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무주공산’ 2030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심층분석]‘무주공산’ 2030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10.25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 중 34% 가량 차지 … 베이비붐 세대보다 많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의 다음 관심사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최근까지 재보선에서 보듯 2030세대의 향방은 늘 초미의 관심사다. 좌파진영은 ‘젊은 세대는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고, 우파진영은 ‘젊은 세대에서 보수가 싹튼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2030세대에는 ‘주인’이 없다. 그들 스스로가 ‘독립변수’이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현재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를 말한다. 연령층이 다른 어떤 세대보다 넓은 만큼 인구도 많다.

그들에겐 주인이 없다

2030세대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산업계, 교육계 등에서도 이미 공감하고 있다. 이에 언론들은 최근 여러 해 동안 2030세대에 대한 특집을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갖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한 2030세대 이야기는 냉정하게 말하면 ‘수박 겉핥기’로 보인다. 언론들은 486세대와 그 윗세대들을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르면서 정작 2030세대의 인구수가 가장 많다는 건 간과하고 있다. 2030세대에 대한 보도도 거의 흥미 위주다.

다음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월 21일 몇몇 언론은 취업포털과 공모전 포털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2030세대 4명 중 1명은 10억~20억 원 정도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2030세대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자산기준은 10억~20억 원(26.1%), 50억 원 이상(23.2%), 20억~30억(21.7%), 30억~40억(8.7%), 5억~10억(7.2%), 40억~50억(5.8%), 5억(4.3%), 기타(2.9%) 순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2030세대가 생각하는 성공 요소는 부의 대물림이 2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도전과 노력(23.2%), 자기계발과 전문지식(21.7%), 개인 투자능력(10.9%), 인맥활용(9.4%), 창의적인 아이디어(6.5%), 학연 및 지연(2.4%), 기타(2%)의 순이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서 ‘2030세대들이 선택한 삶의 우선순위는 '행복'이 52.2%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부(26.1%) 자유(8.0%), 명예(4.7%), 권력(4%), 존엄(2.9%), 모르겠다(2.2%)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0일에도 주요 언론들은 동일한 취업포털과 공모전 포털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2030세대들이 평생 벌고 싶은 재산은 40억 원’이라는 보도를 했다.

당시 보도를 보면 2030세대들이 꼭 한번 가져보고 싶은 직업은 개인사업가, 교육강연가, 연예인, 공무원 등이라고 전했고, 평생 동안 벌고 싶은 희망 재산은 ‘40억 이상(40.0%)’ 또는 ‘10억~20억(22.9%)’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이 2030세대에 접근하는 방식 중 다수가 이런 식이다. 대부분 결혼정보회사나 취업컨설팅회사, 외국어 학원 등에서 내놓은 ‘자료기사’를 약간 손 봐 전재하는 것들로 과연 타당한 조사인지 의심스러운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이 2030세대의 속내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주요 일간지에서는 그나마 ‘2030세대 특집’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몇몇 젊은이들과의 인터뷰나 심층취재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함정이 있었다. 일간지를 통해 소개되는 젊은이들은 ‘평범한 사람’이기보다는 아주 어렵게 생활하거나 정반대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집안이나 배경, 학력, 경력 등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일간지마다 자신들의 논조에 따라 ‘입맛에 맞는 젊은이’를 섭외해 취재를 한다. ‘88만 원 세대’를 강조할 때는 아르바이트만 하는 젊은이를, 노조 문제에 접근할 때는 협력업체 또는 해고노동자를, 실업률 문제를 다룰 때는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을 보여줄 때는 명문대에 해외유학파 출신 위주로 다룬다. 전체 인구의 34%나 차지하는 연령대를 다루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할 경우 ‘전체 그림’은 파악하기가 어렵다. 

서울대 법대 또는 외국 유명대에서 MBA를 받은 젊은이와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젊은이를 동시에 취재하면서 그 중간쯤에서 ‘2030세대의 평균’을 찾는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2030세대에게는 독특한 문화와 공통점이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코드’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이들은 ‘개인 중심’이다.
2030세대에게 초·중·고교 동문, 대학 동문은 별 의미가 없다. 이들이 성장할 때는 대학입시는 물론 취업에 이르기까지 바로 옆의 친구도 ‘적에 가까운 경쟁 상대’다. 이들은 옛 병법에 나오는 것처럼 ‘원교근공(遠交近攻)’에 본능적으로 익숙하다.

 

기성세대는 못 보는 2030세대의 속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인터넷이나 SNS, 동호회 등을 활용한다. 만나는 것만큼이나 헤어지는 것도 쉽다. 공통적인 관심사 또는 이익이 있을 경우에는 정당이나 비밀결사처럼 뭉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개인정보, 개인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세세히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정도다.

몇몇 종교인이나 특별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2030세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나 외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라볼 때 ‘나’와 ‘가족’을 중심에 놓고, 그 다음에는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좌파든 우파든 이들에게 ‘국가’나 ‘민족’과 같은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다음 특징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2030세대의 큰아버지 또는 부모 뻘인 40대부터 60대까지는 산업화시대에 성장했다. 그 시기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정권이었고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선진국이라는 건 책과 언론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세상이다.

반면 2030세대들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이미 88 서울올림픽과 부동산 폭등, OECD 가입, 외환위기 등을 목격하며 자랐다. 청년기에는 세계를 여행하며 책이 아닌 눈으로 직접 선진국의 삶과 산업을 둘러봤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외국인 친구를 가진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선진국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동시에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간의 경제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도 직접 체험했다.  

세 번째는 ‘중심 가치’ 또는 ‘가치관’이다. 486세대나 5060세대는 산업화 이전의 ‘가치’를 배우고 기억하며 자라고 생활했다. 이들에게는 엄숙한 태도,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 명분’이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가정’이라는 것 또한 이들에게는 ‘제도’에 가깝다. 때문인지 486세대나 5060세대들에게 사회적 성공이란 돈과 권력, 명예를 두루 갖추는 것이다.

반면 2030세대에게 ‘중심가치’는 기성세대의 눈에는 ‘돈’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 돈이 되는 일이라면 제약사 임상실험 등 뭐든지 하는 세태, 사람을 ‘스펙’과 학벌로 평가하는 모습, 외모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면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천박하고 중심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2030세대가 이렇게 된 건 ‘생존’ 그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우리나라에서 돈이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는 상황을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배우며 자랐다. 수천억 원을 횡령하거나 빼돌려도 휠체어 타고 나타나면 몇 달 있다 풀려나는 재벌과 정치인들, 성추문과 음주운전 등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돈만 있으면 집행유예로 나오는 권력자와 연예인 등을 계속 봐왔다. 여기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들의 부모나 친척이 실직한 뒤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모습을 본 2030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고, 그 생존의 필수요소가 돈이라는 것은 관념이 아닌 현실이다.

앞서 취업 포털과 공모전 포털의 설문조사에서 나온 10억 원, 또는 40억 원이라는 돈 개념 또한 기성세대들의 개념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겪은 부동산 가격,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비율을 어느 정도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즉 이들이 말하는 10억 원 또는 40억 원은 현재 가치의 돈이 아니라 최소한 20년 뒤의 돈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1980년대 대졸 초임 월급 20만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다. 지금 대졸 초임으로 월 200만 원을 준다고 하면 얼마나 지원할까. 이렇게 따지면 2030세대가 말하는 40억 원은 현재의 화폐가치로 4억~5억 원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네 번째는 ‘새로운 국가관’이다. 2030세대는 유교질서를 배운 세대들과는 달리 ‘무조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은 바보’라고 본다. 때문에 국가가 ‘나’에 우선하기 보다는 ‘내가 있어야 국가가 있고, 내가 국가에 의무를 다해야 내 가족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사회계약설을 믿고 따른다.

2030세대의 이런 마인드는 병역의무 문제,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기습도발 전후 모습에서 드러난다. 어떤 정치인이건 재벌이건 간에 군 입대를 회피한 사람은 ‘국민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천안함 폭침에 있어서도 국방부와 청와대의 ‘어설픈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조작설’보다 강했다. 연평도 기습도발 후에는 되레 해병대 지원자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모든 것이 ‘국가에 대한 의무’와 ‘국민의 자격’을 보는 시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태 당시 우리 국민들을 소개할 때 비행기 비용문제가 논란이 됐던 점,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엠바고를 파기한 일부 언론에 대해 거센 비난을 퍼부었던 것도 이런 시각으로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030세대는 그 수가 많은 만큼 몇 마디 글이나 말로 정의할 수 없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이들에게는 ‘아이돌’은 있어도 ‘리더’는 없다.

TV에 출연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의사 박경철 씨

486, 5060세대는 모르는 2030세대 ‘눈’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기타 다양한 행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나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 등이 2030세대로부터 큰 각광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2030세대는 스스로가 ‘국가의 주인’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본인이 정치인을 선택해 권한을 맡긴다고 생각하지 정치인이 우리의 ‘보스’이거나 우리가 정치인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486세대나 5060세대들은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알아서 다 해결해 주는’ 것에 익숙하다(이는 소위 ‘민주화’든 ‘산업화’든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의 주류세력인 이들은 자신들의 시각(또는 여의도 시각)으로 2030세대에게 접근했다. 2010년 4·27 재보선과 6·2 지방선거, 올해 무상급식 선거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여야는 선거 전후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았다가 2030세대들로부터 돌아가면서 ‘심판’을 받았다.

이런 2030세대가 안철수 교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 교수는 서울대 의대라는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으면서 본업을 떠나 새로운 사업을 개척했고, 거기서 성공을 거뒀으며, 그 성공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아이돌’이다. 그가 지금 여의도나 세종로에 있는 ‘오피니언 리더’보다는 더 낫다고 보기에 ‘호감’을 갖는 것이다.

조국 교수의 인기? 비슷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로스쿨 교수를 하고 있는 ‘주류 기득권 계층’이면서도 스스로를 ‘청담좌파’라 부르며 ‘사회 약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생겼다. 2030세대는 그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다.

그럼 2030세대가 안 교수나 조 교수에게 갖는 ‘호감’이 ‘표’나 ‘지지율’로 이어질까.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게 정답이다. 다시 말하지만 2030세대는 ‘독립변수’다. 가족의 권유나 직장상사나 선배의 강요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486세대나 5060세대들과는 달리 최악의 상황에서는 나라를 떠날 수도 있는 ‘개인들’이다. 이런 2030세대들이 보여주는 ‘호감’을 ‘충성’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2030세대의 마음, 어떻게 잡아야 할까

2030세대를 사로잡으려면 손자병법을 관통하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기술’로 분석하기 보다는 그들을 ‘정치 소비자’로 인정해야 한다.
2030세대는 486세대나 5060세대들이 청년기 때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부와 권력, 명예를 누리는 것이 ‘실력’ 덕분이라고 믿지만 2030세대들이 보기에는 가당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2030세대도 자신들의 눈에서 기성세대를 비교 평가한다. 2030세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 외국어 실력도 못하고, 전공이나 전문지식도 부족하게 보이는 기성세대들이 큰 소리를 치며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게 마음에 들 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다 기성세대들이 만든 ‘유흥문화’ 또한 2030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성을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영계’ 운운하며 딸보다 어린 여성들에게 눈독 들이는 일부 기성세대의 모습은 미디어가 전하는 ‘사실’과 결합돼 기성세대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30세대들이 지금 정치권에 바라는 건 ‘아이돌’이 아니라 ‘영웅’이다. 그 ‘영웅’은 슈퍼맨이나 박정희 대통령 같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그들 주변에 있는 ‘작은 영웅’이다. 그 ‘작은 영웅’이 기성세대로부터 인정받고 우뚝 서서 자신들 앞에서 자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이런 2030세대의 욕구를 외면한 채 늘 ‘가르치기’만 하려 하면 절대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미래한국)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