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창립 10주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달라지고 있다
[이슈]창립 10주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달라지고 있다
  • 김주년 객원기자
  • 승인 2011.11.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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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문제 언급...좌편향에서 보편적 입장으로 선회

올해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이하 인권위)가 생긴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인권위는 2008년 정권교체 이후 4년째를 맞이했다. 2001년 당시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노무현 정권 당시 좌익정권의 나팔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권위는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북한인권 문제에도 적극 나설 뿐 아니라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좌편향 일색이던 기존 입장 대신 균형 잡힌 의견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권위 인권위원인 김성영 백석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10일 서울 송파구 가락관광호텔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지난달 우리 국회와 외교통상부에 대해 북한주민을 비롯해 납치자와 북한포로 등에 대한 인권 결의안 채택과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 구출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권고하고, 홍보가 되지 않아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냉소로 일관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의 인권위를 돌이켜 본다면 김 교수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김 교수는 이날 ‘북한의 인권 상황과 우리의 사명-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송환 노력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조찬 강연에서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가 1985년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남편 오길남 박사에 의해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 배경과 이후 북한 내에서의 행적 등을 소개하면서 인권위가 국회와 정부 등에 관련 권고안을 내게 된 사실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우리의 사명’과 관련해 ▲ 인권 선진국을 향한 정부의 확고한 대북 인권 개선 의지 ▲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 국제 공조 아래 인권위의 대북 인권 정책 추진 ▲ 국제여론압박 위한 유엔 기구 효과적 활용 ▲ 제도적, 사회교육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의 중요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 개선 위한 정책 권고안 수립

앞서 인권위는 지난  10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 정책 권고안’을 수립, 정부에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실시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구축'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나 정부 등 관련 기관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추진할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이를 반영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권고안에는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개선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3대 인권 현안 등 3개 전략 과제가 포함됐으며,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에 의한 인권 침해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보존하고 북한인권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북한인권법 등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 북한인권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한 교육과 홍보의 제도화 등이 제시됐다.

국군포로, 납북자 등 북한의 6.25 남침으로 인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책무’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적십자사의 중앙심인사업본부 원칙에 따른 추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추가로 인권위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의 북한인권 관련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관한 권고 및 의견 표명 등의 정책 활동, 국제인권기구, 국내외 NGO 등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북한인권 침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신고센터 및 기록관도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인권위는 지난 3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이날부터 접수된 진정사항들에 대해 헌법, 세계인권선언 및 각종 국제인권조약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 인권 관련 법.기준 등에 근거해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북한인권신고센터와 기록관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피해자에 대한 복권, 보상, 재심 및 사회일반의 인권교육 등 통일 후 남북사회 통합을 위한 활동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병철 위원장의 활약상도 두드러진다. 그는 취임 이후 인권위 내 북한인권포럼 위원으로 4명의 탈북민을 임명했으며, 북한인권 단체들과 탈북민 단체들이 주최한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해 격려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좌파세력이 현재의 인권위를 흔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당과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를 위한 인권시민단체긴급회의(이하 긴급회의)’ 회원들은 지난해 10월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는 여론몰이를 진행했다. 이들은 인권위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불법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김진숙 두둔 안해

한진중공업의 크레인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고공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총 김진숙 씨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두둔하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1월 19일 오후 3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들은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자 등의 인권보호 관련 의견 표명’ 안건에 대해 참석 위원 8명 가운데 장주영.양현아 2명의 위원만 찬성 의견을 냈다. 전원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재적위원의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병철 위원장은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고 김영혜, 홍진표, 김태훈, 윤남근 위원은 반대했다. 한태식 위원은 경찰의 강경 진압 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생존에 필요한 물품 지급 등에만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공무원노조 두둔하던 과거와 천지 차이

이날 한태식 위원은 “희망버스는 부산시민에겐 ‘절망버스’였다. 쓰레기 버리고 망가뜨리며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데 평화적이라고 할 수 있나. 김 씨의 생존 문제는 따지더라도 다른 것은 인권위 위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니 나서선 안 된다”고 지적했고, 윤태식 위원은 “김진숙 씨는 시설을 점거해 회사를 방해하고 있는 위법 상태의 농성자다. 그런 지위에서 물과 배터리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 같은 모습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의견을 내고 공무원노조를 노골적으로 두둔하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 2004년 국보법 개폐 공방 당시 국가인권위는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인권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장에게 국보법을 폐지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보법 폐지에 대한 ‘노무현 정권 인권위’의 집착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인권위는 2005년 12월에도 언론.출판의 자유와 양심.종교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보법의 추상적 포괄적 용어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국보법 폐지와 함께 국보법 관련 사범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 및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두둔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참정권 증진을 위해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 보장을 핵심 추진과제로 꼽고 이를 위해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획일적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대학 교수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 초중등 교사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주장을 전면 수용했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도 노무현 정권의 인권위는 극좌 노동계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 해소 및 형사처벌과 민사책임 완화, 직장폐쇄와 대체근로 제한, 직권중재제도 폐지 또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 축소, 긴급조정제도 대상의 엄격한 제한 등은 지금까지 민주노총 등 극좌세력이 끊임없이 요구한 사안이었으며, 회사 측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상당 부분 빼앗는 것이었다.


이 같은 좌익정권에서의 인권위를 뼈저리게 경험해 본 우파진영 단체들 및 인사들은 정권교체 이후 인권위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자유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내고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래 인권위가 과거의 편향된 입장에서 벗어나고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보편적 인권에 대한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탈북민들의 모임인 북한자유연맹도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간 인권위는 좌편향 노선에 충실했고 북한인권이나 독재세습에는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현병철 위원장은 좌편향을 극복하고 북한인권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도 좌파세력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현 위원장을 향해 “결코 굴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현 정권 하에서도 인권위가 좌편향에 가까운 의견을 낸 사례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인권위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던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활동에 대한 제한을 목적으로 추진하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 개정안에 대해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당시는 교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무시하고 시국선언을 했던 교사들이 중징계를 받는 등 좌우 이념 대립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해 9월에 해고나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일지라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10년 9월 30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노동조합설립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했으며 지난 19일 권고 결정을 내렸다. 개선방안은 해고자, 실업자도 근로자에 포함되며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관한 행정관청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세력을 강화시키고 국가와 기업에 부담을 주며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김주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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