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진중공업 시위 현장에 가다
부산 한진중공업 시위 현장에 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7.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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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희망버스’가 남긴 건 시민들의 분노

 

지난 7월 9일 밤부터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에 참여한다는 ‘희망버스’ 얘기로 온통 시끄러웠다.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희망버스’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불쌍한 해직자들을 돕는’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을 응원한다는 것이 그들이 내건 외형적 목표였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달랐다. <미래한국>이 부산 시위 현장을 방문해 그 실태 및 분위기를 파악했다.    

‘희망버스’에 탄 시위꾼들은 누구   

지난 6월 11일부터 1박2일 동안 한진중공업은 외지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1차 희망버스’가 들이닥쳤던 것이다. 500여 명의 희망버스 일행은 16대의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다 곧 쇠파이프 등으로 경비용역직원들을 폭행한 뒤 공장에 난입했다.

일부 언론은 ‘희망버스’를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전문 좌파운동 시위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50여 단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희망버스’에 대한 공지사항 등을 참고한 결과 이 ‘평범한 시민’들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당원, 민노총,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등의 단체 회원들과 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사람들, 좌파 인터넷 단체 회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촛불 시위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82Cook’ ‘레몬테라스’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희망버스’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이 올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또한 이들의 공지사항을 이메일로 전파하며 도왔다.
‘희망버스’가 말하는 ‘희망’이란 한진중공업 직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올린 ‘참여후기’나 ‘2차 희망버스’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을 보면 ‘85호 크레인’에서 점거 농성 중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과 ‘자신들만의’ 희망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말한다.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6개월 넘게 불법점거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을 ‘한국근현대사의 아픔과 절망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김진숙 지도위원이 1987년 해직당한 뒤 복직 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고서도 불복하고 있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은 채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동일시하며 ‘구하러 간다’고 말한다.
이 주장만 들으면 ‘노조원’과 ‘비정규직’들은 모두 하루 세 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굶어죽는 사람처럼 생각된다. 그들의 상당수가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데도 말이다.

지난 9일 부산 일대를 마비시킨 ‘2차 희망버스’도 ‘1차 희망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2차 희망버스’는 전국 37개 지역에서 180여 대 버스를 타고 온 7,000여 명의 시위대가 참가했다. 어떤 부모는 중고생, 초등학생 자녀를 데려오기도 했다. 좌파 언론과 야당 의원들도 합세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은 ‘2차 희망버스’ 참여 독려 기사와 칼럼을 꾸준히 게재했다.

 

2차 희망버스의 ‘부산 침공’ 장면

정치권에서는 민노당, 진보신당과 함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적극 참여했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6월 27일 노사가 조업 재개를 합의했음에도 “공권력의 개입을 막으러 부산으로 내려간다. 공권력이 개입하면 제2의 부마항쟁을 부를 것”이라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함께 부산경찰청 청장을 찾아 “시가행진을 막으면 경찰 수사권을 도로 뺏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부산경찰은 ‘2차 희망버스’ 시위대에 부산 중심도로를 내주기로 했다.

이렇게 부산 도로를 차지한 ‘2차 희망버스’ 시위대는 9일 밤 부산역 광장에 모여 ‘그들만의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가 시작된 오후 8시 경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백기완 씨, 문성근 씨, 이정희 민노당 대표 등도 자리에 있었다.
‘희망버스 시위대’ 일부는 부산역 광장 일대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인근 카페에서 자기들끼리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40대 중반 이상으로 보였다. 시위대는 콘서트가 시작되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콘서트를 하는 동안 부산역 주변은 어수선했다.

‘2차 희망버스’ 시위대는 1시간 30분 동안의 콘서트가 끝난 뒤 영도 한진중공업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위대 7,000여 명은 오후 9시 20분 경 부산의 중심도로인 중앙로 한쪽 방향 모두를 점거한 채 부산역에서 영도로 향했다. 경찰은 이들을 위해 오전 8시 40분경부터 부산역 앞 중앙로 전체를 통제했다. 부산 시민들은 이로 인해 2시간 이상 도로 위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도 시위대의 한진중공업 접근만은 막았다.

시위대는 온갖 깃발을 내세우며 영도에 도착했다. 경찰은 봉래동 교차로에서부터 경찰 93개 중대 7,000여 명으로 한진중공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오후 10시 경 경찰 저지선에 도착한 시위대는 플라스틱으로 된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며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된 여경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희롱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자칭 기자’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경찰 저지선 위에서 시위대를 촬영하는 기자들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정문 앞 편의점 인근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숨어 있다 경찰에 포위됐다. 경찰은 이들을 발견하기에 앞서 한진중공업 인근에 숨겨둔 쇠파이프 70여 개와 각목 20여 개, 죽봉 1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민노당 등 외부 촛불세력이 내세우는 주장들

10일 자정이 지나면서 시위대는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1시간 동안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했지만 최루액을 이기지는 못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장비를 빼앗는가 하면 인도 옆 난간을 뜯어내기도 했다. 시위대는 ‘부산 시민’을 팔며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소리 질렀다.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자들을 잡기 위해 체포조를 투입했다. 50여 명이 체포됐다. 그 중에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시위대는 10일 오후 3시까지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자진 해산했다.

지난 6월부터 인터넷을 달군 한진중공업 사태는 6월 27일 노조 측이 조업에 복귀하기로 하고 사측은 정리해고자 중 희망자는 ‘희망퇴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민노총 등 외부세력은 “어용노조와 사측 간의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나온 한진중공업 관련 글 대부분이 ‘공권력으로 노조를 탄압한다’ ‘한진중공업이 어용노조를 부추겨 노조를 분열시키려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굶겨 죽이려 한다’는 등 민노총과 좌파들의 주장으로 도배돼 있다.

민노당 등 외부세력들은 한진중공업이 174억 원을 배당했고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52억 원을 배당하는 등 회사에 돈이 남음에도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한진중공업은 연말마다 주주들에게 ‘현금 결산배당’을 해오다 2010년 말에는 실적 미진으로 현금배당을 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배당조차 못하게 되면 주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경영진은 현금 대신 보통주 1주 당 0.01주의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회사 흑자인데도 정리해고한다며 허위 주장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한진중공업과 그 외의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한진중공업 그룹은 2006년 4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기업집단(공정위에서 대기업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지정됐다. 
한진중공업 홀딩스가 주주들에게 52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중 대륜E&S와 한국종합기술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계열사로부터 ‘한진중공업’의 브랜드 사용료를 통해 이익을 올리고 있다.

외부 세력들은 또한 “한진중공업은 ‘수빅만’ 조선소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대형조선소에 비해 큰 이익을 올린 영도 조선소를 줄이고 근로자를 해고하려 한다. 한진중공업 조선분야의 영업이익은 1,497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했다. 
선박업계 조사기관인 클락슨의 자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2척, 시장점유율은 1.31%에 불과하다. 이 통계의 수주잔량은 지금까지 인도하지 않은 선박의 수다.

한진중공업은 영도 조선소 25만㎡(약 8만여 평) 부지가 ‘메인 조선소’다. 마산과 울산에 조선소가 있기는 하나 모두 합쳐도 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한진중공업은 이 때문에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필리핀 수빅만의 230만㎡(약 90만 평) 부지에다 지은 조선소는 2008년 6월 말 완공됐다.
조선소만 짓는다고 선박 수주를 받을 수는 없는 일.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는 완공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2010년 1월에야 18만톤급 벌크선 2척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어 2월에 1척, 4월 8척, 5월 8척 등 모두 1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가 불황 속에서도 이렇게 선박 수주가 가능했던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지 숙련공의 연봉이 400만 원 가량에 불과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영도 조선소의 영업이익이 1,497억 원에 달한다. 수빅만 조선소 때문에 연간 수백억 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진보신당의 주장도 사실과는 정반대다.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08년 5,103억 원에서 2009년 4,609억 원, 2010년 2,014억 원으로 크게 줄고 있는 상태다. 영업외비용 등을 모두 계산한 ‘실제 이익’인 당기순이익은 2008년 630억 원에서 2009년 519억 원, 2010년 517억 원 당기순손실로 크게 줄었다. 이는 건설부문에서 올리는 영업이익을 조선부문에서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 한진중공업과 관계없는데 무단 침입 점거

 ‘한진중공업 사측이 영도 조선소 직원을 무차별 정리해고하려 한다. 이번 정리해고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는 좌파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한진중공업 측은 영도 조선소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독도함’을 건조했던 ‘특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는 일반 선박 수주 및 건조를 맡도록 하고 영도 조선소 등은 신기술 개발과 함께 군함과 해경 경비정, 위그선 등을 맡아 건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력 감축계획은 이런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400명 정리해고’도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한진중공업 측은 부산지방노동청에 400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부족하면 정리해고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 제출했다. 이후 직원 중 23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22개월분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170명에 대해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파업 6개월이 지난 6월 말 현재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 60명이 희망퇴직으로 전환했다. 정리해고자 중 1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인 상태라고 한다.

‘한진중공업은 노조원이었던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 타워크레인에서 6개월 째 농성을 벌이고 있음에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측의 사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거짓이다.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시위현장을 중계하는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은 엄밀히 말해 한진중공업 노조원이 아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그룹이 영도 조선소를 인수하기 전에 해고됐다. 당시 회사는 (주)극동해운의 계열사인 (주)대한조선공사였다. 용접공이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벌이다 해직된 사람이다.

‘희망버스’의 희망은 한진중공업 파국과 정치 공세

한진중공업 측은 “10여 년이 지난 후에서야 복직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그런 그가 ‘85호 크레인’을 몇 달 째 점거한 채 ‘정리해고가 부당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좌파진영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과 어떤 관계인지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노사가 파업을 중단하고 조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냥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될 것을 인권위 상임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기가 끊기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휴대전화 배터리나 죽도 올려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용변을 본 양동이도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마치 죽을 위기에 처한 것처럼 주장했다.

배우 김여진 씨가 “사측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타워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 이를 도와 달라”며 1인 시위 때 말한 내용도 거짓말이다. 한진중공업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 남의 회사에 무단 침입해 시설물을 무단 점거하고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될까.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에 개입하려 했던 자들은 부산 민심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나도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부산지역 민심은 이들에 대해 짜증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한진중공업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상인은 “저 사람들 때문에 장사도 안 된다”고 불평했다. 그는 “예전에 한진중공업에 왔을 때 잠도 못잘 정도로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장사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며 “부산 사람들은 저 사람들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진중공업 현장으로 이동 중 만난 택시 기사는 “저것들 다 빨갱이 아이가”라며 더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저 사람들 때문에 오늘 장사 그만 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한 그도 영도에 산다고 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파업도 끝나고 노사합의도 다 했다는데 지네들이 뭐라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런 사람들 때문에 대기업이 모두 해외로 나가는 거 아니냐. 정부가 민노총이니 뭐니 하는 것들 모두 허락해줘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이들의 말처럼 부산 시민들은 지금 ‘희망버스’ 시위대의 부산 난장판 만들기에 잔뜩 화가 나 있다. 이런 지방 상황에 무관심한 서울 언론들의 태도 또한 그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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