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 2020년 대한민국 하늘 누가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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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11.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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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9조3,000억원 차세대 전투기 선정
유로파이터·F-15SE·F-35 3파전, 정부는 우왕좌왕

2012년 10월 대형 국책사업이 시작된다. 규모는 9조3,000여억 원.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고급 전투기를 60여 대 구입하는 3차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다. 이를 놓고 벌써부터 전투기 제조업체들 간의 물밑 로비가 치열하다. 로비 대상은 군 관계자와 언론·사업자들은 ‘이들만 구워삶으면 사업은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한국>이 각 경쟁기종의 장단점과 사업자 선정 관련 이슈들을 짚어보았다. 
유로파이터를 만드는 EADS와 F-15SE를 만드는 보잉, F-35를 개발 중인 록히드마틴 모두 10월 19일부터 열린 ‘ADEX 2011’에 참석해 열띤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사업자는 EADS다. 얼마 전에는 군사전문기자들을 유럽으로 초청해 유로파이터에 대한 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F-35 견제 나선 유로파이터, F-15SE

EADS의 마리아노 바레나 한국 담당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파이터는 F-35보다 작지만 더 많은 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기술 이전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좋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EADS 측은 이 인터뷰에서 “스텔스 능력은 비록 낮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균형 잡힌 다양한 성능’ ”이라며 “F-35 전투기 8대가 수비를 하고 유로파이터 4대가 공격했을 때, 반대로 4대의 유로파이터가 수비를, 8대의 F-35가 공격한 모의실험에서 유로파이터가 항상 승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ADS 측은 또한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며 “북한의 장사포와 핵이 걱정이지만 한국은 정보자산으로 북한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미사일로 공격하면 된다. 스텔스기는 전쟁 첫날 필요할 수 있지만 다른 수단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 우리나라에 60대(이 중 1대는 추락)를 수출한 보잉 또한 ‘F-15SE(사일런트 이글)’를 내세워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하워드 베리 보잉 부사장은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한국 KAI와 함께 내부 무기창도 개발하고 있다. 스텔스 처리로 한국이 원하는 전투기를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쟁사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F-35 제조사 록히드 마틴은 “한국에 전투기를 인도하게 될 2016년이 되면 경쟁 전투기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납품할 것이며, 스텔스 기술 또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텔스’라지만 앞길 감감한 F-35의 주장

 데이비드 스캇 록히드 마틴 국제고객담당 이사와 랜디 하워드 한국담당 선임이사는 “한국에 필요한 F-35 블록3는 현재 3분의 2 가량 개발돼 있다. 2014년이면 개발이 완료된다. 2016년까지 무기장착 등 모든 시험을 끝낸다”며 “우리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주장한다.

‘미 공군도 2018년 실전배치한다. 이스라엘과 호주는 2019년에 인도된다. 어떻게 한국에 2016년 전투기 인도가 가능하냐’고 묻자 록히드 마틴 측은 “현재 블록1은 20대를 시험 중이다. 블록2도 시험 중이다. 2010년 400번 이상의 시험 비행을 했고 2011년 900번의 시험 비행 중 700번을 끝냈다”며 “호주·이탈리아 2014년, 영국.터키 2015년, 이스라엘엔 2016년 블록2가 인도된다. 블록2도 기본 무장시스템은 갖췄다. 2016년 초 블록3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모두 블록3 전투기를 인도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3사의 주장에 언론은 반신반의하고, KAI는 속내를 숨기고 있으며, 공군은 눈치만 보고 있다. 민간 군사연구가와 국방부 관계자들 또한 각자의 주장을 은근히 흘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기종을 밀고 있다. 이러다보니 스텔스 전투기 사업 또한 F-15K를 구매했던 ‘2차 F-X사업’처럼 혼전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전투기 제조사들의 의견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 군이 직접 전투기로 시험해본 것도 아니고 3기종 모두 우리 군에 적합한지 실증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유로파이터, F-15SE, F-35의 문제

이들의 문제점 중 드러나는 부분만 봐도 이렇다. 유로파이터는 유럽 일부 국가가 채용 중이고 2011년 리비아 공습에 참여했지만 지대공 미사일의 위협도, 적기의 출현도 없었던 전투였다. F-15SE는 아예 실체가 없다. 보잉 측은 “한국이 주문하면 그 때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F-35는 아직도 개발 중이다. 가격이 얼마가 될지는 제조사조차 모른다. 

우선 유로파이터의 경우 원래 개발을 시작한 게 1980년대다. EADS의 지분을 가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간의 협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계획보다 10년 늦게 개발됐다. 여기에 처음 만들어진 전투기는 공대공 임무(요격임무)에 치중해 21세기 전투기들의 특성인 ‘다목적 전투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 또한 엄청나게 높았다.

실례로 영국군이 3년 동안 사용하다 내놓은 유로파이터 53대를 도입할 당시 치른 돈은 7조8,900억 원에 달했다. 대당 1,488억 원에 달한다. 이는 F-15K보다도 대당 200억 원 이상 비싸다.

F-15SE도 제조사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 보잉 측에서 한국이 이미 F-15K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F-15E 기체에다 스텔스 도료를 입히고, 주요 구조를 새로 개량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실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때 대당 도입가격은 유로파이터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보잉 측이 ‘스텔스 전투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 또한 F-18 슈퍼호넷으로 추정해 보건대 유로파이터와 비슷하거나 조금 우수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레이더반사단면적(RCS)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각 기종별 정면 RCS를 살펴보면 ‘진짜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의 RCS는 0.0001㎡, ‘보급형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0.001㎡라는 소문이 많다. 반면 F-15K는 4~5㎡, F-18E/F 슈퍼호넷은 0.75㎡, 유로파이터는 0.5㎡다. 우리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간주할 수 있는 F-16C도 1.2㎡에 불과하다.

F-15K의 RCS가 F-16C 보다도 큰 이유는 기체가 훨씬 대형인데다 외부 무기장착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텔스 도료’를 칠하고 일부 구조를 변경한다고 해서 ‘스텔스 전투기’와 맞먹는 성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이런 ‘자칭 5세대 전투기’를 대당 1,50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F-35 또한 문제다. 당초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는 물론 영국, 이스라엘 등 주요 동맹국까지 모두 사용할 것이라며 이름까지 ‘JSF(Joint Strike Fighter)’라고 지었던 F-35는 개발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도 당초 제시한 4,000만 달러가 아니라 최소 1억7,000만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만 봐도 그렇다.

참고로 미 의회 자료에 나타난 2001년 F-18EF의 가격은 1대당 평균 6,000만 달러. 하지만 F-18EF의 수출 제안가격은 1억 달러를 훌쩍 넘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도 고려해보면 가격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자칫하면 80년대 ‘율곡사업’에 대한 이미지를 망친 ‘F-16 도입사업’처럼 될 수 있다.

무기 구매의 3가지 원칙

가격만 문제일까. 군에서 고민하는 부분은 보기 좋은 전투기, 스텔스성이 아니다. 스텔스성은 기본이고 우리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에 맞는가, 우리 조종사들이 그 성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가, 유지비는 얼마 드는가도 본다.

3차 F-X사업에 대해 평가하기 전에 우선 우리나라 안보 상황을 살펴보자. 북한군은 기존의 재래 전력에서는 한국군과 정면 승부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뒤 비대칭 전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그동안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기존 군사학적 비대칭 전력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대부분의 IP가 중국에서 끝나는 각종 사이버 공격까지 종합해 보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하드웨어적이기 보다는 가용 자원 범위의 확대, 전술 변화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크다.

이 외에 가까운 미래에 닥칠 다른 안보 위협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국내 종북세력들이 설쳐대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신화’가 대중적으로 퍼졌지만 최근 이어도에 대한 중국 관공선의 도발, 중국의 류큐 제도 역사 왜곡 등 동중국해 전략, 2007년 미군에 대한 ‘태평양 분할지배 제안’ 등을 볼 때 일본의 군사대국화보다는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이 더 현실적이고 무서운 위협이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할 때 우리 군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맞서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것도 ‘강하면서 하나의 용도에 적합한 장비’ 보다는 ‘저렴하면서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한편 우리 군의 가용자원은 한정돼 있다. 국방예산이 전체 정부예산의 20% 수준 내외라고 하지만 절대액수로는 중국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30조 원 안팎이다. 예산 중 60% 이상은 ‘경상유지비’다. 이마저도 미군이나 영국군과 같은 ‘실탄훈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군 인력 또한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즉 우리 군은 미래에 우수한 무기를 많이 갖춘다고 전력까지 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한다.

3차 F-X사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3차 F-X사업을 판단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선 세 기종 중 다용도 임무에 강하고 유지비가 저렴한 기종을 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미래 중국군의 무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군은 최근 J-20 젠 전투기를 개발해냈다. 美 F-22 랩터 수준의 스텔스 전투기는 아니지만 상당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군은 F-117 전폭기와 같은 구형 스텔스 전투기는 어느 정도 탐지할 수 있는 ‘패시브 레이더’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중국군보다 고성능의 스텔스 전투기를 갖춰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보면 이렇다. 우선 유지비와 다목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F-15SE가 가장 우수할 것이다. 이미 검증도 돼 있다. 하지만 스텔스 성능에서는 크게 떨어진다. 유로파이터는 다목적과 스텔스 성능에서 어중간하다. 유지비 측면-무장호환이나 데이터 통합이 아닌-에서는 매우 불리하다. F-35는 여러 가지에서 유리하지만 개발 자체가 문제다.

그렇다면 3차 F-X사업은 중도 폐기해야 할까. 아니다. 지금 공군의 노후기 200여 대를 교체하는 사업은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하다. 대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에게도 팔지 않은 F-22 랩터를 한국에 팔라고 미 의회에 정식으로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F-22는 개발 당시에는 미군이 800대 이상을 전력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격 상승으로 180여 대 남짓만 보유하고 있다.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F-22의 수출을 고려했지만 미 의회의 반대로 해외에는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도 F-22를 수입하려다 실패했다. 2009년 7월 21일 미 의회는 F-22 추가생산 중단을 결의했다. 하지만 생산라인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

이런 점과 함께 과거 우리나라가 F-4 팬텀을 도입할 당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69년 우리나라가 F-4 팬텀을 도입할 당시 이란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도 F-4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미국을 돕고 있었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록히드 측은 단종 예정이던 F-102를 한국에 팔려고 치밀한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과 장지량 당시 공군 참모총장이 1967년부터 노력한 결과 일본보다 먼저 F-4 팬텀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때와 같이 지금 3차 F-X사업도 ‘군 최고 수뇌부’의 전략과 외교력, 결단이 필요하다 하겠다. (전경웅 /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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