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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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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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귀담아 들을 만한 일본 이야기가 몇 토막 있었다. 이런 얘기들이다.

일본인의 후지TV 앞 데모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문화 식민지화가 두려워 법으로 그 유입을 막았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일본 시민들이 한류의 일본 점령이 두려워 후지TV 앞에서 연일 대규모 항의 데모를 벌이고 있다.
이런 역전극으로 해서 우리의 뿌리 깊은 대일 콤플렉스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 다행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과거 한국을 얕보던 일본인들이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이런 짓까지 하면서도 스스로 창피한 줄 모르는 것이 마음 속으로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래가지고는 일본은 가라앉는다. 가라앉으면 안 된다. 동북아 3국이 병존해야 한다.

松下政經塾이야기

1979년 일본 나쇼날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다 회장이 사재 1,000억 원을 들여 ‘마쓰시다정경숙(松下政經塾)’이라는 사설 대학원을 설립했다.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35세까지의 지원자 중에서 매년 10명을 뽑아 4년간 교육한다. 매달 30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국내외 명사의 강연과 국제기구 연수, 그리고 일상 생활교육과 체력단련, 군대체험 등 국가 지도자로서의 전인교육을 시행한다. 그런지 30년...
이번에 새 총리에 선출된 노다 의원을 필두로, 전 외무장관 마에하라, 국가전략장관 겐바, 전 총무장관 하라구치 등 민주당 의원만도 28명, 야당인 자민당에도 10명, 도지사와 지방의원을 합치면 거의 80명이 이곳 출신이다.
뜻 있는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마음껏 인생을 논하고 나라 경영을 구상하고 그리고 국내외 대국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왔다. 그들이 지금 혼미한 일본 정국을 다스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우리 정치 공간에도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얘기를 전한 이는 정경숙 창립 3년만인 1982년에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적 생산의 기술’ 우메사오 박사

작년에 91세로 세상을 떠난 우메사오(梅竿) 박사는 각국 민족문화의 비교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석학이다.
그런 그가 ‘체계적 사상’ -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전문학자들의 ‘장사 도구’라 규정하고 우리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무용지물이라 정리했다.
우리 일반인 입장에서는 세상에 나와 있는 여러 사상에서 내게 필요한 부품만을 골라내 그것을 자기 목적에 맞게 새로 조립해서 쓰면 된다. 그는 이것이 바로 ‘지적 생산의 기술’이라고 이름 지었다.
실제로 그는 평소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지에 적어 주제별로 모아 두었다가 때가 되면 그것을 꺼내 방바닥에 죽 깔아놓고 이리저리 꿰맞춰 자기만의 독특한 이론을 만들어 내곤 했다. 서구 학자들의 논지와 전혀 다른 ‘문명의 생태사관(文明의 生態史觀)’이라는 독보적 이론도 이렇게 해서 세계 학계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이 프로세스가 바로 ‘지적 생산의 기술’이다.
‘지적 생산의 기술’은 우리 일반인에게도 자기 생각 정리에 유용하게 쓰일 방도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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