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한국 자동차산업, FTA로 날개 달까
도약하는 한국 자동차산업, FTA로 날개 달까
  • 미래한국
  • 승인 2011.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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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차 버금가는 럭셔리 세단 조건 갖춰 … 미국시장 석권 초읽기?

2007년 노무현 정권 당시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한미 FTA 법안이 4년 3개월만에 미 의회를 통과했다. 미 상원은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한미 FTA 이행법안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 83, 반대 15표로 법안을 가결시켰고 이에 앞서 하원도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경제계는 미 의회의 FTA 통과에 대해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월 13일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자동차부품, 섬유, 전기전자 등 우리나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대한상공회의소도 “한미 FTA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 선점을 통해 우리가 세계적인 불황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국책연구소 등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향후 10년간 3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5.6%p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대미 무역수지는 연평균 1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급성장 일로에 있었던 한국 자동차산업은 한미 FTA를 통해 한 단계 높이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과 수입 모두 막대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기술력에 브랜드 충성도까지 갖춰

자동차 분야 중에서도 FTA 최대 수혜 종목으로 언급되는 분야는 부품이다. FTA 발효와 동시에 미국 측 부품 수입 관세 2.5~4%가 소멸함으로써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FTA 이후 한국산 부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분야에서도 자동차 업계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다. 한국의 수출 총액 중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30%로 가장 높기는 하지만 대중(對中) 수출 중 70% 이상은 제3국 수출을 위한 원자재와 반제품 및 부품 수출이며, 수입의 주체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법인이 대부분이다. 완성품의 최종 목적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큰 내수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이는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미 FTA의 체결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을 한국 자동차업계가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관세가 폐지됨으로써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및 유럽 차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자동차업계는 미국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둬 왔다. 한때 미국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던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충성도가 1위를 기록했다고 미 MSNBC가 지난 10월 14일 보도한 것이다. 자동차 전문지인 ‘익스피리언 오토모티브’의 조사 결과 현대차의 미국 내 브랜드 충성도는 49.6%로, 미국차인 제너럴모터스(48.1%)와 포드(47.6%)는 물론 도요타 등 일본차의 브랜드 충성도보다도 높았다.

브랜드 충성도란 한 브랜드의 상품을 산 소비자가 그 제품을 재구매하는 비율을 뜻한다. 한국 차는 더 이상 미국에서 저소득계층이 구매하는 저가 차량이 아닌, 중산층에게도 어필하는 ‘럭셔리 차량’의 위치에까지 등극한 것이다.

높아진 충성도는 판매로도 직결됐다. 현대차의 올 2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9.2%로, 작년 같은 기간(7.9%)에 비해 증가했다. 개별 자동차 제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도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인 포르테가 68%로 1위를 차지했다. 박스카인 기아 쏘울(59%)과 포르테의 쿠페버전인 포르테 쿱(57%)도 각각 5위와 8위에 오르는 등 10위권 내에 한국 자동차가 3대나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 5월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 업체인 오토퍼시픽(AutoPacific)사의 ‘고객 만족도 조사(VSA, AutoPacific Vehicle Satisfaction Award)’결과 총 26개 차급 중 4개 차급에서 ‘고객 만족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승용차(Passenger Cars) 부문의 12개 차급 중에서는 현대차가 3개 차종의 이름을 올려 승용 부문의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수상 차종을 배출했다.

현대차 신차들의 월등한 기술력을 보면 가장 까다로운 고객들이 몰려 있는 미국시장에서 왜 선전하고 있는지 답이 나온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첨단 세단’의 조건으로 △ 검증된 후륜구동 체계 △ 6기통 이상의 안정된 엔진 △ 자동 6단 이상의 기어 등을 거론한다.

현대차, 최첨단 세단 조건 구비…
세계 최초 10단 자동기어 개발도  

후륜구동 세단은 전륜구동에 비해 승차감이 뛰어나다. 고속으로 달릴 경우에도 전륜구동의 경우처럼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지 않기 때문에 ‘피쉬 테일’(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물고기의 꼬리처럼 차의 뒷부분이 흔들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전륜 차량에 비해 앞뒤 무게 배분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코너링에서도 차량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적다.

6기통 이상의 자체 엔진을 보유하는 것 역시 승차감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엔진의 기통수가 많을수록 운행시의 소음과 진동은 줄어들고 운전자의 피로도 또한 최소화시킬 수 있다.  자체 제작한 자동 6단 이상의 기어를 장착하는 것 또한 첨단 세단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대부분의 차량들이 수동 대신 자동 기어를 장착한 상황에서, 자동기어의 단수가 많을수록 승차감은 좋아진다. 변속 시점이 빨라짐으로써 RPM(엔진 회전수)이 불필요하게 급상승하는 일이 줄어들고 변속 충격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RPM 회전수의 최적화로 인한 연료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주요 차량 메이커들 중에서도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세단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꼽자면 독일의 BMW와 벤츠, 미국 GM의 캐딜락, 영국의 재규어, 일본의 렉서스 정도다. 놀랍게도 현대자동차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신차들을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름만 들어도 기라성 같은 세계 정상의 자동차업체들과 현대자동차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 업체인 오토퍼시픽(AutoPacific)의 고객 만족도 조사(VSA, AutoPacific Vehicle Satisfaction Award)'에서 ‘고객 만족상’을 수상한 현대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배기량 4600cc 8기통과 3800cc 6기통 두 가지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자동 6단 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후륜구동 체계 또한 미국시장에서 검증받은 바 있다.

현대차의 기함(flagship)인 신형 ‘에쿠스’ 또한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8기통 엔진, 6단 자동기어, 후륜구동 구동방식으로 미국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선진 기술을 모두 겸비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 비준을 계기로 미국시장에서 더욱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준중형 소형차도 ‘고연비’ 무기로 선전

여기에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자체 제작한 10단 자동기어를 오는 2014년부터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에 장착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산되는 세단용 기어 중 가장 단수가 높은 기어는 BMW와 렉서스 등에 장착된 8단 기어로, 현대가 예정대로 3년 후에 10단 자동기어를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면 세계 자동차산업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미국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과 자동차 매니아층을 겨냥한 배기량 높은 차량들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대배기량 차량 분야에서만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평균 연비에서도 최근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하며 평균 연비 1위에 등극했다.

미국 자동차정보 제공업체 트루카닷컴이 조사해서 발표한 9월 미국 7대 자동차업체의 평균연비에 따르면 현대차는 26.7MPG(11.3km/ℓ)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월의 25.7MPG(10.9km/ℓ)보다 3.9% 증가한 것이며, 업계 평균 연비인 22MPG(9.35km/ℓ)보다 4.7MPG(2.0km/ℓ) 높다.

특히 2위를 기록한 혼다(23.9MPG)보다 2.8MPG(1.2km/ℓ)나 높아 다른 경쟁업체 대비 월등히 높은 연비 수준을 자랑했다. 혼다에 이어 닛산(23.4MPG), 도요타(23.3MPG), 포드(21MPG), GM(20.4MPG), 크라이슬러(19.2MPG)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현대차가 준중형 및 소형차 부문에서도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현대차는 엑센트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등 연비가 크게 향상된 모델들을 꾸준히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YF쏘나타의 연비는 28MPG(11.9km/ℓ)로 중형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신형 아반떼(33MPG)와 엑센트(33MPG)도 기존모델(29MPG)보다 각각 14%, 10% 개선된 연비를 기록했다.

GM대우, 르노삼성 등도 경쟁력 있어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건 현대-기아차 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GM(제너럴 모터스)에 합병된 대우자동차는 ‘쉐보레’로 새롭게 태어난 뒤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크루즈’(Cruze)와 ‘아베오’(Aveo)는 GM이 자랑하는 준중형차 및 소형차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특히 크루즈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준중형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자동차업체 르노(Renault)와 합병된 르노삼성 역시 높은 완성도로 해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삼성의 SUV(Sports Utility Vechicle)인 QM5는 해외에 ‘꼴레오스’라는 이름으로 수출되는데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 2009년 중국에서는 자동차 잡지 ‘오토매거진’에서 다양한 수입 경쟁 SUV를 물리치고 ‘올해의 SUV’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은 조선,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세계 굴지의 강대국들만이 자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고급 산업이며, 모든 첨단 기술력이 총망라된 제조업의 꽃이기도 하다. 이런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즐거운 일이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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