창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대표적 ‘조직 사업가’이다. ‘리더십 인스티튜트’는 보수주의 이념과 철학을 가르치는 기존의 다른 보수주의 교육기관과는 달리, 이미 보수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청년들이 ‘어떻게 승리하는가’를 배우는 전략 전술학교이다.

블랙웰은 이 소책자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1965년 블랙웰이 보수주의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 선배 운동가들이 보수주의 운동과 생계를 함께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웰은 이 주장이 다행히도 틀린 것으로 입증됐으며 운동과 생계를 훌륭하게 결합시킨 이른바 ‘조직 사업가’들이 미국에서 대량 배출됐다는 것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풀러, 자유의회재단의 폴 웨이리치, 이글 포럼의 필리스 슈라플리, 다이렉트 메일(direct mail)의 전도사 리차드 비규어리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조직 사업가’란 무엇인가? 기업문화가 발달한 미국식 개념으로, 조직운동에 기업 개념을 결합시킨 것이다. 즉 춥고 배고프더라도 대의를 위해 이 한 몸 바쳐 헌신하다는 ‘전근대적’ 운동을 탈피하고 현대 기업의 조직 및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운동과 생계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현대 시장경제적 조직가를 일컫는 말이다.

단순한 열혈 운동가가 아니라 냉철한 조직가가 필요

블랙웰은 이러한 ‘조직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백화점식 운동조직이 아닌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조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올바른 이념이 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성공적 마케팅 기법’을 적극 학습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셋째, 재정의 독립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정부예산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운동성 자체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또 재정 확보 방법으로 ‘다이렉트 메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돈 없어서 운동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펀드레이징에 실패했다는 것 자체가 운동을 잘못하는 있는 것이라는 뼈아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운동의 성과 자체가 펀드레이징의 양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 기부자와 조직 기업가와 관계를 소비자와 기업가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조직 사업가는 단순한 열혈 운동가여서는 안 되며, 기업가가 갖는 냉철함과 치밀함으로 무장해야 하며, 일반 활동가들을 조직적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참조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책자는 시중에 없다. www.LeadershipInstitute.org 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참조할 다른 좋은 자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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