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그람지 한국을 치다
안토니오 그람지 한국을 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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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의 원조(元祖) 안토니오 그람시가 1920년대에 ‘문화 전쟁(culture war)'론을 설파한 이래 청소년교육, 대학강단, 대중문화, 대중매체를 장악하려는 좌파 변혁운동가들의 전술은 짭짤한 재미를 보아왔다.

한국의 NL(민족해방파)과 PD(계급해방파)도 80년대이래 현대사교육 분야, 학술계, 대중 연예계, 문화이론 분야, 미디어, 종교계 등 각 분야에서 엄청난 권력을 휘둘러 왔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다만, 안토니오 그람지는 철학에서 볼셰비키 레닌과 달랐지만, 한국의 NL PD는 철학에선 아류 레닌 아류 모택동, 수단방법만 그람지일 뿐이다.

후진국에선 폭력혁명으로 권력을 먼저 탈취하고 그 다음에 사람들을 세뇌하고 교양하고 사상개조를 한다. 레닌과 모택동이 그랬다. 그러나 그람지의 선진국 혁명론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먼저 물들인 다음에 세상을 거머쥐자는 전술을 제시한다.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어떤 콘텐츠에서 어떤 콘텐츠로 바꾸는가? 오늘날엔 세계화 반대 등 사회주의적인 정치경제론 말고도, 동성애 옹호, 가부장제(家父長制) 부수기, 좌파적 페미니즘, 병역거부, 좌파적 반전(反戰) 의식, 환경 근본주의, 위계질서 허물기...같은 사회문화적인 코드들이 흔히 등장한다. 문화적인 의미의 전통주의(traditionalism) 대(對) 세속적 진보주의(secular progressivism)의 싸움인 셈이다.

청소년들과 20~30대가 딱히 무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좌(左)로 휩쓸리는 것은 바로 이런 우상파괴적인 대들기와 허물기의 필(feel)이 그들의 머리와 마음에 쏙쏙 꽂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 문화혁명‘일꾼’들은 전통사회의 해묵은 인식체계와 관행들을 영화와 연극과 소설과 역사교과서와 대중매체와 서점(書店), 그리고 종교집회의 강론대(講論臺)를 통해 씹고 비꼬고 풍자하고 폄하하고 모욕하는 방식을 즐겨 쓴다. 특히 청소년들이 열광하는‘문화축제’란 이름의 광란 굿판을 통해서.

민노당 학생위원회 출신 해사(海士) 교관이 대한민국 국군 예비장교들의 머리와 마음을 바꾸기 위해 그런 짓을 하다가 기소되었다. 어떤 EBS 강사는 고교 수험생들의 역사인식을 좌향좌 시키기 위해 TV에서 마구 떠들어댔다.

김성욱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일일이 이름을 예거하기가 힘들 정도의 수많은 영화계, 연예계 종사자들이 민노당 지지를 선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족히 그람지식 문화전쟁이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지식인 사회는 좌파 문화혁명 운동가들의 이런 그람지 쓰나미에 얼마나 대비가 돼 있을까? 정부와 공권력 역시 넉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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