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최초의 정책 선거,8·24 무상급식 투표 이끌어내
시민단체가 최초의 정책 선거,8·24 무상급식 투표 이끌어내
  • 미래한국
  • 승인 2011.08.18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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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 노재성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지난 8월 9일 오전 10시 30분 투표참가운동본부(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의 출정식이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투표참가운동본부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 서명운동’을 일으켜 역대 최초의 정책 선거인 8·24 서울시 주민투표를 이끌어 낸 시민단체다. 이날 행사는 ‘단계적 무상급식 적극 지지’와 ‘주민 투표 참여’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래한국>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투표참가운동본부의 김춘규 상임본부장을 대신해 노재성 운영위원장을 만나 지금까지 단체가 펼쳐온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사무실은 주민투표를 20여일 앞둔 상황이라 매일 이어지는 공식 활동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 애초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제 성사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성사 자체도 놀랄 만한 성과입니다. 처음 주민투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요. 

“작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좌파 교육감이 당선됐습니다. 선거 이후 보수진영에서 패인을 분석해본 결과 보수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은 것과 함께 좌파 교육감 후보들이 슬로건으로 ‘무상급식’ 을 내세운 것이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좌파후보의 승인 요인으로 무상급식 문제를 꼽았구요. 그리고 당시 향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무상시리즈를 계속 내세울 거라는 예측을 했는데 맞아 들었죠. 이에 저희가 지난 1월 21일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단체가 창립되기 열흘 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제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 시장이 주민투표 발의 주장을 한 것과 저희가 문제를 인식한 시기가 거의 일치된 거죠. 오 시장이 주민투표 발의했지만 시장이 발의한 것은 시의회에서 채택이 돼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유권자의 5% 이상이 직접 서명하면 시민들이 발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6월 12일부터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발의를 할 수 있게 됐죠.”

시민 주도 투표 역사적으로 큰 의미

- 사전에 오 시장 측과 어떤 형태의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 오 시장 측에서 간접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은 전달해 왔습니다.”

- 시민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해서 실제 정책평가 주민투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의미가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서울시의 유권자 약 840만 명 중 5% 이상이 서명을 한다면 약 42만 정도가 됩니다. 무상급식 반대운동 할 때 81만 명이 서명을 했어요. 무효서명을 빼도 약 51만 명이었습니다. 무효서명이 많아진 것은 서명부 열람기간에 반대하는 단체도 와서 감시했고 서명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진행자들의 의욕이 넘치는 바람에 서울 시민이 아닌 사람의 서명 외에도 대리 기표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주민등록번호가 잘못된 것은 다 뺐습니다. 똑 같은 필체로 여러 사람의 인적사항을 쓴 경우, 달만 써놓고 일자를안 쓴 것, 본인의 서명이 없는 경우까지 무조건 무효처리했습니다. 서명 칸만 채우고 정보를 틀리게 쓰는 등 고의적으로 쓴 징후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주민투표 발의는 시민주권의 역사에서 보더라도 의미가 큰 참여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성과였죠.

또한 이번 운동으로 시민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보수진영의 시민들은 ‘장차 세금폭탄과 나라의 재정파탄은 얘기하지 않고 공짜로 준다는 말만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고 말하며 흥분했습니다. 반면 소위 ‘무상시리즈’를 지지하는 측은 정책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자신들이 지지하는 진보좌파세력이 지지하는 문제기 때문에 무조건 지지한다는 식이었습니다.“

 

- 내용을 상세히 모르는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안 들어간다고 하니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스스로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솔깃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와 일본의 경제위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면적인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하는 측이 절반을 넘게 됐죠. 서울시민의 경우 59%가 전면적인 무상급식은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습니다.”

조직·자금 부족으로 투표 참여 홍보 어려움

- 진행과정 중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서명 받는 과정에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서명 위임권을 받은 사람들이 4만4천명이었고 그분들이 81만 명의 서명을 원래 목표보다 2개월 앞서 4개월 만에 받았으니까요. 현재는 주민투표에 대한 홍보가 문제죠. 순수한 시민운동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부금으로밖에 운영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전단지를 백만 부는 찍어야 하지만 만부 이만부 씩 그때 그때 찍어 홍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내야 합니다. 수억 원의 광고비가 필요하지만 전단지 찍어낼 수천만 원도 없는 상황이라 조직과 홍보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좌파 쪽이 매우 조직적으로 잘 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8월 1일 주민투표가 공고되자 불과 2,3일 안에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더군요. ‘182억 원 낭비하지 말고 수해복구나 잘해라’는 식으로요.”

- 선거법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주민투표법은 총선거와 달라서 유권자라면 누구든지 찬반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확성기로 일몰 전에 선전, 토론 및 호별 방문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현수막 길이나 숫자 제한도 없습니다. 다만 공무원은 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나 지방단체에서는 찬반운동을 할 수 없는 겁니다. 이번에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어서 저희가 중앙선거위원회를 고소했습니다. 중앙선거위원회에서 투표에 대해 반대하는 측이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허용하게 해 놨어요. 하지만 주민투표법 20조에 보면 ‘투표운동이란 투표에 내걸린 선택 또는 찬반 대상에 대한 선택이다’라고 규정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투표 반대 운동’도 투표 행위에 포함된다는 법에도 없는 규칙을 만들어서 투표 불참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 주민투표 발의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습니까.
“현재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98% 정도로 장악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무상급식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 시키니 오세훈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았죠. 조례 통과가 예산편성권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돼야 하는데 오 시장이 참여하지 않았는데 통과시켰어요. 다수의 횡포죠. 그래서 서울시는 이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를 해놨습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해결이 안 되면 시민들에게 호소해서 전면적 무상급식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 33.3% 안 되면 전면급식, 단계급식 모두 안 되는 것

- 시민단체에서 주민투표 발의를 제안한 이후 오 시장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시종일관입니다. 시를 운영하는 책임자로서 서울시 재정규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습니까. 인건비, 각종 건설 인프라 및 정비 사업 등을 생각하면 복지비용은 제한돼 있으니까요.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이미 무상급식이 되고 있죠. 그런데 100% 하자고 하니까 재정 부담이 늘어 서울시정의 책임자로서 도저히 시를 운영해 나갈 수 없으니 전면적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 오 시장은 그렇지 않더라도 보좌진은 승산이 없다고 대부분 반대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주민투표까지 부쳐야 하느냐는 일부 여론도 있었죠. 학부모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죠. 하지만 무상급식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재정적인 문제는 학부모가 아닌 서울 시민에게까지 부담이 되는 거잖아요. 결국 서울 시민 전체의 문제이니 시민들에게 물어봐야 된다고 하는 데까지 오게 된 거죠. 오 시장도 승산이 있다 없다를 떠나 한 것이고 저희도 누가 승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를 떠나 시민들이 민주적인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는 겁니다.”

- 오 시장의 입장에서는 무상급식 정책 자체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차기 대선과 연결된 정치적 아젠다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그런 식으로 주장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과연 투표율이 30%가 될지도 문제고 엄청난 리스크가 따르는 문제입니다. 오 시장 본인도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지 않습니까. 복지비용이라는 것은 한번 투입되면 점점 늘어납니다. 한번 지원했던 것을 회수하면 폭동이 일어나니 원상복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심각한 면을 고려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 오세훈 시장이 투표에서 패배해 혹시 시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보수진영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아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오 시장이 발언한 것으로 봐서는 목적이 거기에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행정가이자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것으로 봐야 하지 개인의 입신양명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 투표율이 33.3%가 안 되면 개표도 안 되고 개표해도 과반수가 되느냐가 문제인데요. 승패에 대한 대안은 있으신가요? 만약 개표가 안 된다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실행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시민들이 양측 어느 쪽으로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보게 돼 있습니다. 정족수에 미달했다는 것은 전면적인 무상급식도 찬성하지 않은 것이고 단계적인 무상급식도 찬성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시민들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적인 무상급식도,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단계적 무상급식도 원치 않는 것이죠.

물론 일단은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 다시 칼자루가 돌아간다고 봐야겠죠. 서울시의회는 전면적 무상급식과 유사한 형태의 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키겠죠. 저희로서는 1/3 투표율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주로 참여해야 할 분들이 직장인들이라는 겁니다. 누구보다 세금 문제와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지만 투표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고 해도 직장인들이 투표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반대쪽에서 거부 운동을 강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투표일에 대한 홍보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들은 ‘나쁜 투표’라는 비난만 하고 있지 전략적으로 8월 24일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최근 수해 문제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현명함을 믿기 때문에 달성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학교에 급식노조 생기면 학생급식 수준 저하

- 투표장소 마련 등 어떤 기술적 문제가 있나요.
“투표장은 서울에 약 2000여 개 됩니다. 보통 주민센터, 노인정에 많이 설치가 되죠. 총선 때는 대학 내에도 설치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람을 뽑는 투표에는 사람들이 열심히 참여해서 투표를 하지만 정책 투표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하자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학교에서 배급을 받으라는 거에요. 결국 아이들에게 배급체제의 학습을 받으라는 거에요. 무엇보다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직영급식을 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학교에 급식노조가 결성됩니다. 그래서 좌파는 겉으로는 아이들 눈칫밥 먹이지 않기 위해서라며 빈부 대립의 발언을 하지만 내면에는 급식 노조 확대에 본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일반 시민들도 잘 모르고 요새 무상급식 토론회에 보면 노조 얘기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노조는 곧 민노총의 관할이 될 것이고 그들의 요구 조건에 맞지 않으면 파업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점심을 굶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항의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과연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런 차원에서도 전면적 무상급식이 실시되면 안 됩니다.”

인터뷰 /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사진 /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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