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
한국병,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
  • 미래한국
  • 승인 2011.08.28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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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읽기 / 조우석의 <나는 보수다>

진보와 리버럴이라는 신기루, 현대사의 성취를 부정하는 역사허무주의, 반기업심리와 부에 대한 적대감,출혈을 반복하는 과도한 이념분쟁, 근본주의DNA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한국병’을 앓고 있다.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병’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다.
‘한국병’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폭력시위, 노사분규, 노동자나 기업의 저생산성 같은 것들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10년 후 미래>의 저자인 대니얼 앨트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내재해 단기간에 변하기 힘든,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통칭해 ‘딥 팩터(Deep factors)’라고 한 바 있다. 이 ‘딥 팩터’를 탐구하고, 고쳐야만 ‘한국병’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보수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이 책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딥 팩터’들을 분석한 책이다. ‘진보에 홀린 나라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라는 부제(副題)에서 보듯, 이 책은 소위 우리 사회의 자칭 ‘진보’를 향한 비판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앨트먼이 말하는 ‘딥 팩터’와 유사한 개념으로 ‘슈퍼밈(Super-mem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는 ‘슈퍼밈’을 ‘한국인의 집단심리 저변에서 거대한 힘을 행사하는 초월적 편집자’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슈퍼밈’은 다음과 같다.

 

지식인의 ‘리버럴 강박증’과 역사허무주의

첫째, 지식인들의 ‘리버럴 강박증’과 이로 인한 지식인 사회의 붕괴위기이다.
‘리버럴 강박증’이란, 지식인은 모름지기 현실비판적이어야 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허위의식을 말한다.‘리버럴 강박증’에 사로잡힌 지식인들은 1970년대 이후 서서히 지식인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다가 1980년대 이후 급성장했고, 오늘날에 와서는 학문적 권력은 물론 정치·사회권력까지 장악한 리바이어던이 돼 버렸다.
여기에 더해 대중사회, 인터넷시대가 낳은 천박한 반(反)문화주의, 무교양주의, 문화포퓰리즘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견해와 건강한 토론, 권위 있는 지성이 결여된 사회로 전락했다. ‘지식인 사회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둘째, 이들 ‘리버럴 강박증’에 사로잡힌 지식인들이 전파(傳播)한 ‘역사허무주의’다.
‘나만의 진리’ ‘자폐적 진리’의 늪에 빠진 이들의 눈에 ‘저울의 거의 밑바닥에서 출발하여 거의 꼭대기에 도달한’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취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있었던 역사’가 아니라 자기들이 머릿속에서 그린 ‘있어야 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사를 재단(裁斷)하고, 시도 때도 없이 ‘과거사 청산’을 외쳐댄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보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면서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했던 백범 김구를 꼽는 정치인들의 분열증은 다 이런 ‘역사허무주의’의 소산이다.

셋째, 강한 평등주의 심리와 여기서 기형적으로 갈라져 나온 반(反)기업심리, 부(富)에 대한 적대감이다.

넷째, 이념갈등의 내출혈이다. 현실사회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20년이 넘고 북한 땅에서 300만명이 굶어죽어도 여전히 옛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회주의자들과 종북좌파들, 각종 사회?문화운동의 형태로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좌파세력들, 국민들의 의식을 은연 중 사로잡고 있는 ‘좌파정서’ 등을 말한다. 저자는 “결정적으로 좌파정서는 한국 사회의 몰락을 재촉하는 한국병 다섯 가지를 잉태하는 으뜸가는 자궁”이라고 지적한다.

다섯째, 우리 안의 ‘근본주의 DNA’다. 불교건, 유교건, 기독교건, 공산주의건, 한번 들어왔다 하면 원산지보다 더 오랫동안, 더 교조적인 형태로 끌어안고 사는 고질을 말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슈퍼밈에는 앞서 언급한 네 지층 아래 근본주의DNA가 놓여 있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변하는 정서를 조종하는 ‘배후의 에너지’”라고 말한다.

디스토피아: 한국의 몰락

저자는 “이런 부정적 소모적인 힘이 조금 더 강해진다면, 그것이 공동체를 이루려는 구심력을 상쇄하는 수준으로 커질 경우 실로 비극적인 한국 해체도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제레드 다이아먼드 등 문명 사가(史家)들에 의하면, 문명이 붕괴하기 전에 두 가지 파멸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나는 오랜 정체(停滯) 상태다. 다른 하나는 정체 상태가 오래될 경우 나타나는 ‘문화적 역류현상’이다. ‘문화적 역류현상’이란 사회의 내부 구성원들이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여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 대신에 검증 안 된 소문, 믿음 따위를 맹신하는 ‘지식의 교착 상태’를 말한다. 저자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는 광우병사태나 천안함폭침 이후 난무한 각종 음모론에서 이런 ‘문화적 역류현상’을 목격한 바 있다.

저자는 “2010년대 초입의 대한민국은 붕괴된 문명들이 보여줬던 몰락의 두 징후인 정체상태와 역류현상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이대로라면, 나는 이 나라의 앞날이 두렵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저자의 진단이 적확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이 다섯 가지 오래된 고질병(‘슈퍼밈’이라고 표현하건, ‘딥 팩터’라고 표현하건 간에)을 고칠 방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더 암담한 것은 대한민국의 해체를 막는 것을 존재 목적으로 삼는 ‘보수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보수정치세력’으로 여겨져 왔던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대기업하면 생각나는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착취”라고 답하면서 반기업 심리와 부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형국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앞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 고질적인 한국병, 아니 망국병에 저항하고, 한국 사회의 해체와 몰락을 막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이 보수정당의 책무다. 지금 한나라당은 그런 역사적 책무를 방기(放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해체와 몰락을 막는 것은 자유애국세력의 몫이 됐다. 이건 한 두 해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을 바라보면서 풀뿌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나는 보수다>는 그런 장기전을 수행할 전사(戰士)들을 부르는 나팔소리다.  <이슈와 정책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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