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와 한일관계
독도문제와 한일관계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8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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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연례 행사처럼 발생하는 일이라 놀라울 것도 없지만 올해 일본의 독도 도발은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최근 한일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일본 동해 대지진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마도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와 국민들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일본에 당했던 역사적 고통 때문에 일본이 골탕을 먹거나 지진 해일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체로 이를 마음 속으로 고소해 하는 전통이 있다. 일본 제품들이 불량품으로 리콜을 당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즐거워했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속일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극심한 경우 일본 열도가 침몰할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한국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본시 이웃 국가들이 잘 지내기는 힘들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철칙 중 하나이며 한일관계는 그 철칙이 딱 맞아 떨어지는 국제관계 중 하나였다. 이 세상 어느 나라와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캐나다 사람들도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혈압이 오르고 얼굴이 붉어지는데 역시 이웃 나라끼리 잘 지내기는 어렵다는 국제정치의 철칙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캐나다의 민족주의는 오직 미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토록 험악하던 한일관계가 이렇게까지 양호한 관계로 변할 수 있구나’ 하고 우리를 놀라게 했던 일이 올해 봄 일본 동해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는 한일관계 였다. 3월 11일 일본 동해 대지진 발생 이후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게 ‘힘내라’ 며 응원하며 실제로 물심양면의 지원을 제공했다. 한국 국민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마음으로 일본의 고통을 위로했다. 일본에 대해서 냉정을 잃지 않는 한국인 식자들조차 지진 피해를 당한 일본인들을 위로하는 성금 대열에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다.

중국의 급부상과 한일관계의 진전

그런 탓인지 몰라도 얼마 전 일본의 남녀노소가 일본을 방문한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도쿄돔을 꽉 채우고 이들의 노래를 한국말로 따라 부르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 예술은 물론 한국의 문화와 음식과 예술에까지 흠뻑 빠져드는 놀라운 일도 있었다. 일본의 TV 연속극과 대중문화에 부는 한류의 바람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국제정치적 구조 변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한일관계의 긴밀화는 중국이라는 성깔 있는 패권국의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급부상과 군사화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협력을 도출해 내고 있다. 일본도 한국도 패권국을 향해 급속히 전진하는 중국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며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한일 협력임은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변수 역시 한일관계를 양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본인 식자들 중에는 일본 정부에게 대한민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라는 정책 건의서를 제출한 그룹도 있을 정도다. 한반도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하던 일본이 이처럼 변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거의 극우파 수준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인 일본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해서 한일관계의 말썽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또 얼마 전 일본 정부는 대한항공의 A-380 신형 여객기가 독도 상공을 연습 비행했다는 사실을 트집 잡아 일본인 외교관들에게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지시, 일본 정부의 옹졸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성환 외무장관은 7월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 중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에 신중히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또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조치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의원들 일부가 울릉도를 방문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떠드는 소영웅주의적 행동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속 보이는 행동이다.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의원들의 면면을 보자.
신도 요시타카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전멸당했던 이오지마 전투 지휘관의 외손자요, 한국에 있는 일본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궤변가다. 사토 마사히사는 외무장관에게 “독도가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져 “일본 영토가 공격받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억지 답변을 유도한 자이다. 히라사와 가쓰에이는 재일동포가 주요 대상인 외국인 참정권과 인권 옹호 법안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민족차별주의자다. 변호사 출신인 이나다 도모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집단적 자위권과 방위력 강화를 외치는 군국주의자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우리 모두는 독도를 결코 빼앗길 수 없는 영토라고 결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보통 사람들 중에 얼마나 독도가 일본 땅이며 반드시 독도를 탈환해서 다시 일본 땅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할까? 

독도 문제 이슈화 통한 일본의 의도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심심할 때마다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떠들어서 한국 사람들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려 한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망언에 격렬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독도 전략이다. 한국인이 격하게 반응하면 할수록 전 세계는 ‘한일 간에 영토 분쟁이 있다’고 알게 된다.
일본이 현재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영토인 독도를 세계인들에게 한국 영토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은 만족해 하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일본의 독도 작전에 넘어간 측면이 없지 않다. 헛소리에 너무 진지하게 반응한 측면은 없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고 세계 방방곡곡에 광고하기 보다는 독도를 일본이 감히 건드릴 수 없게 하는 물리력을 준비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 우리는 현실적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는 물리력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비록 양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독도를 지킬 수 있는 전투기와 군함을 하나씩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정치가들이 심심풀이처럼 독도 이야기를 꺼내는 배경에는 자신의 무력이 한국의 무력보다 강하다는 우쭐함이 있는 것이다. 2차 대전의 혹심한 전화 속에서 스위스가 아무 피해 없이 건재한 것은 중립을 선언했기 때문이 아니라 히틀러로 하여금 가볍게 스위스를 점령할 수 없게 만들 정도의 무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는 폭격기 사단마저 보유하고 있는 무장국가다. 국가와 영토는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지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말로써가 아니라 힘으로 싸워야 한다면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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