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민주당의 최대 위기이자 최대 기회이다
지금은 민주당의 최대 위기이자 최대 기회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11.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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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경재 前 민주당 최고위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통 야당 민주당은 점차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제 1야당으로서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는 후보도 내지 못한 채,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위한 선거대행업체로 전락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라 자화자찬했으나, 그 결과는 참혹하다.

10월 31일자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박원순 등이 참여한 제3세력’ 선호도가 39.3%에 달해, ‘박근혜 등 한나라당 세력’ 선호도 40.0%와 맞먹었다. ‘손학규·정동영 등 민주당 세력’은 11.1%에 그쳤다. 이미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기점으로 한나라당과의 양강 구도에서 이탈해버린 것이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명박 정권 들어 여기저기서 ‘야권통합’, ‘야권연대’라는 말들이 나오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야당은 역사적으로 종북세력과 손을 잡은 적이 없다. 이승만 정권 때도, 박정희 정권 때도, 전두환 정권 때도 야당은 종북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1997년 건국 이래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했을 때도, 지금의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와 일체의 단일화협상 없이 각기 따로 갔다. 오히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정통산업화세력인 공화당의 김종필, 박태준 씨 등과 연합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었다. 2002년 대선 역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지 않았다. 2007년 대선에서의 정동영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좌파운동권단체들에게 질질 끌려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부터이다. 이때부터 민주당은 과거 10년 간 국정운영세력이라는 신뢰성을 스스로 내던지며, 거리 투쟁세력으로 전락한다. 집권 경험세력이자 제1야당이 국회가 아닌 거리로 몰려나가니, 정당 정치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한나라당을 여론조사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이렇게 민주당이 허점을 보이자, 민주노동당과 좌파운동권 세력은 이 틈을 치고 나왔다. 민주당 홀로 한나라당을 이기지 못하자 야권통합과 야권연대라는 깃발을 들고 민주당을 외곽에서 허물면서 진입해온 것이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종북세력에게 종속, 거리투쟁 세력으로 전락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선거가 4·27 순천 재보선이다.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으면서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무혈입성하도록 지원했다. 이것은 단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좌파운동권단체는 호남에서 최소한 절반의 지역구를 민주당이 양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에는 좌파운동권단체들마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의 최측근들인 김기식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은 드러내놓고 “민주당만의 전당대회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독자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권진영에서 신당을 창당해 민주당을 흡수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야권의 주도권을 좌파운동권세력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를 적극 저지해야 하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내 대권주자들은 오직 개인적인 대권욕 때문에, 오히려 당 외부세력에 아첨을 하는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 FTA 통과 과정에서 같은 민주당의 김동철 의원에게 “민노당 국회의원이냐”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종북좌파세력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전당대회를 연다 한들, 거대한 야권신당 흐름에 휩쓸려가게 될 것이다.

이런 민주당의 실책은 부시 정권 시절 제도권 야당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결국 오바마 정권을 탄생시킨 미국 민주당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민주당은 부시 정권의 감세정책 및 대외강경책 등을 비판하면서도 최소한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초당적으로 협조했다. 9.11테러 당시 민주당은 국난 극복을 위해 부시 정권을 적극 지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인 ‘해밀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감을 미국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반면 한국의 민주당은 종북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연평 포격 당시조차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더구나 자신들이 집권 시기에 추진했던 한미 FTA를 종북세력과 함께 결사반대하며 집권했을 때의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틈만 나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고 버스를 타며 좌파운동권 단체의 아류로 전락한 것이다. 제1야당이 좌파운동권단체와 똑같이 행동하니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아류가 아닌 원조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좌파 운동권 아류로 전락,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재현 우려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 등 친노세력은 11월 중에 통합정당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은 이번 재보선에서 부산동구청 선거 참패 이후 “결국 민주당 간판으로는 부산경남에서 한계가 있다”며 패배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와 똑 같은 일을 벌일 태세이다.

민주당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다. 친노세력은 바로 이러한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를 악용하려 한다. “어차피 너희는 우리 말고 찍을 데도 없지 않느냐”며 부산경남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민주당의 호남색을 떨궈버리려 하는 것이다.

한 정당이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방식은 아니다. 2012년 대한민국은 북핵문제와 맞물려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열강들의 정권 교체 시기를 맞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사안이다. 이러한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영남과 호남이 따로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중도노선을 회복한다면 호남인과 영남인 모두가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영남인의 입맛에 맞춘다는 명분으로 종북좌파 운동권세력과 손을 잡고 영남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이다.

민주당의 뿌리와 역사는 간단치 않다. 민주당은 친노세력과 종북좌파세력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정당정치, 정책정치, 중도노선을 부활시킨다면 오히려 정통 야당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보수층 유권자들의 선택적 지지를 받아 정권교체도 이룩할 수 있다. 2012년 민주당에게는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미래한국)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5·16대 국회의원
<김형욱 회고록> 집필(필명 박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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